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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 침묵의 벽 깨야 … 힌트 줘서 응답 유도
첫 시간 침묵의 벽 깨야 … 힌트 줘서 응답 유도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3.09.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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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능동적인 수업을 위한 전략

지난 1학기 이영옥 고려대 교수(동양사학과)는 고려대에서 ‘중국현대사특강’을 가르쳤다. 한 학기를 시작하는 첫날 첫시간에 그는 수업이 ‘봉숭아학당’처럼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교수가 시키기 전에 학생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뜻에서였다.

 

그런 의도에서 이 교수는 가능하면 수업시간 1/3 이상은 학생들이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 다음 수업시간에 강의할 주제에 포함되는 소주제 혹은 중심어를 선정해 한 소주제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듣고, 교수가 정리와 의견을 제시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사고방법을 알려주는 질문을

 

보통 한국의 대학 강의실 모습은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학생은 수동적으로 듣는 것으로 정형화돼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에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수동적 학습태도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포항공대 대학교육개발센터에서 내놓은 ‘능동적 학습을 유도하는 강의수업방법’에 따르면, ‘중국현대사특강’처럼 ‘질의응답을 활성화’하면 능동적인 학습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이 새로운 지식을 접하면 기존의 지식과 비교·대조하고 재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가 효과적인 질문응답을 통해 학생이 어떤 사고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파악하고,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 힌트를 제공하면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자연스럽게 참여지향적인 수업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실제로 질문응답식 수업을 진행했던 ‘중국현대사특강’을 수강한 한 학생은 총학생회가 만든 ‘좋은 수업 만들기’라는 사이트에 다음과 같은 평가글을 올렸다. “끊임없이 강의자와 수강생의 대화가 이 수업의 요체이지요. 물론 대화의 내용은 수업내용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예습하지 않고서는 여러 모로 피곤합니다…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게끔 하는 수업방식에 개인적으로 참 괜찮았습니다. 적지 않은 역사 전공강의가 일방적인 지식 주입에 치중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잖아요.” 수업을 담당했던 이 교수는 반쪽짜리 토론식 수업이었다고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를 내렸지만, 학생은 그러한 수업방식이 능동적 학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를 내렸다.

 

물론 질문을 할 때에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학생이 대답한 후에 더 생각할 내용 및 탐색해야 할 다음 단계의 질문을 던져야 하고, 질문 후 바로 응답이 없으면 힌트를 줘서 반드시 어떤 응답이든 유도해야 한다.


계속 수동적이라면 동료학습법 활용

 

기초과학 관련 수업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동적인 학습태도로 일관한다면, ‘동료학습(peer instruction)’을 통해 학생들의 능동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동료학습은 △강의 △개인별 문제풀이 △답안에 대한 학생 간 의견 교환 △답안 재조정 등으로 구성되고,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서로 피드백을 받고 내용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 수업에서 자기에너지 소모(magnetic energy dissipation)를 설명하고 있다면, 우선 LR 회로모형에 대해 약 15분간 설명한다. 그 다음에 “t=0인 순간에, R에서 소모된 에너지는 L에 저장된 에너지와 같은가. 다른가?”를 묻고, 학생들이 1~2분간 생각하게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이 생각하는 답과 이유를 옆 사람과 서로 확인하도록 한다. 학생 간 협력활동이 끝나면 답안을 재조정하게 하고 정답을 확인한다.

 

하지만 동료학습을 진행하다보면, 학생 간 설명이나 토론으로 인해 강의시간이 적어지므로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 사이에 피드백 주고받기

 

‘1분 페이퍼 작성하기’ 또한 권장할 만한 수업전략이다. 흔히 수업종료 직전 1~2분의 시간동안 학생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이 시간에 배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동되는 점은 무엇인가 등을 적도록 한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수업 중 질문이 활발하지 않은 경우 간접적으로 질문을 유도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학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점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학기 내내 능동적인 수업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다름 아닌 첫 강의 시간 첫 질문의 반응을 반드시 받아내는 것. 교수법의 권위자 조벽 교수에 따르면, 첫 시간부터 학생들이 ‘침묵지키기’를 허용하게 되면 학기말까지 밀고 나갈 수 있으므로 첫 강의 시간 첫 질문부터 학생들의 반응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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