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몰랐던 우리나라꽃 지식제공 좋았는데…”
화분으로 전시…관리에도 문제
“역사적 공간에 아예 식재를”
무궁화 테마공원 조성 제안도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일주일간 광복절을 맞아 서울시가 주최하는 첫 무궁화축제가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열렸다. 이를 관람한 다수 시민들은 “무궁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다”는 등 좋은 행사라고 평했지만, 그중 일부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국화인 무궁화가 일회성 전시에만 화분에 담겨 잠깐씩 동원되다가, 평소에는 격리되어 보이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일주일간 무궁화축제에 전시되었던 무궁화들은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내곡양묘장으로 옮겨졌다.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으며, (평소 이곳에서 관리되는 무궁화들은) 공식적으로 행사가 있을 때만 공급한다”고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는 밝혔다.
자신을 민방위 1년 차라고 밝힌 한 시민은 “무궁화 신세가 휴가 때 잠깐 왔다가 다시 시민들 못 가는 곳으로 사라지는 군인과 같다”고 말했다.
행사 현장을 찾은 또 다른 시민은 ‘국내 육성되는 무궁화 종이 170여 종이고, 세계에는 380여 종이 있다’는 주최 측 설명을 봤다며 “이렇게 다양한 무궁화가 있는지 몰랐다. 일회용 애국심 전시만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무궁화 테마공원 조성도 가능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시 도시농업과 관계자는 “화분에 담겨있는 꽃들은 관리상 어려움이 있다. (콘크리트 바닥에 전시되면 땅에 심긴 것과 달리) 한참 더울 때라서 물을 아침저녁으로 줘도 잘 시들어 장기간 축제를 기획할 수 없다”면서 “무궁화공원이 생기면 좋겠지만, 서울에서는 그런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본래 무궁화축제는 산림청에서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28회 관리해오던 행사다. 하지만 시민들 중에서는 무궁화축제에 관해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이들이 많았고, 그 중 일부는 아예 최근에 무궁화를 본 적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궁화 선양 사업을 위한 법 제정을 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화려한 장미축제와 현란한 벚꽃축제 속에 무궁화는 점점 국민으로부터 잊혀져 간다. 지금이 개화기임에도 주변에서 무궁화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고, 한적한 곳이나 엉뚱한 곳에 방치된 듯 자라는 무궁화를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국가를 상징하는 국화는 마땅히 우리의 중요 생활공간에 식재돼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서울시 차원에서 처음으로 무궁화축제를 진행하도록 기획한 유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은 “현충원의 무궁화를 보고 착안했다”고 했지만, 정작 동작구에서도 현충원 외의 장소에서는 무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면서 “서울시 내에서 공원화 계획을 세울 때 무궁화를 일정 비율 심을 수 있도록 하는 조례를 만들 수 있을지 한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시민 중 일부는 무궁화축제의 발전 방향에 관해 제언하기도 했다. 문화 쪽 회사에 종사 중이라는 이모씨는 “축제라는 건 무언가 즐기고 분위기와 감성을 향유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벚꽃은 그 자체가 감성의 상징이다. 무궁화도 그런 게 필요하다고 본다. 축제를 인위적으로 만들 순 있지만, 지속하려면 유인 동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뒤 “벚꽃과는 다른 감성을 발굴해내서 하나의 문화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범진 기자 jin@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