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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에 갇힌 대학…"계급화 막아야"
'트랙'에 갇힌 대학…"계급화 막아야"
  • 교수신문
  • 승인 2019.07.15 10: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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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의 그늘…"비정년트랙 교수제도 철폐를"
"승진 불가  발언 불가  노조 불가"
주 21시간 강의 기본…일은 많고 발언권 전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현황과 처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위원장 노중기 교수(가운데)가 사회를 보고 정의당 이영국 국회의원(가운데 오른쪽) 등이 참여해 토론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현황과 처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위원장 노중기 교수(가운데)가 사회를 보고 정의당 이영국 국회의원(가운데 오른쪽) 등이 참여해 토론하고 있다.(사진=윤연정 기자)

 

 전국교수노조가 주관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현황과 처우개선 방안 토론회'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실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등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했다. 

 김용섭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이정순 목원대 조교수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현황과 문제, 목원대 사례를 중심으로', 최상민 조선대학교 조교수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현황과 문제, 조선대 사례를 중심으로', 이화여대 위대현 부교수가 '현황과 문제 해결 방안'을 차례로 발표했다. 여영국 국회의원의 축사와 더불어 토론자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박배균 서울대 교수, 김영인 서울신학대 교수,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사회는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위원장 노중기 한신대 교수가 맡았다. 

 "저희 대학에 장미공원이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잡초를 정성스럽게 제거하고 있더군요. 제가 장미원의 장미만큼도 못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으로 들어온지 6년차인데, 권리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는 부분에 정년교수들은 제가 비정년계열로 뽑혔기 때문에 당연한거라고 얘기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회복이 너무 어렵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지방대 김 모 조교수는 기초대학 소속으로 교양과목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2019년 상반기에도 (주당) 21.5학점(시간) 수업을 했다고 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대학 교원의 주당 수업시수는 9시간이 원칙이지만 비정년트랙 대학교수들이 담당하는 강의 시간은 이를 훌쩍 넘는다. 이와 더불어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은 매년 정년트랙 교수들처럼 논문을 제출해야하는데도 개인 연구실이 제공되지 않고, 연구 학기가 보장되지 않는 등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임금은 물론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돼 있는 사실상 '비정규직 지식노동자'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이란, 정년보장 심사 절차를 통해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조교수, 부교수 등의 직급을 부여받는 '교원'을 가리킨다. 강의 중심 교원, 연구중심 교원, 외국인 전임교원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교수의 역할을 부여 받지만 법령 및 제도적으로는 전임교원으로서의 신분을 가진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목원대지회장 이정순 목원대 조교수는 “정년교수들과 다르게 비정년 교수들은 강의만을 전담하지 않고 온갖 잡무를 하고 있다”며, “지난학기에는 강사법 때문에 (강사들 대신) 강의전담교수들이 다 맡아서 하게 됐고, 실제로 (일주일) 27시간을 강의한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근데 이들이 받는 임금은 1시간 초과당 1만3000원이다. 지금은 사립대에서는 시간당 (기본) 6만원, 국립대에서는 9만원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비정년트랙 교수는 만년조교수"라며, "연구프로젝트 수주는 조교수가 할 수 없고 부교수 이상 되어야 하는데, 재직기간 10년이 넘어도 그런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2년마다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계약인데 그런 표현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교수노동조합 대외협력위원장 노중기 교수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은 노동연구 기준에서 보면 명백히 비정규직노동자다. 근데 교육부가 전임교원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초 교육부는 비정년트랙 교수들의 연봉 하한선을 4년제 3,099만원, 전문대 2,470만원으로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대학평가에서 감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교육부가 내놓은 단기 처방전일뿐이다. 대학마다 차등이 있지만 4년제 대학 내 같은 직급의 정년계열 전임교원은 부교수의 경우 평균 연봉이 대략 5,000만원에서 9,000만원에 달했다. 비정년트랙 교수 내에서도 차등이 있어 분류에 따라 처우도 달라진다. 지방대는 더 심각하다. 

 다만, 전국교수노동조합 정책실장 위대현 이화여대 부교수는 토론회에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처우와 보수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이 정보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별 계약서를 직접 보지 않는 한 그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을 운영하는 방식이 대학별로, 단과별로 차이를 보이는 등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의 임용현황을 보면 목원대는 40%, 조선대는 21% 그리고 이화여대는 5-10%로 추정된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행한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전국 4년제 대학평균 비정년트랙 교수임용 현황이 18%로 공시했다. 심한 곳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율이 50%을 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정년계열 교수들 보다도 수업을 많이 하는 이들은 비정년트랙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교내 의사결정구조에서 어떠한 발언권도 없다. 임금, 근무조건 등에서 오는 실질적인 제도적 한계에서 오는 온갖 차별 외에도, 이들이 가장 힘들게 느끼는 것은 같은 교수, 대학직원들 내에서 생기는 차별문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공동의장 황지수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문제가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대학의 의사결정과정에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학에서 수적으로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발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학생들의 현실과 닮아있다”며, “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학생과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함께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정의당 소속 여영국 국회의원은 “교수와 강사만 있는 줄 알았는데 교수 중에서도 교수가 아닌 그런 분들이 있더라”며, “민간 분야에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런 위기를 양질의 교육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비정년트랙은 문제다.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의 역할 차원에서 이 문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김도완 과장은 “최근 새로운 강사법이 취지는 좋게 만들어졌으나, 모든 제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풍선효과가 일어나는 것 같다”며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문제와 같이 연결해서 살펴보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지만 현재 대학이라는 교등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확보의 어려움이라”며, “교육부는 공적인 재원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더 할 것이고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해결 될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순 목원대 조교수는 “당장 2년 후에 있을 대학 3주기 평가(대학 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전임교확보율 폐지해야 한다”며, “비정년트랙 교수들이 많으면 감점을 해야 대학 경영진들이 무서워한다”고 실질적인 단계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잘못된 제도로 대학을 계급사회로 만드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대학) 직원들도 노조가 있고 조교들도 노조가 있는데 비정년계열 교수들만 없다”며, “투명인간 취급은 더 이상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위대현 이화여대 부교수는 당장 '비정년계열'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을 당부하며, 대학평가지표상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른바 '비정년계열'은 아무런 법적 실체가 없으므로 '비정년계열'만 다른 전임 교원으로부터 구분해내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정보공시 등에는 모두 '전임교원'으로 표기되어 통계자료를 제시한다. 무엇보다 위 부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비정년계열 전임교원제도를 만들어낸 '계약임용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8월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에게 법적인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방학기간 중 가상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개정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 내 시간강사 수가 줄고, 비정년계열 전임교원 교수들이 과도한 수업시간을 채워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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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합니다 2019-07-19 15:03:53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교육부에서 정교수와 비정년교수를 차등 점수하는 것만으로도 개선에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