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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29- 물까치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29- 물까치
  • 교수신문
  • 승인 2019.09.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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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별나 형제가 육아 돕기도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올해 들어 예년에 없던 색다른 귀한 손님이 텃밭에 왕림하시와 심심찮게 그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그러나 사람 만나는 것이 서툴러, 텃밭지킴이 까치들보다는 사람을 겁내고 꺼리는지라 먼발치로만 보는 것이 좀 아쉽다하겠다. 날씬하게 생긴 물까치 한 쌍이 비탈 밭 둘레의 아까시나무(아카시아나무란 틀린 말임)에 앉아 있는 것을 본다. 가끔씩 꽥 꽥, 낮은 금속성소리를 내지르던 놈들은 내가 가까이 가면 후루룩 어디론가 날아 가버린다. 

그런데 어제는 평소와 썩 달랐다. 물까치 한 마리가 둔탁하고 거친 목소리로 귀가 따갑게 꽥꽥거리고 있었다. 내가 와도 도망가지 않고 나뭇가지 끝에 앉아 보통 때와 좀 다른 심상찮은 소리를 내지른다. 아니나 다를까, 도둑(길)고양이 한 마리가 내가 막 버린 음식쓰레기냄새를 맡고 둘레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집안음식쓰레기를 모아와 1년 내내 밭에다 되돌려(recycling) 준다.

필시 여기에 나타나지 않은 다른 한 마리는 암컷으로, 가까운 곳에 튼 둥지 속에서 알을 품고 있나보다. 아마도 좀 있으면 새끼까지 한 가족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 그새 집짓고 알 낳느라 바빴던 것도 몰랐네.

물까치는(Cyanopica cyanus koreensis) 까마귓과의 날짐승으로 세계적으로 3亞種(subspecies)이 있고, 우리나라물까치는 그중의 한 아종으로 무척 고운 새이다. 전체 모양이 까치(Pica pica, Eurasian magpie)와 흡사하나 몸집이 호리호리하고, 날씬하며(매끈하고 길쭉하며), 다리와 부리도 까치보다 작다. 한국·중국·일본·몽고북부·시베리아남부에 분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물까치는 같은 과의 까치, 까마귀, 어치(산까치)에 비해 몸피가 작을뿐더러 날렵하고, 몸길이 31~35cm이다. 머리는 까치처럼 새까만 것이 그 모양이 꼭 검은 모자(black hood)를 둘러 쓴 것 같으며 날개와 꽁지는 푸른 하늘색(azure)색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azure-winged magpie’라 부르고, 우리는 푸른 깃털 탓에 ‘물까치’란 이름이 붙은 듯싶다. 물까치는 물가에 살지 않는데 말이지….

그리고 나머지 깃털은 잿빛이 도는 갈색이고, 아랫면은 색이 더 연하며, 부리는 검고, 홍채는 어둔 갈색이며, 다리는 검다. 멱(목의 앞쪽)은 흰색이고, 꽁지는 길며, 끝이 희고 볼록 튀어나와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종에 비해 꼬리가 매우 길고(16~20cm), 맨 가운데 꽁지깃이 조금 더 길며, 긴 꼬리는 몸의 방향중심을 잡는다. 암컷과 수컷은 여러모로 같으나 암컷이 좀 등치가 작은 것이 다르다.

봄여름엔 산지나 평지의 숲에서 지내다가 겨울에는 도심까지 내려와 생활한다. 가족 중심의 무리를 지우는데 적게는 5~10마리에서 많게는 30마리 이상이 집단생활을 한다. 또 까치들처럼 겨울에는 70마리이상의 무리를 짓기도 한다. 보통 그해에 태어난 어린놈들로 떼 지어 포식자를 피하려고 그러지만 서로 짝을 찾는‘선(先)보기(marriage meeting)’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까마귓과의 새들이 다 그렇듯이 학습능력(지능)이 뛰어나고, 경계심이 강하며, 적이 둥지를 습격하면 집단방어 한다.

산기슭의 큰 나무(喬木)와 키 작은 나무(灌木)덤불이 무성한 숲에 서식한다. 큰 나무 위에 마른 나뭇가지로 이리저리 얽고 흙을 묻혀 오목한 접시모양의 둥지를 짓고, 이끼류·풀뿌리·칡잎으로 알자리(産卵場)를 만든다. 알은 녹청색 바탕에 녹갈색반점이 있다. 5∼7월에 한배에 6∼9개의 알을 낳고, 17∼20일 동안 抱卵(알 품기)하며, 18일 동안 育雛(새끼 기르기) 끝에 離巢(둥지를 떠남)한다. 

식성은 까치와 비슷한 잡식성으로 곤충이나 곤충유충은 물론이고 도토리나 잣 같은 견과류를 주된 먹이로 삼는다. 그리고 과일을 좋아해서 과일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피해를 많이 입힌다. 물론 새끼에게는 단백질이 풍부한 먹잇감인 곤충이나 청개구리, 거미 따위를 잡아 먹인다. 

물까치는 새무리 중에 드물게 가족에 대한 사랑이 별나고, 가족생활을 하면서 공동육아를 한다. 어미가 가져다주는 먹이가 모자라거나 어미가 죽었을 때에는 이모, 고모, 삼촌, 형, 누나들이 먹이를 물어다 함께 키운다. 

그리고 같은 科(family)의 까마귀도 가족애가 강해서 다른 새에서 보지 못하는 특이한 사육생태를 본다. 까마귀새끼들이 다 자랐음에도 떠나지 않고 얼마간 같이 지내면서 동생들에게 먹이를 잡아다 먹여 어미의 수고를 덜어준다. 까마귀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어 보은한다(反哺之恩)하여 까마귀를 孝鳥라 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어미아비가 아닌 동생들을 보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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