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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비리사학재단에 패널티 칼이냐 메스냐
[이슈분석] 비리사학재단에 패널티 칼이냐 메스냐
  • 허정윤
  • 승인 2019.09.05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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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다
비리는 재단이, 처벌은 구성원 전체-대학가

대안없다
패널티라도 있어야 비리 예방효과-교육부

비현실적
비리척결 되레 차단…감사 늘여야-교수노조

총장이나 이사장 등 대학 대표 인사들이 부정·비리를 저지르면 부과되어 정부지원사업 선정 평가에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이와 같은 페널티는 2016년 매뉴얼 제정 이후 2021년도 기본역량진단 시안에도 반영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사학재단의 비리로 학내 구성원들이 그 피해를 분담해야하는 측면이 있어 일종의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허정윤

 

앞서 교육부는 입시·학사 비리를 비롯해 사학재단이 학사비리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비리를 저지른 대학의 경우 2년간 재정지원을 하지 않았다. 또한 대학재정지원사업 선정 평가에서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감점이 상향 조정돼, 예비자율개선 대학으로 지정되었던 일반대학 3개교와 전문대학 1개교가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되었다.
2016년도 매뉴얼에서는 부정·비리 정도를 ▲유형Ⅰ▲유형Ⅱ ▲유형Ⅲ으로 구분했다. 유형Ⅰ은 총장과 이사장 등 주요 보직자가 중징계 이상을 받는 경우 또는 동일한 사유로 2회 이상 행정처분을 받게 되면, 신규 선정 사업에서 최대 5점이 감점된 바 있다.

다만 해당 연도 말까지 형사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해당 연도 사업비 집행정지는 해제돼 대학들의 숨통을 터줬다. 만일 사업별 최종 연도 말까지도 판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집행·지급정지 사업비는 삭감, 환수되었기 때문에 비리로 인한 부담이 지속되는 형식이었다. 

아직 정확한 시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2021년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에도 페널티 조항이 존재한다. 교육부는 부정·비리가 밝혀지면 감점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성대학교 조정은 교수는 “재단이 저지른 비리로 인해 역량강화대학으로 강등됨으로써 학교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비리는 재단이 저질렀는데, 이로 인한 처벌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받는 꼴”이라며 본지 기고를 통해 페널티 조항을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러한 의견에 대해 “페널티 조항이 없다면 더 큰 비리를 덮는 식의 편법이 일어날 수 있고, 페널티 조항이 있기 때문에 재단도 사학 유지를 위해서라도 비리를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비롯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도 강화하고 있으며, 특별 감사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비리를 밝히는 데 교육부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널티를 없앤다 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현 시점에서는 없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이에 고근형 대학민주화를 위한 대학생 연석회의 집행위원장은 대학평가 혁신방향을 주제로한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지난 2주기 진단평가에서 사학재단 비리에 의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1차적 피해는 학생들이 받았다”며 “재단 비리인사 퇴진을 외치며 대학 정상화를 위해 가장 노력한 주체를 오히려 피해 당사자로 만든 2주기 진단평가는 완벽한 실패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대학가 내에서 비판 여론이 여전함을 알린 바 있다. 교수노조는 “내부고발에 대한 특례조치나 임시이사 파견 대학 등 특수한 경우에 대해서는 구체적 안이 없다”며 “현행과 같은 대학평가는 사립대학의 부정·비리를 현실적으로 척결하는 길을 도리어 봉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임은희 연구원은 “아무리 학내 구성원들이 진단평가를 대비해서 점수를 확보해도 사학의 잘못으로 페널티를 받으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내에서 부당성과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음을 말했다. 임 연구원은 사학의 부정과 비리에 대한 대책이 재정지원 대학 제한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2주기 평가 때 재단 비리뿐만 아니라 입시비리가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는 보직교수 담당자들이 연루된 학사비리로 사실상 페널티 적용이 효과가 없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사학비리를 해결하는데 있음에도 교육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감사에 나서지 않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차원의 종합감사(회계·입시·재정 감사 등)를 늘려야 한다는 게 사학비리를 잡는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전문가와 교수노조의 의견이다. 교육부는 감사관실 인력부족으로 대학 감사를 정례실시하거나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 연구원은 “이러한 감사가 주기적으로 이행된다면 대학차원에서도 부정비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 연구원은 “비리사학 관리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재단 투명성이 강화 쪽으로 나아가야하는데, 그 일이 재단들의 반대로 어렵다보니 그보다 편리한 페널티를 주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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