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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관심·기폭력으로 지체된 정의를 불러내기 위하여
무지·무관심·기폭력으로 지체된 정의를 불러내기 위하여
  • 교수신문
  • 승인 2019.10.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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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저자 이규연|김영사 | 페이지 432

탐사는 과거, 현재, 미래에 벌어지는 사건을 추적한다. 하지만 여러 시제 중에서도 현재에 더 집중해야 한다. 때를 놓치면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시간이 생긴다. 지금의 불의를 깨는 데 온 힘을 다해야 한다. 탐사의 가치는 불의에 대한 무분별한 공포를 정당한 분노로 바꾸어 정의를 불러내는 데 있다.”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 사건탐사보도 기사는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살인 공소시효법 폐지 논의를 재점화했다. 어느 누구도 감히 인터뷰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5.18 당시 공수부대원에 대한 취재는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과 실행 상황을 가해자의 증언으로 재구성해내면서 광주의 비극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악을 추궁하는 일은 늘 고통스럽다. 시시때때로 선을 가장하여 진짜 얼굴을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악의 뿌리가 우리의 방관을 자양분 삼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악의 원인이 무엇이건 정의가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변혁이 어떻게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탐사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 탐사 저널리스트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규연은 말한다. 사건의 주체 못할 이면과 사람의 참지 못할 울음이 이끌어가는 드라마들 속에서 우리는 탐사의 쓸모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탐사를 통해 밝혀진 진실이 우리를 할퀴더라도 그 진실은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는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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