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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국가주의 비판 서적들
민족주의/국가주의 비판 서적들
  • 이지영 기자
  • 승인 2003.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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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사적 '실재'의 허구를 논하다

민족주의의 허구를 정면으로 내세운 최초의 번역서는 1991년 베네틱스 앤더슨의 '민족주의의 기원과 전파'(1991, 나남)이다. 이 책에서 이미 앤더슨은 모든 사회적 실체란 역사적 과정을 통해 문화적으로 구성된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민족도 '상상된 공동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최근 '상상의 공동체'(2002, 나남)이라는 이름으로 재출판됐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민족주의 비판은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다시 활기를 띄었다.
고모리 요이치를 비롯해 일본 진보지식인 18인이 저술한 '국가주의를 넘어서 '(1999, 삼인)이 대표작. 이후 '내셔널 히스토리를 넘어서'(2000)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일본의 신 내셔널리즘 이면의 자국 중심적이고 팽창주의적 경향이 담고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으로, 비록 이들이 일본학계에서 변방에 자리잡고 있지만 제국주의의 기억을 가진 일본학계에서 국민국가의 허구성을 논의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끌었다. 니시카와 나가오의 '국민이라는 괴물'(2002, 소명출판)도 제목 그대로 지구촌의 그 어떤 국민국가라 해도 그 안의 국민이란 '괴물' 내지 '인조인간'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이 뿐만 아니다. 고자카이 도시아키의 '민족은 없다'(2003, 뿌리와이파리)는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민족의 허구성을 증명했으며, 재일학자인 이성시는 '만들어진 고대'(2001, 삼인)를 통해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민족' 개념이 어떻게 고대사를 왜곡하고 있는지 보였다. 동아시아의 고대사 명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관점이다.

국내저작으로는 임지현 한양대 교수의 '민족주의는 반역이다'(1999, 소나무)와 김기봉 경기대 교수 '역사는 무엇인가를 넘어서'(2000, 푸른역사), 윤해동 서울대 강사의 '식민지의 회식지대'(2003, 역사비평사)가 있다. 임 교수는 민족주의 사학이 민족적 형식을 강조한 나머지 민족을 초역사적인 자연적 실재로 부당 전제함으로써, 역사 연구의 인식론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역사학을 신화의 영역으로 끌고 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민족주의 사학은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과 함께 근대 민족 국가를 표상하는 정치적 기능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치 권력과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했다"는 그의 견해는 민족주의 국사학에 대한 정면도전이었다. 한편 김 교수는 제도권내에서 독점적으로 행해진 역사교육이 일반적으로 기억하기를 강요했음을 지적했다. 포트스모더니즘적 역사이론을 수용해 현실과의 매개를 통해 풀어낸 시도였다. 윤 교수는 한국사 전공자이면서도 지배와 저항의 이항대립적 도식에 구성된 한국근대사상을 비판하면서, 근대민족주의 특성을 낱낱이 해부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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