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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주주의 특강 참관기 : 김우창 교수의 강연을 중심으로
한국민주주의 특강 참관기 : 김우창 교수의 강연을 중심으로
  • 문광훈 고려대
  • 승인 2003.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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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적 개인성과 '절제의 윤리학'

문광훈 / 고려대·독문학
 

지금 여기의 나는 자유롭고 행복한가.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기 위해 너와 우리의 자유와 행복은 어떠하고, 이것이 가능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은 무엇인가. 그것은 개인 상호간에, 또 나라와 나라 사이에 어떤 식으로 구비되고 실행돼야 하는가. 이를 위한 국제적 질서의 방향과 사회정치적 제도는 어떠해야 하고, 이 제도 속의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이번에 개최한 '제3회 한국민주주의 특강: 민주화 이후의 한국사회'라는 강연회는 바로 이런 물음을 삶의 전체구도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적어도 형식적, 제도적 차원에서는 성립됐다고 말해지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는 열심이어도 나 아닌 사람의 권리에는 무관심하고, 집단적 권리를 표출할 때에도 제도적 틀을 넘어서기 일쑤다. 의무(조세나 군복무)에 때로 충실해도 권리영역(정치적 참여)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며, 학연과 지연을 통한 온갖 편법과 한탕주의는 매일의 신문과 뉴스를 채운다. 이런 상태에서라면 우리는, 임희섭 교수가 지적했듯이, 복종만 알지 권리의 영역에 참여하지 못하는 臣民일 뿐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적이고 좀더 시민개인적인 특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의 현대사가, 김우창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혁명적 정열로 움직여 왔다면 지금부터 필요한 것은 "조용한 이성적 정열"이다. 그는 타협과 합의, 이성적 토의, 제도와 법과 같은 민주적 가치를 통해 "사회복지체제를 수립"해가자고 제안한다. 이 체제는 그러나 의료나 교육 등의 사회적 대책만이 아니라 문화와 환경 등 "인간적 삶의 실현에 필요한 사회적 조건의 조성으로까지 확대"된다. 이 조건에 대한 논의는 이성적 토의를 통해, 법과 제도의 섬세한 절차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실에 대한 이런 논의는 남북관계, 자본주의 체제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서구지식인들의 대응방식을 그가 다룰 때 그 외연을 만나고, 그 내외적 현실은 녹색공동체의 이상을 다룰 때 그 접점을 이룬다. 분명한 것은 개별적인 것을 하나이되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형식이 당파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슈화되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제기되고 발전했는가 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최장집 교수의 주장과 서로 상응한다.

절실한 것은 시민사회의 성장이고 시민운동의 활성화며, 무엇보다도 시민문화의 내면화다. 민주화 이전의 민주주의가 구조적 전환을 위한 힘의 집중을 필요로 했다면, 그 이후의 민주주의에는 개혁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와 더불어 '다른 목소리'에 대한 인정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 그러면서 그것은 일정하게 통일된 방향 ―사회전체의 시민적 민주화, 민주화의 내면화를 지향해야 한다. 이런 논의는 가령 이즈음 말해지는 '전지구적 기억의 문화'와 관련해 좀더 구체화돼야 할 것이다. 어떻든 보편주의적 원칙은 논쟁적으로서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한 소박한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김우창 교수가 언급한 푸코의 '자기에 대한 배려'에서 암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스 철학에서의 성적 쾌락의 활용문제와 관련해 푸코가 말했듯이, 성행위의 비도덕성은 과잉이나 무절제에 있지 그 행위 자체에 있지 않다. 지혜란 절제를 이름하고, 이 절제로부터 자기지배도 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자유도 온다. 자기 배려의 기술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기에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듯,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금욕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어떠한가" 하고 김우창은 말한다. 스스로 금욕적 삶을 선택할 때, 우리는 개인적으로 기쁘고 공적으로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번 강연에서 강조된 이성적 정치문화와 시민적 개인성이 합치된 곳일 것이다. 절제의 윤리학이 정치적으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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