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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백범의 길: 임시정부의 노정을 밟다 上下』(김광제 외 지음, 아르테, 상권 363쪽, 하권 291쪽, 2019.06)
[책을 말하다]『백범의 길: 임시정부의 노정을 밟다 上下』(김광제 외 지음, 아르테, 상권 363쪽, 하권 291쪽, 2019.06)
  • 교수신문
  • 승인 2019.07.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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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상하이탈출’ 첫 복원 공개
거액 현상금 걸린 신분으로 탈출
집념의 독립염원 생생히 기록
기획-출간 2년 걸린 한중 합작

“1919년 당시 상하이(上海)는 동·서양의 문물이 만나는 곳이자 열강들의 정치 활동의 무대였으며, 우리 해외 독립운동의 주요 근거지가 되었다 ... 그리하여 1919년 4월 11일 국내외 독립운동의 지도자들이 상하이에서 한국 역사상 최초의 공화제 정부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였다.”

백범 서거 70주기를 맞아 출간된 『백범의 길: 임시정부의 중국 노정을 밟다 上下』는 중국 중서부 대륙을 중심으로 숨 가쁘게 흘러갔던 임시정부의 노정을 서술한다. 김구 선생, 독립운동가 그리고 그 가족들은 27년 동안 상하이에서 충칭(重慶)까지 20 여개의 도시를 거치며 5000킬로미터가 넘는 고난과 시련의 길을 이어 갔다. 이 책은 당시 선열들이 품었던 독립을 향한 염원의 불꽃이 닿은 행적을 철저히 그려낸 기록물이다.

백범의 길 상하권 표지

상권에서는 1932년 4월 29일에 발생한 윤봉길 의거 이후 밝혀지지 않았던 김구 (당시 임정 국무위원) 선생의 피난 경로를 처음으로 복원해 공개했다. 위기일발의 상하이 탈출에 대해서는 『백범일지』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김구 일행을 숨겨준 피치 부부, 애시모어와 그 부인 제럴딘도 이 사건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 애시모어의 『조지 피치와 대한민국: 피치 회고록과 문서 속 한국과 김구』 그리고 제럴딘의 「아무도 모르는 한국 지도자」 라는 글이 그것이다. 세 기록을 토대로 상하이 탈출기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김구 선생 일행은 피치 부부의 도움으로 상하이 서남쪽에 있는 신룽화역을 거쳐 자싱과 항저우로 빠져나갔다.

당시 현상금이 60만 원이나 걸린 몸으로 가까스로 상하이를 탈출한 김구 선생은 13년 후 1945년 11월 5일 상하이 장완 비행장에 도착한다. 이 곳은 중일전쟁 이후 일본군이 건설하고 일제 패망 때까지 일본의 군용비행장으로 쓰였다.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중국정부로부터 예우를 받으며 상하이에 다시 방문한 감회를 전하는 말은 인상 깊다.

“나는 13년 전에 상하이를 떠날 때 홀로 난시(南市)길가에서 미국인 피치 부부 두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새벽에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렇게 여러 동포를 대할 때 내 가슴은 구름과 같이 뭉게뭉게 한다.”

상하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초기 독립운동을 준비하면서 이봉창과 윤봉길 의거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주요 요충지였다. 이 외에도 상하이 이후 김구 선생이 피신한 자싱과 항저우, 그리고 장제스를 만나는 난징과 전장에서의 임정 정치활동과 그 행적 등을 소개한다.  

하권에서는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년 7월7일 이후,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가 점점 더 조여 오는 일제의 탄압을 피해 투쟁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김구 선생은 윤봉길 의거 이후 독립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군대 양성에 박차를 가했다. 난징을 떠나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거처를 창사(長沙)로 옮기게 되고, 그 사이 임정은 후베이성에 황푸군관학교 우한분교를 세웠다. 이후 중국 국민당의 지배 지역이 확대되면서 그에 따라 우리나라 군사를 위한 분교도 확장됐다.

이 외에도 광저우(廣州), 포산(佛山), 구이핑(桂平), 류저우(柳州), 그리고 충칭(重慶)과 시안(西安) 지역을 중심으로 임정의 노정을 서술한다. 광저우는 과거 신해혁명을 일으킨 호법정부의 쑨원에게 임정의 독립운동 지지를 얻은 곳이기도 하다.

충칭과 시안 지역에서는 1940년 창설한 한국광복군이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독립을 위한 선전포고를 준비했다. 이곳에서 김구 선생은 마오쩌둥과도 만난다. 1945년 8월 10일 일본의 항복 소식을 듣고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임시정부는 국내로 들어올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책은 기획에서 출간까지 꼬박 2년이 걸린 한중 합작 프로젝트다.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 100주년 그리고 백범 서거 70주기를 맞아 백범 김구 선생 기념사업협회(회장 김형오)에서 기획했다. 한중 전문가와 학자 11명은 중국본토를 중심으로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그리고 광복군 총사령부 등이 지나간 발자취를 답사하고 연구했다. 책에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생생한 현장 사진들은 당시와 현재를 비교한다.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의 처절했던 독립투쟁의 긴 노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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