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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맞이하며
개강을 맞이하며
  • 홍성태 편집기획위원
  • 승인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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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

 

어느덧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개강을 맞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고, 해야 할 일도 많았던 것 같은 데, 별로 이룬 것도 없이 시간만 가 버린 느낌이다. 여름방학은 분명히 긴 시간인데도 그렇다. 아무래도 내가 시간을 잘 쓰지 못하는 모양이다. '시간 기근증' 시대를 살아갈 슬기가 내게는 크게 모자라는 모양이다.

2학기 초는 1학기 초와 사뭇 다른 것 같다. 1학기 초에는 한 해를 열어가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면, 2학기 초에는 한 해를 닫아가기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1학기가 끝나면 한 해의 반이 끝나게 되지만, 2학기가 끝나면 한 해가 끝나게 된다. 또 한번의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 앞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2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은 1학기를 시작하는 마음과는 조금은 달라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뿌리고 퍼트리는 것보다는 마무리하고 거둬들이는 데 더 큰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지난해 2학기 초에는 커다란 수해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올해는 아무쪼록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때 아닌 폭우로 여러 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나고 말았다. 텔레비전 뉴스의 일기 해설을 보자니, 유럽의 더위 때문에 이렇게 이상한 폭우가 쏟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빈틈없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이 '작고 작은 세상'에서 서로 돕고 사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나저나 지난해의 수재복구도 아직 끝나지 않은 곳이 많은 데, 또 다시 폭우가 쏟아져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간에 쫓겨 살다보면 옆을 둘러보기 어렵다. '시간 기근증'에 허덕이면서 다른 사람과, 나아가 다른 생명과 함께 사는 삶을 실감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엇을 거둬들일까 생각하다가 무엇보다 시간에 쫓겨 살지 않도록 애써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당장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유럽의 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의 수재민에게도 별다른 관심을 쏟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면에서 세상은 확실히 변해야 할 것 같은 데, 그 중에는 시간의 이용방식도 분명히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흔히들 시간은 돈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간은 돈이 아니라 삶이고 슬기이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은 삶과 슬기가 돈이라는 말과 같다. 그러니 시간이 돈인 세상은 '돈 세상'이지 제대로 된 세상일 수가 없다. 시간을 돈에서 해방시키는 법에 대해, 그리고 시간을 풍요롭게 쓸 수 있는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싶다. 그렇다고 더 바빠지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홍성태 편집기획위원 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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