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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 특별기고] 고등교육 예산 확보의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대학 개혁 특별기고] 고등교육 예산 확보의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 교수신문
  • 승인 2019.08.2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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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제도 해결을 저해하는 큰 요소가 대학 재정이라면

 교수의 명칭은 1390년(공양왕 2) 부·목의 향교에 교수관을 파견한 데서 처음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교수로 통칭되다가 ≪경국대전≫에서 교수로 고정되었다. 현재 대학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가 있고 이번 개정강사법으로 강사가 교원의 범주에 드디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외에 명예교수, 겸임, 초빙 등을 제외하고도 29가지의 또 다른 별칭들이 있다. 왜 그토록 많은 교수외 다른 이름들이 필요했을까? 


 <명>개정강사법에 대해 우리는 미흡하지만 개선의 방향성이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강사 등 비정규교수들에게는 두 가지의 큰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개정 강사법은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정권에 의해 1962년 대학시간강사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55년간 퇴행하던 대학교원법령과 정책을 멈추고 올바른 방향으로 전진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이다. 기존의 시간강사제도의 폐지를 지향하고, 애매한 교원제도들에 대한 재정립의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같은 교원으로서 동등한 대우와 권리 보장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하고 끊임없는 투쟁으로  쟁취해내야 할 것들이다.


 또한 이번 개정강사법은 강사와 여타 비전임교원들에게 교원으로서의 구체적 지위와 권리 보장, 실질적 처우 개선, 고용 안정의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미흡한 법령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투쟁해왔던 과정들을 생각하면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강사법은 분명히 개선안이다. 기존의 야만적 시간강사제도, 2011년 유예강사법(정부가 입법 발의하고 국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설계가 잘못되어 시행이 4차례나 유예된 강사법), 2017년 개악강사법안(정부가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법을 개악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켜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 됨으로써 사실상 폐기된 강사법안)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강사만이 아니라 다른 비전임교원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확대 개선안이다.


 지난날 시간강사들은 6개월 이하로 계약하고, 포괄임금(시간급)을 받으며, 조교(학교측)으로부터 연락이 안 오면 해고당한 것이고, 방학 중 급여나 연구실 및 각종 학사참정권과 의사결정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대학 안의 유령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개정강사법을 평가해야 한다. 
개정강사법의 핵심은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강의료 , 퇴직금보장, 방학기간 임금보장,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한 임용, 부당한 재임용거부금지 등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강사도 교원소청심사권,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점이다. 


 <암>하지만 2019년 2학기 대학들의 강사공개채용 내용을 살펴보면 또 다시 분노를 억누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8월 1일 시행전인 2019년 1학기 강사법 예비시행단계에서 대학들은 무려 15,000명 이상의 강사를 해고 했는데, 또 다시 공개채용과정에서 2016년, 2017년, 2018년에 유지되던 강사의 수를 급격히 줄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사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에 의해 2018년 1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강사법인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불과 몇 개월 지나 즉, 강사법 시행전인 이번 1학기에만 15,000여 명의 강사를 해고했다. 대학들은 지난 10년간 동결된 등록금, 사립대학교의 재정상태를 해고 이유로 든다. 그 결과 대학은 강사를 채용하지 않고 겸 초빙을 채용하고 있다.


 강좌수를 줄이고 대형강좌를 늘이고 전임등 기타 비전임교원들에게 과도한 교육노동을 전가하고 있다. 책임시수 9시간을 초과한 18시간 심지어 28시간을 맡는 전임교원도 있다. 이는 교육의 질 측면에서 분명 재고해야 할 부분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또 그만큼의 강사는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사가 사라지면 그 자리를 누군가는 대신할 것이다. 하지만 강사선배들을 보고 꿈을 키워오던 대학원생들은 과연 누구를 모델로 삼을까? 결국 강사, 대학원생, 학문연구의 연속성, 학문생태계 등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붕괴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는 대학들로 하여금 2018년 수준의 강사고용을 유지하도록 다각도로 대학을 설득하고 개정강사법의 안착을 위해 노력했다고 본다. 하지만 대학들은 재정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 강사처우개선을 하도록 강요한다고 항변한다. 그러면 사립대학들은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교직원들이 고임금을 유지하고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그건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김용섭 박사
철학·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대학들이 재정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실상 어느 정도 우리는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강사문제를 강사들만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면 그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강사문제는  대학의 위기와 학문생태계위기, 학문후속세대 단절이라는 고등교육의 위기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이 같은 위기의 정점에 재정문제가 있다면 고등교육의 정부책임성을 강화해야한다. 즉 OECD기준의 고등교육예산확보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 공영형사립대의 육성방안 등을 통해 대학재정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것은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강사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법은 지키라고 만들었고 이의 모범을 보여야할 최고교육기관인 대학들이 더 이상 강사법을 왜곡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동원한 모든 기만적인 꼼수를 걷어치우고 큰배움터 다운 대학다운 대학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반세기 이상 우리나라 대학들은 강사들의 희생위에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그 지난한 세월을 인고하고 살아왔던 강사들에게 이 사회와 대학들이 그동안 진 빚을 갚아야 한다. 그런 방법까지 법으로 시행령으로 합의해서 마련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정부도 더 이상 대학과 강사들에게만 문제해결을 하도록 방기하지 말고 머리를 맞대고 그 해법을 마련하는데 함께해야 한다. 이 길만이 고등학문을 살리고 학문연구의 단절 없는 현재진행형의 학문의 발전이 국가발전의 초석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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