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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지역배려’ 강조 불구 질의·응답 1시간 “허탈”
‘자율·지역배려’ 강조 불구 질의·응답 1시간 “허탈”
  • 허정윤
  • 승인 2019.08.2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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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대학 의견수렴’ 교육부 공청회 가보니
전국 대학에서 1000여명 참석… “3시간 운전해서 왔는데…”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대학 의견렴회가 열린 대전 ICC 호텔 입구

 교육부가 지난 20일 대전 ICC 호텔에서 마련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 대학 의견수렴’ 공청회엔 1,000여 명이 넘는 일반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사안이 대학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함을 알 수 있었다.

 교육부는 이번 진단의 큰 뼈대로 대학의 자율성 확대, 지역대학 배려 강화, 대학 평가 부담 완화로 기틀을 잡았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번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시안)’이 1·2주기 평가지표에서 크게 진보한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대학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지만 먼 길을 온 대학들로서는 그 말조차 공수표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공청회는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의 ‘대학혁신 지원 방안 발표’로 시작해,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의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 발표’로 이어졌다. 자세한 점수 배점을 밝히는 역할은 한국교육개발원 대학역량진단센터의 남신동 소장이 맡았다. 세 사람의 발표는 ‘한국의 학령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상황 가운데, 혁신의 주체로 대학을 세우겠다’는 선언이 깔려 있었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많은 대학이 질문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3주기 평가지표를 발표하는 교육부 관계자들은 ‘자율’과 ‘지역배려’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1·2주기에서는 정부가 공시하면 대학이 정원감축을 강제적으로 이행해야 했는데, 이제는 참여 단계부터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지역대학이 정원 충원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배려해 지표 당 만점 기준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권역으로 분리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상태에서 재정지원을 받고 싶지 않은 대학은 없는 상황이다. ‘참여 자율’을 말했지만 향후 참여를 하지 않을 대학은 없다는 게 대학가의 분위기다. 이날 국립·사립 가릴 것 없이 참여한 184개 대학이 이를 방증한다.

1,000여 명의 대학 관계자들이 '2021 시안' 설명을 듣고있다.
1,000여 명의 대학 관계자들이 '2021 시안' 설명을 듣고있다.

 대학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지표는 단연 배점이 높이 책정된 충원율과 취업률이었다. ‘2021 진단 기본계획(시안)’에서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 비중을 100점 만점 중 20점(20%) 반영하기로 했다. 75점 만점 중 10점(13.3%)이었던 3년 전보다 6.7%포인트 증가한 비율이다. 충원한다고 끝이 아니다. ‘유지 충원율’을 새롭게 도입한 점이 지난 지표와 다른 점이다. 이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학생 충원율을 충족한 경우에만 재정을 지속 지원한다는 교육부 정책의 일환이다.

 충원율에서 점수가 깎이지 않으려면 학생 모집부터 미달 사태를 고려해 대학 스스로 입학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유도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적정 규모화를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으나, 대학교육협의회는 이 지표를 두고 “재학생 충원율도 100%를 유지하려면 타 대학 편입이나 자퇴 등 중도탈락까지 막아야 하고, 대학 간 학생 빼 오기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성대학교 안영욱 기획처 전략평가팀은 관계자는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에 충원율에 점수를 많이 준 것은 사전적으로 대학들이 정원을 감축 계획을 내라는 의미인지 물었고, 충원율을 조정했음에도 일반재정지원 대상 대학에 선정되지 못하면, 정원만 줄이고 재정지원도 못 받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졌다. 교육부는 이에 “정원감축 계획을 제출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으며, 이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져주셨으면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육성과 지표에 속한 충원율과 더불어 가장 높은 배점을 가진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20점)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이 지표는 핵심역량과 전공능력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하고 운영하는지, 교수·학습 방법 개선 체제를 구축하는지를 정성평가로 진단한다. 충북대학교 이정미 교수는 “해당 지표는 핵심역량과 전공능력을 원초적으로 다른 능력으로 구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단요소를 두 개로 나누는 것은 또 다른 하위 요소를 만들어 새로운 교육과정을 세분화해서 개설하라는 시그널로 보인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대학교육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이어 “실상 평가구조가 상호경쟁 구조다보니 자율적으로 특성화를 하고 핵심역량을 구축한다고 해도 상대적·정량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평가를 낮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며 명확한 지표를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교양교육과정 전공교육과정을 구분해서 평가하겠다는 말이고, 핵심능력에 있어서 전공기초를 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이 수행하면 그 부분을 평가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다만 “교육부가 방향성을 설정해서 구별해서 매칭시키겠다는 문제의식을 담지는 않았기에, 오해가 없도록 문장을 정리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2021년 시안'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교육부 담당자들
'2021년 시안'에 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교육부 담당자들

 진단 배점에 관한 질문이 오가는 가운데 진행본부가 장내를 정리하는 분위기 속에, 황홍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마지막 질의응답 및 발언의 기회를 얻었다. 황 사무총장은 이번 3주기 진단은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의 장기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단기적 개편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전히 소규모 대학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며,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혁신 지원사업비가 아니라 특별 재정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황 사무총장은 교육부의 ‘선심성 지원’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 사무총장이 발언을 마치자 장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이후에도 질의응답을 요구하는 대학들이 있었지만, 시간관계상 공청회는 종료됐다.

 경북 소재의 한 사립대 관계자 A는 “3시간을 운전해서 왔는데 허탈하다”라고 운을 뗐다. A는 “정책국장의 발표는 안 해도 무방했고, 의견수렴회인만큼 오히려 질의응답과 의견 개진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라며 진행·구성의 미흡함을 언급했다. 또 “지역 소규모 대학으로서는 수도권 집중현상이라는 구조적 조건과 규모가 고려되지 않은 동일 잣대 평가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소규모 대학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은 경성대학교 교수는 “평가 지표에 대한 내용을 학교 본부 쪽하고만 공유하고 일반 대학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주요 주제로는 언급되지 않았던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감점(패널티) 등 제재 적용에 대해서 은 학내비리를 고발하는 목소리를 침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특히 사립대 재단 비리가 곳곳에서 밝혀지는 중인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내 구성원이 짊어져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하며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어 “법인 및 영의 책무성은 배점(9점)에 비해 그 내용이 유명무실해 사립대의 공공성 강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2021 시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교수단체 및 시민단체
'2021 시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교수단체 및 시민단체

 공청회가 열리기 직전인 아침 9시 30분에는 교수단체 및 시민단체들이 ICC 호텔 앞에서 해당 시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진단은 서열화가 아니라 ‘처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학을 서열화하면 우수 대학이 남을 것 같지만 아니다. 고등교육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남은 우수대학과 대학원도 부실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달 안으로 2021년 진단 기본계획 확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는 2021년 진단 편람 의견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정윤 기자 verit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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