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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입법권 높이는 중앙과 관계정립 필요
자치입법권 높이는 중앙과 관계정립 필요
  • 교수신문
  • 승인 2019.10.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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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 (上)
차재권 교수/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정치제도를 제도적으로 완성해 나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제도적 요소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 정치제도가 비교적 잘 정착되어 있는 서구 유럽 및 북미 지역의 선진제국들에서는 중세의 봉건적 전통 속에 근대 민족국가를 형성해 나오면서 생활공간의 자연스러운 지리적 구분에 의거한 지역자치, 지방자치의 제도적 개념이 매우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왔다. 예컨대 스위스의 자치주(canons)들과 미국의 각주(states)에서 정착되어온 지방자치제도는 그 자체로 근대국가로서의 스위스와 미국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할 정도로 그 연원이 깊다. 현재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충분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제도로서의 지방자치가 정착되어 왔기에 제도적 완결성의 정도가 큰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급속한 근대화와 산업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경제적, 정치적 토대를 발전시켜온 국가들(주로 신흥공업국 혹은 개발도상국들)에서는 제도적 안정화와 성숙에 필요한 역사적 경험이 일천했던 까닭에 정치권력의 상부구조로부터 주어진 지방자치가 제도로서 성숙되고 생활상의 주요한 이념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공표된 이래, 1952년 한국전쟁으로 혼란한 가운데서도 최초로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는 등 정부수립시기부터 우리나라 정치의 중요한 제도적 요소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이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한국전쟁과 자유당 정권의 독재를 거치면서 유명무실해 졌다가 1960년 4.19혁명과 함께 1960년 12월 한 달 간 각급 단위의 선거를 4차례에 나누어 실시하면서 잠시 부활하였으나 다시 5.16군사쿠데타로 폐지되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통치하에서 암흑기를 맞이했던 한국의 지방자치는 1987년 이후 민주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1991년 여소야대의 정국 하에서 새롭게 부활하여 이후 제도적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성숙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지난한 민주주의의 성숙 과정과 궤를 함께하며 발전해 온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가 지닌 제도적 특성과 한계를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이 지닌 문제점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분권 혹은 자치권, 주민주권에 대한 기본적인 이념이나 가치에 대한 규정이 헌법에 빠져있다. 이와 같은 지방분권과 관련된 헌법 규정의 취약성은 행정 권한의 지방이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그에 반해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는 지방분권의 이념이 구체적인 헌법 원리로 명문화 되어 있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사무, 권한, 책임 배분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중앙정부-지방차치단체 간 기본적인 관계에 관한 규정은 물론 행정권한을 배분하는 사무배분의 법적 근거 및 구체적인 배분내용이 없으므로 무늬만 지방자치를 띠는 중앙집권적 법률체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외국에서는 중앙-지방정부 간 역할분담을 위해 구체적으로 사무를 헌법에서 배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은 사무배분을 법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이어서 중앙집권이 불가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을 법령에 종속시킴으로써 조례제정권을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으로까지 제약하여 왔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조례제정범위를 극도로 축소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기본적 권한인 자치조직권에 있어서도,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구 및 정원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을 통해 시군구 보건소 소장까지 인구규모에 따라 직급을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지방을 규제하고 있다. 넷째, 중앙정부 위주의 재정제도로 인하여 지방차지단체의 재정을 제약하고 중앙의존적 구조를 만들고 있다. 현행 헌법 제95조에 따르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을 오직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과세자치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규모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 대략 국세 8할, 지방세 2할의 취약한 배분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낮으며, 이러한 것도 지속적인 하락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 비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에 관한 것도 법률에 위임하고 있어, 지방행정체계가 행정개혁이라는 이름 하에서 정치인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처럼 현행 헌법에 구현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사실상 무늬만 자치인 형식상의 지방자치라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그간 30여 차례가 넘는 법 개정을 통해 많은 제도적 변화와 개선을 시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도적으로 많은 결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헌법이 지닌 지방자치제도의 결함은 우리 헌법이 위임하고 있는 지방자치법의 구체적인 조항들을 통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먼저, 가장 중요한 자치입법권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는 여전히 많은 제도적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은 지방정부의 도시계획권을 지방정부의 업무가 아닌 국가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일반적으로 지방정부에 의해 직접 수행되는 경찰사무를 국가사무로 규정함으로써 자치경찰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부단체장을 국가공무원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앙정부에 의한 지방정부의 감시·감독을 제도적 형식으로 강요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는 시장은 시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하지만 부시장은 지방의회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함으로써 입법부와 집행부의 견제와 균형을 달성하려는 독일형의 지방자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넷째,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의결권과 감사·조사권이 자치사무와 단체위임사무에만 국한되어 있어 지방정부수준에서의 광범하고 효율적인 행정통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끝으로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 의결에 대한 단체장의 재의 요구 시 입법원을 제한함으로써 단체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행정통제 권한을 근본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근본적으로 중앙정부와 국회, 그리고 지방정부와의 관계에서 제대로 된 입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물론 보편적인 자치의 개념 자체를 중앙행정권의 지방분권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나 의회에 대한 중앙행정권의 관여와 통제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점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치입법권의 조례와 규칙의 제정범위와 효율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만약 자치입법권의 권한 정도가 지나치게 낮다면 지방자치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앙과의 적절한 관계정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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