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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리뷰 : 『철학연구 50년』(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엮음, 혜안 刊)
주간리뷰 : 『철학연구 50년』(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엮음, 혜안 刊)
  • 김필동 세명대
  • 승인 2003.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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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의 현주소 칼날 분석

김필동 / 세명대·일본사상

한국철학의 반세기를 점검하고 향후 한국철학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는 데 고뇌한 흔적이 엿보이는 본서는 일단 반성과 비판적 논의에만 치우쳐온 듯한 종래의 한국철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연구방법론과 문제의식에 있어서 대안 부재의 비판문화가 학문적 자폐증을 유발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지금 이 시대로부터 학계가 요구받고 있는 시대적 요청일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본서의 집필의도와 연구자들의 의욕은 그런 점에서 우선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및 문화혁신의 전제가 되기도 하는 언어를 통해 한국현대철학의 방향성을 논의한 남경희 교수, 서양실존철학과 현상학의 수용과 논의 및 그 전개과정을 한국의 전통 철학적 개념과 사상체계, 불교나 유학적 문제제기와 사유방식에 입각하여 분석한 한자경 교수, 한국에서의 사회철학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향후의 전망과 연계하여 분석 정리한 김재현 교수, 한국에서의 서양고대철학의 학술사적 전개과정을 인물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이정호 교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연구를 통해 분석철학의 한국적 수용과정을 해명하고 한국의 철학적 이해를 심화시킨 내용들을 통찰한 이좌용 교수 등의 논문은, 깊은 학문적 고찰과 한국현대철학에의 시대적 성찰이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을 살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방이후 현재까지 조선시대의 성리학과 실학에 관한 연구성과들을 철학적 쟁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봉규 교수의 논문과 한국윤리학계의 현황과 문제의식의 이행 및 그 전망을 연구영역별로 정리 분석한 황경식 교수의 논문, 그리고 불교사상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한국불교철학연구의 미래를 전망한 이중표 교수의 논문 등은 그간의 연구성과를 총망라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연구자라면 향후 필독해야할 논문이 될 것이고, 중국철학의 연구성과를 시기별로 정리하여 대표적인 논점과 과제를 제시한 김수중 교수의 논문은 오늘날 동양철학이 갖고 있는 시대적 중요성을 모두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열 편의 논문 모두가 뚜렷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연구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논점과 향후의 전망제시에 충실해 정독하지 않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우리 학계는 자의든 타의든 서구근대문화의 엄습에 휘둘린 나머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며 미래에 대한 한국적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한 바 있다. 그 일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탓하기 전에 그런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학계의 자기반성은 분야를 불문코 반드시 필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회고와 전망, 반성과 비판도 이제는 현실인식의 적절한 반영과 한국적 사유양식에 전제한 것이어야 하며, 향후 한국에서의 철학연구도 이런 관점에서 나아가야 할 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서는 전편을 통해 한국철학의 미래에 대한 문제의식을 독창적이고 치밀하게 전개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철학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향후의 나아갈 바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상당부분 그 요구에 부응하는 연구서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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