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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국을 상상하게하는 루쉰의 존재감 되살리기
현대중국을 상상하게하는 루쉰의 존재감 되살리기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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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된 루쉰과 현대중국-저자 최진호|소명출판 | 페이지 310

한국의 루쉰상이 중국에서만큼 대중적이거나 전면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음에도 루쉰은 1920년대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번역된 유일한 중국문학가이자 사상가라는 것 역시 사실이다. 때문에 한국이 상상하고 있는 루쉰은 지금의 중국을 낳은, 또는 중국을 이해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한다.

식민지와 냉전을 거치면서 루쉰은 지속적으로 번역되어 왔다. 이 사실은 번역이 단순히 언어에서 언어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호명되는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배치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량스추는 루쉰의 번역을 지도 찾기라고 말했다. 루쉰 스스로가 해온 번역을 축자적이고 딱딱한 번역, 즉 경역(硬譯)이라며 조롱하는 투다. 루쉰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번역을 지도 찾기라고 한 것은 원문에 대응하는 사상이 중국에 부재하는 현실을 가리키기 위해서였다. 매끄러운 번역은 중국이 직면해야 하는 경계를 가릴 뿐이므로 생각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낯설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루쉰의 번역에 대한 사고를 토대로 삼고 있다. 번역을 통해 낯선 것을 낯설게 받아들일 때 본래 의미에 부가되는 새로운 의미들이 꽃핀다. 이 책은 중국의 문학가와 사상가로서의 작품들, 그가 번역한 글을 한국어로 중역하면서 만개한 현대중국을 상상하게끔 하는 루쉰이라는 존재를 되살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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