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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미워하되 일본 국민을 미워하진 말자”
“아베는 미워하되 일본 국민을 미워하진 말자”
  • 김범진
  • 승인 2019.08.2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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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최재목 교수 ‘한일갈등 해법’ 긴급 대담
‘애국 아니면 이적’으로 분열되면 대응 어렵다
정부끼리는 대결해도 한일 국민차원 연대 필요

최근 한일 간의 불편한 관계 문제를 놓고 박홍규 영남대 명예교수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가 지난 16일 영남대 중앙도서관에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한일 간 대립이 파괴적으로 가서는 안 되고 발전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며,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시민사회와의 연대’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시민이 주체가 돼 시민 연대에 의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민사회에 일본인 전체에 대한 반감과 ‘애국 아니면 이적’이라는 기존 이분법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며, 적대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 등 극우 세력에 대한 것으로 국한하고 그 외 일본 시민과의 연대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까지 <교수신문>에 ‘무덤기행’을 연재하며 독립운동가인 박열의 동지이자 부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생애를 조명한 바 있는 최재목 교수는 “그렇게 참혹했던 시기에도 많은 양심적 진보적 일본인들이 조선인, 한국인들과 공동으로 전선을 구축하거나 연대한 기억이 있다”며 “그 숫자를 계속 늘리는 일이 소중할 것이다. 오히려 정치를 시민연대가 이끌어가고 만들어 낼 수 있을 때까지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교수는 현재의 한일관계 문제에 대한 일부 여론에 관해서도 비판의 뜻을 함께했다. 박홍규 교수는 “최근 여러 교수를 만나서 한일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상당수가 일본 측 주장과 거의 같아 대단히 놀랐다. 그 주장의 전제에는 아베가 옳고 문재인이 그르다는 것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으로 편이 갈라져 잘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그러지 말고 문제의 팩트 그 자체에 대해 명확히 알고, 대처 방법을 냉정하게 따져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이번에 놀란 것은 아베나 일본 정부가 극우 보수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교수들이 많다고 하는 점이다. 아베는 침략 자체를 부정한 사람이고, 한국의 뉴라이트 같은 역사관을 가지고 교육기본법도 개정했다”며 아베가 수상이 된 2006년 이후 자민당도 극우의 길을 걸어왔다고 전제한 뒤 “그런 아베를 극우는커녕 보수로도 보지 않고 일본에서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우리도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 교수가 많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일본이 후쿠시마 이후 재해에 의해 ‘끝장난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은 일본 내부의 숙명적인 문제나 불안, 불만의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들의 눈을 그들 자신(내부)이 아니라 바깥(외부)으로 돌려 자신들의 권력을 지킬 것”이라고 보았다.

한편 이들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인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의 ‘반일 종족주의’ 출간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박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하나의 학설로서는 전적으로 무의미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식민지 시대에 만든 근대적 시설이나 제도가 자본주의의 기초를 낳았다고 해도 그것이 조선이라는 전제 사회에 반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였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많은 독립투사가 35년간 일제에 대항해 민족독립을 위해 싸웠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근대란 역사적 보편이다. 일본 제국주의가 아니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조선은 그 나름의 특성을 가진 근대라는 길로 필연적으로 나아갔을 것”이라며 “조선을 근대화하기 위해서 식민 통치를 한 것이 아니다. 근대화란 자신들의 야욕을 성취하기 위한 부수적인 사업”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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