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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 교수신문
  • 승인 2019.08.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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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 이어서 더 새로운’ 조선의 풍류와 사랑

김용찬지음 | 한티재 | 412쪽

조선 전기의 문인인 신흠은 노래를 불러 시름이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라고 읊었다. 고려의 유신이었던 이색은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하며 쓸쓸한 심정을 노래했다. 세종 때 북방의 육진을 개척한 김종서는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라는 노래로 자신의 포부를 표현했다. 병자호란이 끝나고 김상헌은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라고 노래하며 청나라로 끌려갔다. 황진이는 “동짓달 기난긴 밤”을 “어론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라고 님을 그리는 심정을 노래했다.

우리에게 노래란 무엇인가? 노래가 없는 삶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옛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노래로 시름을 풀었으며, 심신을 수양하는 데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고전문학 작품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시가 작품들은 우리의 선조들이 향유했던 노래들이다. 주로 조선시대에 지어지고 향유되었던 시조를 통해 그들은 사상과 감정을 표출하고, 풍류와 흥취를 즐기며, 당대의 현실과 역사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토해내기도 했다. 

언뜻 고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시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오히려 풍부하고 다양한 주제와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과거이지만 그들에게는 현재인 당시 시조들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시조를 통해 옛사람들과 교감하고, 당시의 사회와 문화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주로 향유되었던 시조를 통해 당시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시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워야만 했던 시조, 글자로만 보았던 시조가 사실은 그 이면에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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