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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리] 한류를 다시 보는 마음
[북소리] 한류를 다시 보는 마음
  • 교수신문
  • 승인 2019.07.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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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확실히 한류(K-Wave)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K-Pop 및 영화확실히 한류(K-Wave)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K-Pop 및 영화확실히 한류(K-Wave)는 출판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K-Pop 및 영화·드라마가 선도한 한류가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4년 전 일이다. 장르문학에 좀체 관심이 없던 내가 400페이지 넘는 영문판 소설을 며칠 밤이나 설쳐가며 완독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을 한 권 발견했다. 내친 김에 아이슬란드 출신인 이 작가의 영어 번역본을 두 권 더 입수해서 읽은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담당 에이전트에게 한국어 판권을 사들이고 싶다는 요청서를 보냈다. 한국 측 에이전트는 호들갑스러운 나의 독후감을 반기면서도 다른 문제를 고민했다. 알고 보니 현재 아이슬란드 문학을 대표한다는 이 소설가는 이미 전 세계 33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번역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줄 세우기를 하는 스타 작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황소자리 출판가 제시한 소박한 오퍼 조건을 작가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는 얘기였다.


에이전트의 말은 기우가 아니었다. 오퍼를 접한 작가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곧장 의견을 보내왔다. ‘작품에 대한 호의 어린 관심, 매우 고맙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시한 선인세 금액이 주요 유럽 국가 출판사에서 동일 작품 판권을 구입한 가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작가에게 한국 출판사의 오퍼를 전달하겠으나, 긍정적인 회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겁 없이 무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이 된 나와 에이전트는 좀 더 기다려 보자며 이야기를 일단락 지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밤사이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날 오후에 제출한 우리의 오퍼가 승인되었다는 제목의 회신이 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엊저녁에 받은 매니지먼트 담당자의 메일은 완곡한 거절 의사를 암시하고 있었는데? 서둘러 메일을 클릭했다. 통상 이런 메일의 경우, 간략한 사실관계만 적시하므로 대여섯 줄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에 없이 긴 문장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오퍼 승인 내용 아래, 작가의 코멘터리가 덧붙여졌다. 알고 보니 이 스타 작가께서 한류 팬이었던 것이다. ‘와우! 한국에서 내 소설을 관심 있게 읽고, 번역 출판하겠다는 제의를 해주다니. 이건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만 같아. 한국 출판사의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합니다.’ 그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의 영화감독,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는 작품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더불어 10대인 딸이 한국 아이돌의 팬클럽 회원이라면서, 자신의 소설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서점에서 독자사인회를 갖는 것이야말로 간절한 소망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 처음 실감했다. 말로만 듣던 한류가 저 먼 북구의 나라 아이슬란드에까지 거세게 불어닥칠 만큼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서는 한류의 영향이 좀 더 구체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와 직접 소통하려는 작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SNS가 보편화된 시대의 특성도 물론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 개인의 취향이나 욕망이 반영되지 않는 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청해서 한국 편집자의 연락처를 캐물을 까닭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K-Pop이나 드라마, 김치를 거론하는 데서 나아가 ‘익선동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묶고 싶다’거나 ‘설음식인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거나 ‘햄을 넣어 만든다는 한국의 부대찌개 맛이 정말 궁금하다’는 구절을 읽을 때면, 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모종의 판타지가 엿보여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 한편으로 불쑥불쑥 자괴감이 든다. 이렇듯 기세등등한 다른 문화 장르에 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출판이야말로 많이 무기력한 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 뭔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 아마도 출판이 나설 역할이 따로 있을 것이다. 한류에 기대 희희낙락하기 전에 이제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 드라마가 선도한 한류가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4년 전 일이다. 장르문학에 좀체 관심이 없던 내가 400페이지 넘는 영문판 소설을 며칠 밤이나 설쳐가며 완독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을 한 권 발견했다. 내친 김에 아이슬란드 출신인 이 작가의 영어 번역본을 두 권 더 입수해서 읽은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담당 에이전트에게 한국어 판권을 사들이고 싶다는 요청서를 보냈다. 한국 측 에이전트는 호들갑스러운 나의 독후감을 반기면서도 다른 문제를 고민했다. 알고 보니 현재 아이슬란드 문학을 대표한다는 이 소설가는 이미 전 세계 33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번역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줄 세우기를 하는 스타 작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황소자리 출판가 제시한 소박한 오퍼 조건을 작가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는 얘기였다.


