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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민주주의와 교수 지식인 운동의 방향
대학 민주주의와 교수 지식인 운동의 방향
  • 교수신문
  • 승인 2019.07.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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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논설위원/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

 

대학의 민주화가 이 시대의 한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고질적인 사학문제를 적폐청산의 차원에서 엄단하고 있고,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총장선출 등 대학운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의 흐름 한편에 대학에 대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방향은 더 심화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학 구조조정이 과거 정부보다 더 강력한 시장주의를 동원하고 있음은 우려된다. 민주화라는 방향타가 대학들 사이의 생존경쟁이라는 강력한 조류에 휩쓸려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대학의 민주화가 무엇을 말하는지 새삼 묻게 만든다.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대학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있는가? 당장의 생존이 긴박한 대학 환경은 소통과 숙의라는 민주주의의 장치들이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다. 구조조정 아래서 대다수 중하위권에 속한 대학들의 재정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편법운영의 만연도 그런 까닭이지만, 대학운영을 민주화하고 총장직선을 실현한다고 해서 대학의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등록금 상한 등 규제에 대한 완화 내지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학의 민주화를 공공성의 강화로 이해하는 입장과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시각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민주주의를 지향해 온 교수단체들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은 지난 달 말 대의원대회를 열고 단체의 명칭변경을 통한 조직의 재구축을 선포한 바 있고, 비슷한 시기에 사교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서교련(서울소재대학교수회연합회)은 대학교수노동조합의 창립을 위한 주비위원회를 출범하였다. 이같은 움직임들은 향후 교수운동의 방향과 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그만큼 대학사회에 대한 파급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교협은 약칭을 그대로 사용하되 창립 이후 견지해오던 명칭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로 개칭하였다. 얼핏 큰 변화는 아닌 듯도 하지만 변경된 명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달라진 환경에 대한 민교협의 고민과 대응의지가 엿보인다. 우선 ‘민주화’를 ‘민주평등사회’로 바꿈으로써 민주주의의 의미 내용에 정치적 민주화만이 아니라 경제적 민주화까지 포함하고자 한다. 민교협 출범 당시 우리 시대의 민주화 과제가 ‘자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현재는 ‘평등’이 관건이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더 획기적인 것은 ‘전국 교수협의회’를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로 변경한 대목이다. 이것은 민교협이 정규직 교수들만의 조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교수까지 포함하는 더 포괄적인 지식인 집단을 지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근래 교수사회의 등급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민교협의 변화는 대학 내부의 ‘평등’을 구현하고 대학의 본령인 대학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세우고자 한다는 점에서 지식인집단으로서의 민교협의 실천의식이 두드러진다.  

이에 비해 사교련과 서교련이 연합하여 추진하는 대학교수노조 설립운동은 대학 민주주의와 관련해서 다소 착잡한 면이 있다. 이들은 대학민주화와 교수권익 보호를 노조설립의 목적으로 내세우는데, 같은 목적을 위해 활동해온 기존 전국교수노동조합과 별개로 출범하고자 하는 명분이 불확실하다. 물론 교수협의회가 법적기구가 아닌 현실에서 노동조합으로의 전환을 통해 법적 지위를 획득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두 단체는 민교협과는 달리 교수들의 이해단체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어 가령 비정규교수나 여타 구성원들과 대립하는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심지어 교수들 상호간의 이해관계도 상이할 수 있다. 

새로운 교수노동조합이 이같은 이해관계의 대립을 어떻게 극복하고 대학의 민주주의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과제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학교수는 노동자이면서도 이 사회의 권력이기도 하고 지식인이기도 한 점에서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지는데, 노동조합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로서의 권한에 활동의 초점이 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는 민교협의 변신과 노동자적 정체성에 입각한 대학교수노조 설립운동이 대학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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