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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읽고 베고…사연도 많고 쓸모도 많다
먹고 읽고 베고…사연도 많고 쓸모도 많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8.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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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227-메밀

“메밀이 있으면 확 뿌렸으면 좋겠다.”란 잡귀를 막기 위해 집 앞에 메밀(소금대신)을 뿌리던 민속에서 나온 말로, 왔다 간 사람이 다시는 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음을, “메밀밭에 가서 국수 달라하겠다.”는“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와 같은 의미로 일의 순서도 모르고 자못 성급하게 덤빔을, “까마귀가 메밀 마다할까”란 본디 좋아하는 것을 짐짓 싫다고 거절할 때를 비꼰 말이다.
  이효석의‘메밀꽃 필 무렵’의 주 무대는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일대이다. 허 생원이라는 장돌뱅이 영감과 서로 입장이 비슷한 장돌림이 조 선달, 동이 등 셋이 달밤에 봉평 장에서 대화 장마당까지 같이 길을 걸어가면서 전개되는 하룻밤 이야기다.
 하얀 메밀꽃이 한창 피었을 때 흔히“소금을 뿌려 놓은 듯하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에는 달빛 아래 빽빽하게 한가득 심어진, 드넓은 벌판에 아득히 펼쳐진 하얀 메밀꽃은 푸지고 눈부신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그런데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은 파도가 배꼬리에 하얗게 이는 물거품을“메밀꽃 일다”라고 하니, 바다에서는 파도거품이 메밀꽃인 셈이다. 한편 하얀 거품물결을‘물꽃’이라 부르고, 배가 지나간 길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줄줄이 일어나는 물결을‘물이랑’이라 부른다. 
  메밀은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모밀, 메물이라고 부르며 한자어로는 교맥(메밀蕎 보리麥)이라 한다. 메밀종자는 갈색 또는 암갈색을 띤 세모모양이다. ‘메밀이 세 모라도 한 모는 쓴다더니’란 신통찮은 사람이라도 어느 한때는 긴요하게 쓰인다는 뜻이다. 그리고 “메밀도 굴러가다가 서는 모가 있다”거나“달걀도 굴러가다 서는 모가 있다.”란 어떤 일이든 끝날 때가 있고, 좋게만 대하는 사람도 성낼 때가 있음을 빗댄 말이다. 
  메밀(buckwheat)원산지는 동부아시아 북부나 중앙아시아로 추정한다. 전 세계에서 곡식으로 키우는데, 현재 러시아(80만 톤)와 중국(72만 톤)이 가장 많이 심고, 우리나라는 매년 9천여 톤을 수확하여 15번째라 한다. 
  줄기는 60∼90cm이고, 보통 붉은 색을 띠며, 줄기 속은 비었다. 잎은 원줄기 아래쪽 1∼3마디는 마주나지만 그 위의 마디에서는 어긋나고, 삼각형 또는 심장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꽃은 7∼10월에 작은 꽃이 여러 개 달리고, 수술은 오밀조밀 8∼9개가 피며, 암술은 1개다. 꽃은 보통 백색인데 때로는 담홍색을 띠기도 한다. 메밀은 생육기간이 짧아 60~80일이면 거두고, 꽃에는 꿀물(nectar)이 많아 벌꿀의 밀원이며, 꿀 색이 검은 메밀 꿀을 생산한다. 암튼 그래서 남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사람을 일러“메밀 벌 같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비료가 생겨나면서 다른 곡식을 많이 키우게 되면서 메밀재배는 급감하게 되었다. 다른 말로 메밀은 태생적으로 뿌리가 지표면에 가깝게 분포하지만 가뭄에 강한 편이고, 산성 땅에도 잘 견디며, 하잘것없는 메마른 박토에도 아랑곳 않고 잘 자란다(질소비료를 많이 주면 되레 수확량이 줄어듦). 예부터 강원도산골의 굽이진 비탈 밭에 옥수수나 감자를 많이많이 심어 키웠던 것도 같은 이치리라. 따라서 예전부터 비록 보잘것없는 메밀도 쫄쫄 굶는 보릿고개를 넘는 구황식물로 많이 재배되었던 것은 당연지사다. 
  메밀은 메밀쌀을 만들어 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1 ?B2?니코틴산이 들어있어 향긋한 풋 냄이 나는 것이 밥맛이 좋다 한다. 그리고 비료용 綠肥나 사료로 썼고, 잎은 나물로도 해먹었다고 한다. 또 메밀 깍지(콩 따위의 꼬투리에서 알맹이를 까낸 껍질)로 만든 베개는 가벼운 것이 통풍이 잘 되어 서늘하고, 열기를 식히고 풍증을 없앤다고 하여 명성이 높았으나 요새 와서는 영 뜸하다.
  메밀가루는 막국수?냉면?묵?만두?부침개 등으로 널리 쓰이고, 메밀음식 중  흔히 먹는 것이 막국수?평양냉면?소바(そば)다. 강원도는 고원지대라 메밀 생육조건에 적합하여 그 수확량도 많고, 질이 좋아 이곳의 메밀막국수도 다른 지방보다 맛이 좋으나 요샌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중국에서까지 사들인다고 한다. 춘천에 사는 필자로서 손님들 대접하느라고‘춘천막국수’를 꽤 자주 먹는 편이다. 
  막국수는 막 걸러 먹는 툽툽한 술을‘막걸리’라 하듯이, 거칠고 투박하게 마구 먹어‘막국수’라 하는데,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강원도향토음식이었다. 요새는 달걀 반쪽과 여러 양념을 넣은 메밀사리에 냉면 먹듯 식초, 겨자에 설탕을 듬뿍 넣는다. 이런, 못 참겠다. 입에 침이 한가득 고여 오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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