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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상실과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의 요청
관계의 상실과 지속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의 요청
  • 교수신문
  • 승인 2019.10.0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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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시민운동이고, 새로운 민주적 주체를 형성하는 지역공동체운동이어야 한다.

 

심성보 명예교수/부산교육대학교 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대표
심성보 부산교육대 명예교수
마을교육공동체포럼 상임대표

우리의 근대성은 한편으로는 해방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될 식민화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근대성은 기회와 위험의 요소를 모두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일치한 이중적 근대성, 즉 기술의 근대성과 해방의 근대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근대교육 또한 근대성의 불일치 성향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근대교육의 확대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도모하는 공교육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하였지만, 배반과 허약의 역사로 변해갔다. 근대화의 물꼬를 튼 진보의 개척자로 여겨진 학교가 지금은 퇴보의 화신처럼 취급되었다. 산업화, 도시화, 근대화를 통해 이룩한 공교육의 성과가 역설적으로 부메랑이 되어 아이들의 삶을 상실케 하였기 때문에 빚어진 문명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가 경제성장의 결실은 거두었으나, 공동체의 붕괴와 관계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오늘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 빈번하게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태 발생도 학교의 공동체 상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역사회의 실종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공장과 학교와 가정을 분리시켰던 근대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마을이 아이들을 품어야 한다. 상호관계, 다중성, 그리고 개방성의 특징을 갖는 공간적 전환을 꾀하는 지역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이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은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마을에서 시작된 작은 교육 프로그램의 경험이 단초가 되어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학교 울타리를 넘게 하는 데 있다.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마을과 학교의 담장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학교를 지역의 공동체로 만드는 길은 학교가 지역사회로 나와야 하고, 동시에 지역사회는 학교로 들어가서 서로 만나서 하나의 지역을 기반을 한 교육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를 고립된 섬이 아니라 바다에 둘러싸인 섬으로 있게 해야 한다. 마을은 ‘우리’ 안에 머물 수 없다. 마을은 국가와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가족과 국가를 넘어 지구와 생명, 생태의 관점으로 ‘우리’를 확장할 때에만 나와 너, 모두는 위험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둘째, 마을교육공동체의 미래적 의미는 미래교육의 한 지향으로서의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을 하여야 한다. 학교의 울타리와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움이 일어나야 한다. 미래의 교육환경은 조직에서 네트워크로의 이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래학습은 배움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미래사회의 예측에 대한 논의는 학교교육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미래교육이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셋째, 마을공동체의 복원은 학교를 둘러싼 건강한 교육생태계의 복원이 필수다. 궁극적으로 교육과 마을공동체가 하나의 유기체적 관계를 맺게 되는 생태적 공동체로 변화되어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학교와 마을이 상생하는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는 활동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공동체적 배움과 실천을 통해 지역이나 마을을 하나의 생태적 공동체로 발전시키려면 기초학력의 신장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가치와 문화 전승, 민주적 시민의식 함양 등 종합적 접근을 해야 한다. 

넷째, 단순한 지식의 주입보다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과 공동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그곳에서 살아갈 학생들에게 지역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교육한다. 지역 공동체의 복원은 불합리와 부조리가 만연한 현실 정치의 틀과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 사람으로서 소외받지 않고 이웃과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보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공동체적 기도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의 다양함이 존중되는 마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던 노동자가 휴식하고 치유할 수 있는 마을, 아파트밖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만들어 가야할 마을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다섯째,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확보하는 시민운동이고, 새로운 민주적 주체를 형성하는 미래사회를 향한 지역공동체운동이어야 한다. 그래야 마을에서 교육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공교육에 새로운 차원의 자유를 불러 넣을 수 있다. 새로운 사회의 태동을 기도하는 지역공동체운동의 발흥에 조응하려면, 민주적 시민이 탄생되어야 한다.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의 시민적 성장 없이 혁신학교 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주체를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섯째,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터전, 이웃, 공동체를 위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하게 되고, 이러한 고민과 배움의 결과는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초석이다. 마을을 터전으로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마을의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큰 아이가 다시 마을을 살린다. 이렇게 살아난 마을은 다시 아이를 키운다. 학교는 그 자체가 공동체일 뿐 아니라, 학생들 자신도 일반 공동체를 변혁시킬 방향으로 교육받아야 한다.

끝으로 이제 국가의 발전은 지역사회와 지방분권자치를 튼튼하게 해야 가능하다는 세계사적 흐름을 포착하여 이에 조응하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을 벌어나가야 한다. 마을공동체의 민주적 주체를 확고하게 세우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이 국가와 시장에 대해 견제와 감시를 잘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 건설의 선도주자가 돼야 한다.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은 국가사회의 민주화를 넘어 지역사회의 민주화를 돕는 일에 새로운 열정을 쏟아야 한다. 이 운동은 지역사회의 주체를 형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가까운 이웃 주민을 민주적 주체로 서게 하는 지역사회를 위한 자력화 교육이 필요하다. 마을이 교육공동체가 되려면 마을 안의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연대해야 한다. 마을의 민주적 진지가 공고히 뿌리내리지 않으면 국가의 폭력에 휘둘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우중(愚衆)을 민주적 공중(公衆)으로 변화시키는 지역공동체교육운동을 절실히 필요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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