에이전트의 말은 기우가 아니었다. 오퍼를 접한 작가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곧장 의견을 보내왔다. ‘작품에 대한 호의 어린 관심, 매우 고맙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시한 선인세 금액이 주요 유럽 국가 출판사에서 동일 작품 판권을 구입한 가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작가에게 한국 출판사의 오퍼를 전달하겠으나, 긍정적인 회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겁 없이 무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이 된 나와 에이전트는 좀 더 기다려 보자며 이야기를 일단락 지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밤사이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날 오후에 제출한 우리의 오퍼가 승인되었다는 제목의 회신이 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엊저녁에 받은 매니지먼트 담당자의 메일은 완곡한 거절 의사를 암시하고 있었는데? 서둘러 메일을 클릭했다. 통상 이런 메일의 경우, 간략한 사실관계만 적시하므로 대여섯 줄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에 없이 긴 문장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오퍼 승인 내용 아래, 작가의 코멘터리가 덧붙여졌다. 알고 보니 이 스타 작가께서 한류 팬이었던 것이다. ‘와우! 한국에서 내 소설을 관심 있게 읽고, 번역 출판하겠다는 제의를 해주다니. 이건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만 같아. 한국 출판사의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합니다.’ 그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의 영화감독,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는 작품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더불어 10대인 딸이 한국 아이돌의 팬클럽 회원이라면서, 자신의 소설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서점에서 독자사인회를 갖는 것이야말로 간절한 소망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 처음 실감했다. 말로만 듣던 한류가 저 먼 북구의 나라 아이슬란드에까지 거세게 불어닥칠 만큼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서는 한류의 영향이 좀 더 구체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와 직접 소통하려는 작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SNS가 보편화된 시대의 특성도 물론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 개인의 취향이나 욕망이 반영되지 않는 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청해서 한국 편집자의 연락처를 캐물을 까닭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K-Pop이나 드라마, 김치를 거론하는 데서 나아가 ‘익선동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묶고 싶다’거나 ‘설음식인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거나 ‘햄을 넣어 만든다는 한국의 부대찌개 맛이 정말 궁금하다’는 구절을 읽을 때면, 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모종의 판타지가 엿보여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 한편으로 불쑥불쑥 자괴감이 든다. 이렇듯 기세등등한 다른 문화 장르에 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출판이야말로 많이 무기력한 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 뭔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 아마도 출판이 나설 역할이 따로 있을 것이다. 한류에 기대 희희낙락하기 전에 이제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드라마가 선도한 한류가 어떤 식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는지를 실감한다.


4년 전 일이다. 장르문학에 좀체 관심이 없던 내가 400페이지 넘는 영문판 소설을 며칠 밤이나 설쳐가며 완독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작품을 한 권 발견했다. 내친 김에 아이슬란드 출신인 이 작가의 영어 번역본을 두 권 더 입수해서 읽은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담당 에이전트에게 한국어 판권을 사들이고 싶다는 요청서를 보냈다. 한국 측 에이전트는 호들갑스러운 나의 독후감을 반기면서도 다른 문제를 고민했다. 알고 보니 현재 아이슬란드 문학을 대표한다는 이 소설가는 이미 전 세계 33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등지에서 번역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줄 세우기를 하는 스타 작가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황소자리 출판가 제시한 소박한 오퍼 조건을 작가 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스럽다는 얘기였다.


에이전트의 말은 기우가 아니었다. 오퍼를 접한 작가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곧장 의견을 보내왔다. ‘작품에 대한 호의 어린 관심, 매우 고맙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시한 선인세 금액이 주요 유럽 국가 출판사에서 동일 작품 판권을 구입한 가격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작가에게 한국 출판사의 오퍼를 전달하겠으나, 긍정적인 회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살짝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렇다고 겁 없이 무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심정이 된 나와 에이전트는 좀 더 기다려 보자며 이야기를 일단락 지었다.


다음날 출근해서 밤사이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하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전날 오후에 제출한 우리의 오퍼가 승인되었다는 제목의 회신이 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엊저녁에 받은 매니지먼트 담당자의 메일은 완곡한 거절 의사를 암시하고 있었는데? 서둘러 메일을 클릭했다. 통상 이런 메일의 경우, 간략한 사실관계만 적시하므로 대여섯 줄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전에 없이 긴 문장이 이어졌다. 공식적인 오퍼 승인 내용 아래, 작가의 코멘터리가 덧붙여졌다. 알고 보니 이 스타 작가께서 한류 팬이었던 것이다. ‘와우! 한국에서 내 소설을 관심 있게 읽고, 번역 출판하겠다는 제의를 해주다니. 이건 정말이지 꿈을 꾸는 것만 같아. 한국 출판사의 제안을 조건 없이 수용합니다.’ 그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국의 영화감독, 몇 번이나 반복해서 봤다는 작품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더불어 10대인 딸이 한국 아이돌의 팬클럽 회원이라면서, 자신의 소설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서점에서 독자사인회를 갖는 것이야말로 간절한 소망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 처음 실감했다. 말로만 듣던 한류가 저 먼 북구의 나라 아이슬란드에까지 거세게 불어닥칠 만큼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최근 들어서는 한류의 영향이 좀 더 구체적인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러니까 한국 출판사의 편집자와 직접 소통하려는 작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SNS가 보편화된 시대의 특성도 물론 작용했을 터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 개인의 취향이나 욕망이 반영되지 않는 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청해서 한국 편집자의 연락처를 캐물을 까닭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K-Pop이나 드라마, 김치를 거론하는 데서 나아가 ‘익선동에 있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며칠 묶고 싶다’거나 ‘설음식인 떡국을 맛있게 먹었다’거나 ‘햄을 넣어 만든다는 한국의 부대찌개 맛이 정말 궁금하다’는 구절을 읽을 때면, 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모종의 판타지가 엿보여서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그런 한편으로 불쑥불쑥 자괴감이 든다. 이렇듯 기세등등한 다른 문화 장르에 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출판이야말로 많이 무기력한 게 아닌가 하는 부끄러움. 뭔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 아마도 출판이 나설 역할이 따로 있을 것이다. 한류에 기대 희희낙락하기 전에 이제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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