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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문화 칼럼] ‘독립’의 가치가 주는 빛과 그림자
[김희철의 문화 칼럼] ‘독립’의 가치가 주는 빛과 그림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09.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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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다큐 영화 ‘불빛 아래서’를 보고

 독립영화(independent film)의 ‘독립’은 과거 독재권력의 검열로부터의 독립,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추석이 있었던 9월, 천만 영화를 노리는 상업 영화들이 명절 극장가의 시간표를 싹슬이하고 TV를 켜도 ‘추석 특집’ 대작들이 배부른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 잡았지만,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독립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늘 있어 왔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자 하는 창작자들은 독립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9월 셋째주 평일 오전, 필자는 샐러리맨들로 붐비는 강남에 자리잡은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11시 첫 영화를 관람했다. 77석의 작은 상영관은 오로지 나를 위해 마련된 것처럼 나 말곤 아무도 찾지 않았다. 개봉 소식을 듣고 줄곧 보고 싶었던 음악 다큐 영화 <불빛 아래서>를 드디어 관람했다.

 영화는 인디 락그룹 <웨이스티드 자니스>, <로큰롤 라디오>, <더 루스터스> 세 그룹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그룹의 멤버들이자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박이 나서 돈도 벌고 외국공연도 다니는 유명 락스타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다가도, 단 100만원일지라도 그들의 음악으로 돈들 벌어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다음 음악을 준비해서 또 팬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들이 꿈꾸던 바가 아니었다. 청소년 교육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센터 강사 등의 알바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월 50만원 방 세 개의 허름한 월세집에서 자신들에게 후원해 준 팬들에게 보낼 리워드 선물을 직접 하나하나 포장해야 하는 그들의 일상엔 고단함이 가득하다.

 영화 속 인물로 세 그룹의 멤버, 모두 열 명이 넘는 캐릭터가 나와서 약간 산만한 면이 없진 않지만, 차라리 한 그룹의 이야기로만 했으면 더 집중도가 높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감독은 이 세 그룹의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상황들을 보여주면서 한국 인디 그룹의 현실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세 그룹의 일정을 따라 서울 홍대앞, 연남동, 부산, 전주, 미국 등 국내외 촬영을 몇 년에 걸쳐 해 온 감독의 집념이 놀랍다. 그 집념에는 락그룹 멤버들에게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은 연민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제작지원금을 어렵게 따내고 몇 년에 걸쳐 찍은 엄청난 분량의 촬영본을 편집해서 고생 끝에 영화를 만들어 냈지만 이 영화의 창작자가 맞닥뜨리고 있는 독립영화 배급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고 처절하다. 재벌, 대기업 체인의 영화관들은 추석맞이, 크리스마스 특집 때마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주머니돈을 빼먹으려고 소위 잘 나가는 몇 개 영화로 스크린을 독점한다.

 독립영화가 만들어진 후 배급 통로는 보통 영화제에 출품하고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개봉을 준비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의 경우가 그렇다. 광주 5·18항쟁 때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사진 속 인물을 찾는 이 영화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면서 호평을 받았고 금년 5월에 개봉하여 일반 관객들을 만났다. 집계된 공식 관객수는 16,776명이다. 다운로드나 IPTV를 통해 안방 시청자들도 전보다는 쉽게 독립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상업영화들의 틈새에서 노출되는 작품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복합문화공간. 77석의 영화관을 독차지하는 느낌은 좋으면서도 씁쓸했다. ⓒ 김희철
서울 강남에 있는 한 복합문화공간. 77석의 영화관을 독차지하는 느낌은 좋으면서도 씁쓸했다. ⓒ 김희철

<불빛 아래서>는 곧 개봉관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이후에 어떤 형태로든 관객과 만날 수 있겠지만 홍보 마켓팅의 한계 때문에 그 배급의 규모는 일반 상업 영화와는 차원이 다르게 작다. 이런 음악 다큐멘터리는 공연 형태의 공동체 상영으로 오프라인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특별한 상영이 많아질수록 영화 속 주인공들, 영화를 만든 창작자, 독립영화를 향유하고 싶은 관객들 모두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각 지역의 대학이 갖고 있는 대강당을 독립영화전용관으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대학은 학생, 강사, 교수, 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대학이 국가에서 보조금을 받는다면 세금을 내는 시민은 대학을 이용할 권리가 충분하다. 대학 캠퍼스 등 여러 공공의 무대에서 학생, 시민이 어우러져 독립영화를 즐기는 시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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