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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동향_국내 : '살림지식총서'와 '누구나철학총서'
출판동향_국내 : '살림지식총서'와 '누구나철학총서'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3.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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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필자들의 문고판 저술 '활짝'

최근 문고판 기획출판이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 살림출판사의 '살림지식총서'와 이룸출판사의 '누구나 철학총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왕의 지식총서들이 해외의 유명시리즈를 번역한 경우가 많은데, 두 경우는 국내 소장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 대중화에 학자들이 대거 나섰다는 점도 그렇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학술적 주제를 선정하고 이걸 현실적이고도 종합적인 시각 아래 풀어내려는 학계의 의욕이 엿보인다.

또 한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이들이 아주 작은 '손바닥책'이라는 점이다. '살림지식총서'를 기획한 박치완 교수(철학)는 "학술서들이 시대에 걸맞지 않은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게 안타까웠다"라며 소통가능한 지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시리즈는 현재 일정한 고정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책세상의 '우리시대·책세상문고'보다 약간 더 작은 판형이다. 문고판 시장이 이미 죽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독자층을 개발해나갈 지도 관건으로 떠올라 있다. '우리시대 문고'는 필자의 새로운 시각과 독창적 해석을 강조함으로써 대부분의 책들을 2판 이상씩 소화하고 있다. 그에 비해 '살림지식총서'는 특정주제를 다이제스트하는 정보전달 성격이 강하다. 총서의 첫 번째로 나온 미국관련서 10권은 미국의 정치, 문화, 예술, 사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知美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구나 철학총서'의 경우 동서양 철학자 1백명을 선정해서 그 분야 소장학자들이 필진으로 참가한다. 형식적인 면에서 그다지 새로울 건 없는 기획이지만, 한국의 소장 철학자가 1백명 가까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작업이라는 게 눈길을 끈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나 철학총서'는 동서양 철학자 1백명을 망라하지만, 정작 중요한 한국의 현대 사상가들은 목록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 시리즈를 기획한 박영욱 건국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은 "필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서"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궁리출판사의 '궁리 필로소피' 시리즈, 이제이북스의 '아이콘북' 시리즈 등이 이와 유사한 학술적 성격의 문고판을 기획출판에 들어갔다. 한국에 다시금 문고판 시장이 재림하게 될 지 기대를 해보지만, 형식적 파괴보다는 기존의 입문서와 확실한 내용적 차별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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