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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전임교수 藥인가 毒인가
강의전임교수 藥인가 毒인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3.09.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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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처우 개선 효과…전임교원 代替로 악용되기도

 

강의·연구교수제도, 어떻게 운용되고 있나.

정해진 기간까지만 재직할 수 있는 강의·연구 교수의 임용이 늘어나고 있다. 법적으로 이들의 신분은 불분명하다. 고등교육법 제 14조에 따르면 학교에 두는 교원은 총장·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다. 그 밖에는 직원이다. 또 같은 법 제 17조(겸임교원 등)는 교원외에 겸임교원·명예교수 및 시간강사 등을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1년이나 2년 동안 강의나 연구만 전담하는 그들은 법적으로 겸임교원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일은 전임교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어느 대학에서는 전임교원으로 보고하기도 한다. 계약기간이나 보수측면에서는 시간강사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 그러나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대학을 떠나야 한다는 면에서는 더욱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최근 시간강사 처우 개선책으로 강의·연구교수제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의·연구교수제도 과연 대학 교육에, 또 시간강사들에게 藥인가 毒인가.

"당장 입에는 달다" 그러나…
"시간강사보다는 처우가 낫지 않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지금처럼 악용된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낫다."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면, 전임 자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지난 2001년부터 ㅅ대학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아무개 교수는 비전임교수제도에 대해 단적으로 이렇게 토로했다. 김 교수의 말에 따르면, 방중에 급여가 나오고, 개인 연구실도 따로 있고,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6년까지 단기간이나마 안정된 환경에서 교육·연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시간강사보다는 낫다. 그러나 김 교수는 강의·연구전담교수제도가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지원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아무리 봐도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실무 교육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초빙교수, 강의·연구전담교수, 객원교수, 겸임교수 등을 채용하기보다는, 전임교원의 대용품으로 이들을 채용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현재 각 대학의 겸임·초빙교수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잃은 채, 각 대학들이 전문인력을 값싸게 활용하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도 김 교수의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들었다. 많은 강사들이 겸임·초빙교수로 채용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자격증 대여, 가짜 직장 재직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은 대학가의 공공연한 사실이기도 했다.

시간강사 처우개선인가 전임교원 대체인가
심세광 비정규직대학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성균관대)은 "교육부가 교원확보율을 산정할 때 겸임·초빙 교수 등도 포함시켜 최근 각종 비전임교수들이 수적으로 굉장히 증가했다"고 지적하면서 "대학들이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비전임교수제도를 편법 운용하는 사례가 많아 교수임용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학들이 전임교원보다는 행·재정적 부담이 적은 비전임교원의 임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임교원의 임용관문이 좁아졌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대학들은 교수들을 비전임교수로 단기간 임용해 '소모품'처럼 사용하다가, 기간이 지나면 또 다른 교수들을 비전임교수로 단기간 임용하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1년이상의 계약직인 데다가 '대우가 약간 좋은 시간강사제도'라는 특징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의 시간강사제도가 강의교수제도의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 경우라 한다면, 지금의 강의교수제도와 같은 한시적인 계약직 형태로 가야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ㄷ대학의 한 강의전담교수는 "과중한 강의시간을 배정하는 등 노동강도가 높아 2∼3년 후를 계획할 수 없도록 하는 지금의 운영방식이 문제가 되지만, 시간강사제도를 폐지하고 한시적 고용계약 형태로 강의전담교수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전임교수들이 양산되는 현실과 정반대로 이들의 지위를 규정하는 법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한 정비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전임교수들의 처우나 지위는 각 개별 대학의 교원인사규정이나 내규에 맡겨져 있는 상태다.

겸임여부, 담당기능, 자격 요건에 따라 겸임·초빙·객원·대우·강의전담·연구전담·명예·임상·교환·방문·예우·외래·석좌·기금 등 이들에 대한 호칭만 해도 18종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우나 담당 기능에서 거의 동일하다할지라도 대학의 규정에 따라 상이하게 불려지고 있었다.

각 대학의 규정에 따르는 만큼 이들의 처우도 천차만별이었다. 경희대, 서강대, 연세대, 한림대 등 공개채용 등을 통해 모집한 후, 계약서에 계약기간, 급여, 연구환경, 책임시수 등을 빠짐없이 정하고, 4대 보험 적용을 받게 하는 등 비전임교수의 역할과 권리를 분명히 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대개 시간강사를 채용하듯 구두로 채용을 통보하고 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는 대학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들 대학의 경우 직위와 관련된 규정들은 대개 구두로 전달하고 4대 보험도 제대로 적용시키지 않고 있었다.

구두로 통보하고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아
동일한 것이 있다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임용횟수와 계약기간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일 뿐이다. 1년 계약에 4회까지 재계약(한림대), 1년 계약에 3회까지 재계약(서원대), 1년 계약에 2회까지 재계약(서강대, 이화여대), 1∼2년 계약에 연임가능(경희대), 2년 계약에 2회까지 재계약(서울시립대) 등 각 대학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장기간 동안 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비전임교수의 임용규정을 대학마다 자유롭게 정해 다양하게 운용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잠재적 실업자'로 언제든 전락할 수 있는 비전임교수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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