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신뢰 무너뜨려 “분노 느낀다”
“조국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은 적인가”
“순간 모면해 장관에 앉으려는 것” 비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여론이 양분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교수신문>은 교수사회의 의견을 물었다. 시민사회와 달리, 응답한 교수들은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해 한결같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답 중에는 ‘대체로 부적절하다’는 온건적 태도보다도 ‘매우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조 후보자가 딸의 입시 관련 문제와 가족 비리 의혹을 고려할 때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조 후보자의 임명은 ‘내로남불’의 대표적 사례로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맘대로’ 인사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학사회의 존엄성을 이 사람이 너무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가. 저희 일반 대학교수들은 지적인 권위만이 아니라 신뢰를 생명으로 삼고 살고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학사회가 성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무너뜨릴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교수들도 느끼는 건 비슷하다. 다 그런데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는 거다. 저희들은 굉장히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희는 (조 후보자처럼) 절대 그렇게 안 하고, 자신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엄격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권위를 느껴서 교수들 말을 진실하게 믿고 따를 것 아닌가. 이 사회에 그런 곳이 한 곳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며 “조국 씨가 대학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책임을 갖고 있을까? 교수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했던 사람이 대학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너무나 방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을 지키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은 여당의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사람에 반대하는 사람은 악인가. 일본의 와다 하루키 교수가 ‘한국이 적인가’라고 했는데, 저는 이해찬 씨에게 ‘조국 씨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은 적인가’라고 묻고 싶다”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불거지는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조 후보자 임명을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 문제는 국회로 넘어가서 사실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내부 인사권 정도 문제일 텐데, 결국 인사권에 대한 최종 결정은 청와대에서 좌지우지할 것이다. 그런데 그걸 위해서 이렇게까지 국민들을 괴롭힐 것인가”라며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 후보자 측이 지난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언급한 ‘가짜뉴스’ 주장에 대해서도 “다 가짜뉴스라고 그랬는데 실제로 가짜뉴스가 중요한 게 뭐가 있었던가. 보면 잘 모르겠다. 가짜뉴스는 아주 극히 일부 사소한 것들이었고 그건 본질이나 핵심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편 조 후보자 임명 관련 학생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관심이 있고 (조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3명 중 2명, 잘 모르는 학생이 3명 중 1명이었고, 조국 후보자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밝힌 뒤 “제 주변의 학생들은 매우 비판적이다. 이른바 ‘흙수저’로서의 박탈감보다도, 멘토로서 따랐던 사람에 느낀 상실감과 배신감이 있고 그것이 해명되지 않고 있다. 현재(기자간담회까지의) 과정은 오히려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힌 다른 모 교수는 4일 서면을 통해 “(조 후보자가) 겉과 속이 다르다, 깨끗하지 않다, 거짓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여론이 거세고, 이를 둘러싼 여야간 ‘묻지마 식’ 극한대립이 사회 여론을 극단적으로 나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 측이 2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기자간담회를 일부 봤다는 교수들은 “잘 모른다는 응답이 너무 많았고, 간담회 이후 언론보도를 보면 조 후보자의 답에 사실과 맞지 않는 얘기들이 있어서 그 간담회가 사실을 규명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딸이 여러가지 편법을 쓴 것처럼, 이번 기자간담회도 불법은 아니나 법의 허술한 망을 이용한 편법이다. 이것이 과연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는가. 굉장히 부끄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사립대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5일 “조국 씨는 법적 하자가 있으면 사퇴한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정치선진국의 경우 그것은 물론이거니와, 중대한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경우 사퇴하게끔 하는 전통과 관례가 있다. 조국 씨는 뭐가 문제점인지 파악 못하고 반성도 안 돼 있고, 순간을 모면해서 법무부장관에 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