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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나팔꽃…모닥불에 구워먹던 구황작물
얼핏보면 나팔꽃…모닥불에 구워먹던 구황작물
  • 교수신문
  • 승인 2019.09.1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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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28-메꽃

 산비탈 남새밭의 후미진 구석공터에, 올해도 메꽃 몇 포기가 덩굴을 돌돌 감고 올라, 소담스런 나팔모양의 꽃을 피우고지기를 매일 이어간다. 녀석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날이면 드디어 한여름이 가까워온다. 

  메꽃(Calystegia sepium)은 메꽃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덩굴성초본으로 남북반부의 온대지방에 자생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전국각처의 들판에 나며 메마른 박토에도 잘 자라고, 모래자갈이 섞인 곳을 더 좋아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메꽃(wild morning glory)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길며, 긴 타원형이고, 잎 밑이 귀 모양이다. 잎은 나선형으로 배열하고, 길이 5~10cm에 폭은 3~7cm이다. 잎의 윗면은 중간녹색에 털이 없고, 잎의 아래는 덜 녹색이면서 털이 난다. 잎은 홑잎(單葉)으로 잎자루 밑에 붙은 한 쌍의 작은 잎인 턱잎(托葉)이 없다. 

  줄기뿌리(根莖)는 흰색으로 굵은 것이 사방으로 퍼지고, 근경인 땅속줄기(地下莖)가 발달하여 뻗어 나간다. 백색 뿌리줄기에서 덩굴성(bindweed) 줄기가 나와 다른 것에 감고(twine) 올라간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메꽃을 선화(旋花)라하며, 왼쪽(반시계방향, counter-clockwise direction)으로 감고 오른다. 가느다란 줄기는 2~4m를 자라고 드물게는 5m까지 뻗는다.

  여름에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나오고, 자루 끝에 엷은 홍색의 트럼펫(나팔꽃) 닮은, 지름이 3~7cm인 통꽃을 피운다. 꽃은 희거니 연분홍이고, 5개의 흰 줄무늬가 나며, 늦봄에서 여름 끝까지 약 1~3개월간 꽃을 피운다. 물론 하루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우고 이운다. 꽃은 아침에 피어서 정오에 지지만 구름이 낀 날에는 더 오래 피어있다. 충매화로 주로 벌들이 꽃가루를 옮기는데, 이른 아침에는 박각시나방(sphinx moth)이 날아와 꿀물(nectar)을 빤다.

  열매는 직경 1cm의 둥근 주머니(캡슐)에 2~4의 오렌지를 4등분한 모양의 검은 씨가 들었다. 열매는 스스로 짜개지면서 씨앗을 사방 퍼뜨리는 삭과이고, 씨앗은 둥글고 검다. 꽃을 왕성하게 피우는 것에 비해 열매를 잘 맺지 않는다. 그리고 뿌리줄기는 번식력이 왕성해서 시기에 관계없이 뿌리줄기를 절단하여 심으면 새순이 올라온다. 아무튼 이렇게 번식력이 강한 뿌리줄기가 있어서 열매를 맺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뿌리줄기와 어린잎은 식용하고, 옛날에 먹을 것이 없던 보릿고개시절엔 메꽃뿌리를 캐 먹었으니 구황작물로 널리 쓰였다. 필자도 어린 시절에 예외일 수 없었으니 모닥불에 구워 먹었던 메꽃뿌리의 고수한 고구마맛과 향긋한 그 냄새를 결코 잊지 못한다. 메꽃과 고구마는 같은 메꽃과로 둘 다 잎줄기나 뿌리줄기가 상처가 나면 그 자리에 흰색의 유액을 분비하니 그것은 녹말성분이다. 

  메꽃과 나팔꽃은 비슷해서 처음 보는 사람은 구별에 애를 먹는다. 무엇보다 나팔꽃은 색이 빨강, 하양, 청자색, 적자색 따위로 다종다양한 반면에 메꽃은 엷은 홍색 한 가지밖에 없다. 또한 이파리도 메꽃이 나팔꽃보다 더 길고, 나팔꽃은 원산지인 인도에서는 여러해살이지만 그보다 북쪽인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인 반면, 메꽃은 다년초이다. 

  세계적으로 메꽃과에 25종이 있다. 그 중에서 메꽃(C. sepium)과 같은 속(屬)인 갯메꽃(Calystegia soldanella)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온대 및 아열대지방의 바닷가 모래땅에 흔하게 자라는 대표적인 해안사구식물이다. 줄기는 땅 위를 기거나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가고, 길이 30~80cm다. 잎은 어긋나고, 심장형이며, 끝이 오목하거나 둥글고,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 톱니가 있으며, 두껍고 윤기가 난다. 꽃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자루에 한 개씩 피며, 연분홍색이다.        

  그리고 같은 과에는 나팔꽃이 있으나 둘은 학명에서 보듯이 속(屬,genus)이 완전히 다르다. 나팔꽃(喇叭-,Ipomoea nil)은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로 인도가 원산지이고, 관상용으로 심지만 길가나 묵정밭에 야생하기도 한다. 줄기는 아래쪽을 향한 털들이 빽빽이 나고,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잎은 둥근 심장모양이고, 잎몸(葉身)의 끝이 보통 3갈래로 갈라진다.   나팔꽃(morning glory)은 7∼8월에 푸른 자주색?붉은 자주색?흰색?붉은 색 등 여러 가지 빛깔로 피고, 꽃부리(花冠)는 깔때기처럼 생겼다. 수술은 5개, 암술은 1개이고, 열매는 3칸으로 나누어진 둥근 삭과로 1칸에 각각 2개씩의 종자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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