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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정의’, ‘두 개의 광장’ 세 싸움으로 번진 조국 사태
‘두 개의 정의’, ‘두 개의 광장’ 세 싸움으로 번진 조국 사태
  • 김범진
  • 승인 2019.10.14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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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손으로는 개혁할 수 없다”
“장관 도덕성 빌미 개혁 본질 흐려”
개혁 국민적 합의 도출 후 도덕성 흠집 장관 용퇴를
조국장관 도덕성 시비는 검찰개혁 목표 본말전도

한국 사회 내에 ‘두 개의 정의’가 충돌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기회 공정성과 공직자의 도덕성’이라는 정의, 그리고 ‘검찰개혁’이라는 정의가 그것이다. 여기에는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더 큰 정의인지’ 등 정의에 대한 각자의 가치판단이 개입한다. 그런데 이때 어떤 입장을 택하든 그것은 ‘선택적 정의’가 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다시 말해 지금 양분된 여론은 ‘공직자의 도덕성’과 ‘검찰개혁’이라는 두 개의 정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데서 오는 딜레마라는 것이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8일 “조국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그를 검찰개혁의 수단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다른 영역이다. 전자에는 사회적으로 굉장히 폭넓은 합의가 있다. 판단은 후자에서 갈리는 것”이라고 밝힌 뒤 “사람들 생각은 복잡하다고 본다. 더러운 손으로 개혁을 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 그래도 개혁의 칼로 못쓸 건 없다고 보는 입장 등이 다양하게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날 “안타까운 것은 도덕성 기준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이 검찰개혁을 책임질 수 있었다면 제일 좋았을 거란 점”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이게 안된 상황에서 굳이 선택을 하자면 검찰개혁이 훨씬 더 큰 시대적 과제”라고 보았다. 현재 첨예하게 여론이 갈리고 있지만, 검찰개혁 자체는 국민 열에 예닐곱이 찬성할 만큼 사회적 동의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이어 “지금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개혁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서 검찰개혁의 목표를 이루고, 도덕성 지적을 받는 조국 장관은 용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모집 중인 ‘시급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국내·외 교수·연구자 일동’의 대변인 역을 맡고 있는 김동규 동명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도 역시 같은 날 “조국 장관을 둘러싼 가치규범적 문제가 검찰개혁이라는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어느정도 연관관계가 있느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문제에 대해 조국이나 조국 가족의 문제를 전제로 내세우는 것은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를 뒤집는 본말전도다. 조 장관이 도덕적 자격이 없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야말로 검찰개혁을 저지하려는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7일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그의 가족이 불법적인 행위를 했으리라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도덕성의 차원을 넘어 합법과 불법의 영역으로 비판의 지점이 넘어간 것 같다. 표창장이나 인턴십 문제는 단순히 문서조작을 넘어 입시부정과 관련될 수 있다. 또 사모펀드도 공직자윤리법과 자본시장법 관련 위반 사실이 있으리라는 의심이 가능하다. 한 달전에 비해 의심의 수준이 훨씬 깊어졌고 문제가 더 심각해진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교수사회도 각각 ‘조국 사퇴’와 ‘검찰개혁’을 외치며 양분해 시국선언 서명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주장 역시 ‘사안의 경중’에 대한 입장 차이, ‘무엇이 더 중요한 정의인지’에 대한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국 장관의 교체를 촉구하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의 경우 검찰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등의 각론 차이는 있지만, 7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급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국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발족 당시 “조국 장관에 대한 지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각 진영에서 반대 입장을 비판하는 논리에도 ‘선택적 정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조국 사퇴’ 논리를 대변하는 주간동아는 지난달 2일 ‘선택적 정의로 무장한 진보 꼰대들’이라는 제목의 비판기사를 냈다. 반면 ‘검찰개혁’ 논리를 대변하는 한겨레는 6일 사설에서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는 임은정 검사의 질타를 검찰 수뇌부는 새겨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치중했던 ‘조국 청문회’는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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