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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를 규범화할 ‘지방분권형 개헌’이 가야할 길
지방자치를 규범화할 ‘지방분권형 개헌’이 가야할 길
  • 교수신문
  • 승인 2019.1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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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 (下)
차재권 교수/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에서 지방정부가 갖게 되는 자치조직권에도 심각한 한계가 존재한다. 자치단체의 행정기구를 상급 자치단체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자치권의 일부가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지방자치법 상에는 소속행정기관의 설치는 “~ 조례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그 이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조건이 전제되어 있어 중앙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 지방정부의 조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직속기관의 설치 또한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대통령령 또는 당해 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고 조례에 의해서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행정자치부장관의 승인 이전에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행정부에 의해 자치권이 제한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치행정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도 심각한 몇 가지 제도적 제약이 존재한다. 첫째,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무가 매우 적으며, 지방공무원법, 주민등록법, 생활보호법 등의 개별법으로 사무의 처리의 기준과 절차들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자치권의 영역이 매우 축소되어 있는 실정이다. 둘째, 지방정부 차원에서 수행하는 전기사업, 토지개발사업, 주택개발사업, 도시계획권 등은 모두 국가사무로 규정되어 있어 지역실정에 맞는 공간 형성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중앙행정기관에 보고 . 제출 . 승인 등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시스템(감사원, 안전행정부, 해당 중앙정부 부처 등)이 중복되어 있는 것도 중요한 제약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끝으로 자치사무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을 사법기관도 아닌 상급자치단체에서 시정 또는 처분의 취소가 가능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심각히 제약하고 있다.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분야라 할 수 있는 자치재정권 분야에 있어서 제도적 한계는 더욱 심각한 양상이다. 첫째, 지방세의 세목을 전부 법률로서 정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스스로 새로운 세목을 개발하고 스스로 결정한 세율에 따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둘째, 자치재정을 관리·운영하는 방법을 행정안전부장관이 예산편성지침을 통해 제한하고 있어 재정운용권을 침해하고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 세원이 빈약하고 수입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자치재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지방재정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구조이다. 끝으로, 예산과목이 복잡하고 경상적 경비가 지나치게 많이 지출된다는 점도 지방 자치재정 실현의 명백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만큼 지방정부 차원에서 예산의 자율적이고 효율적인 집행이 불가능한 구조가 강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헌법과 지방자치법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지방자치제도의 제도적 한계가 명확한 이외에도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를 위한 권력구조가 만들어지고 운용되는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들이 노정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호남과 영남 등 일부 지역에서 유권자의 ‘묻지마’ 투표행태로 인해 지역주의가 만연해 특정정당에 의한 권력독점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점도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구조적 요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특정정당에 의해 권력이 독점되어온 지역은 정치인과 지역 토착세력과의 밀착이 성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수의계약, 부당행정 등 각종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또한 인사비리, 졸속사업 추진, 방만한 예산집행, 주민무시 행정 등이 만연하면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할뿐더러 잘못이 드러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가 특정정당에 장기간 독점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점은 ‘될대로 되라’ 식의 무책임한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예산을 낭비하고 주민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해도 서로 쉬쉬하며 감싸줄 뿐 이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

헌법과 법률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지방자치제도가 지닌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상위법인 헌법을 고치면 될 일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필요성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긴 했지만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지방분권형 개헌에 대한 논의를 다시 되살릴 수만 있다면, 그래서 여야가 뜻을 모아 지방분권형 개헌을 이룰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간 논의되어 온 지방분권형 개헌의 지향점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에 드리워져 있는 일본 헌법의 잔상으로부터 탈피하고, 부재한 지방분권의 이념을 강화하며, 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를 규범화함으로써 지방자치 최소주의를 극복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분권형 개헌이야말로 대통령 권력을 중심으로 한 국가권력의 수평적 분산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의 수직적 분산을 모두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87년 체제’가 지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한계를 단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지방분권형 개헌은 고사하고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법률의 전면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는 소박한 꿈조차 국회의 태업 속에 좌절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모든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정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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