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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문:사회과학과 물리학이 만날때, 경제물리학
새로운 학문:사회과학과 물리학이 만날때, 경제물리학
  • 김경식 부경대
  • 승인 2003.08.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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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이론에 기반.. 뛰어난 예측능력 발휘
김경식/부경대 물리학

금세기에 들어와서 인터넷의 도미노현상, 신경 및 통신의 네트워크, 소수-다수의 게임이론, 교통 혼잡 모델, 카오스의 동시화 현상, DNA서열과 유전자 구조의 정보학 등을 다루는 복잡계(complex system)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복잡계 연구는 사회, 자연, 응용 과학 등과도 연관돼는데, 최근 세계적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경제학과 물리학를 접목시킨 학제간 연구 분야가 ‘경제 물리학’이다. 경제 물리학은 1995년에 인도의 캘커타에서 열린 복잡계의 국제 학술대회에서 처음 태동돼 매년 수백여 편의 연구논문이 국제적인 경제 물리학 홈페이지(http://www.unifr.ch/econophysics)에 등재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물리학 연구는 주로 주식, 선물, 외환시장에서 나타나는 주식, 채권, 선물의 거래량과 가격 변화, 환율 변동의 멀티프랙탈 분석 및 금융 상품의 틱 자료 분석, 환율의 고분해능 분석, 회사 이윤 분배 및 회사 규모 요동의 축척 관계 등을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금년에는 소수-다수의 게임 이론 등이 압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런 연구들이 진행되는 이유는    기존의 통계적인 처리 방법과 연구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려운 주식, 채권, 선물, 외환율의 폭락과 급등 현상에 물리학이 관여함으로써 금융 상품의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예측하는 데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전체 무리의 30% 이하면 폭등 폭락 쉽다”

이 글에서는 선물의 거래량과 가격에 대한 수익률에 초점을 맞춰 경제물리학이 어떻게 실물경제에 관여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주식 거래시 시간에 따른 주식가격 분포를 가우스함수 형태로 표현하는 ‘랜덤 워크’ (random walk) 이론으로부터 금융 상품의 수송현상 논의가 시작됐다. 물 위에 떨어진 꽃가루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브라운 운동처럼 공간내에서 일정한 시간마다 같은 거리를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자의 운동은 ‘랜덤 워크’ 이론으로 나타나며, 이 이론은 일정하지 않은 시간마다 같은 혹은 다른 거리를 움직이는 상호작용이 없는 입자에 대한  ‘연속시간 랜덤 워크’ 이론으로 발전됐다. 지금까지 물리계에서 움직이는 입자의 확산ㆍ수송현상들은 반응 운동학, 변칙 운동학 및 분수 확산방정식으로 자연 과학에서 폭넓게 연구돼왔다.

 먼저, ‘연속시간 랜덤 워크’ 이론을 도입해 한국 선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물의 틱자료에 의해 시간에 따라 변화되는 선물 거래량의 동역학 거동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국채 선물의 기초 상품은 국고 채권(결제월은 매년 3, 6, 9, 12월의 4회)이며, 한국 선물 거래소의 홈페이지에는 가격 및 거래량 등의 틱 자료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 때 2002년 3월이 결제월인 KTB203에 대한 틱 거래량과 가격의 자료에 따라 KTB203의 거래량은 시간스텝 기준에 대한 6개월 거래량을 규격화시켜서 생존 확률을 수치 해석적으로 구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결과는 거래 시간마다 국채 선물의 거래량의 분포 상황을 밝히는 데는 ‘연속시간 랜덤 워크’ 이론의 생존 확률과 연관되며, 거래 시간이 짧은(긴) 영역에서는 늘어난 지수함수(멱 법칙)로 나타남을 알 수 있다.

 

한편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는 수익률의 변동이 현저히 증대하고 있으며, 수익률 변동성 증대는 투자 위험을 증대시키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수익률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있지만, 최근 주목되고 있는 요인들 중 하나는 투자가들의 ‘무리 거동’ (herd behavior)이다. 무리 거동은 많은 나라의 금융시장에서도 관찰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우리의 금융시장은 무리 거동이 특히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수익률의 급격한 변동은 투자자들의 무리 거동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수익률의 확률 분포가 레비(Levy) 분포와 같은 두터운 꼬리를 가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이론ㆍ수치적으로 밝힘으로써 금융 상품의 거품 및 붕괴 가능성을 설명할 수 있다.

 

무리 거동이란 개별 투자자가 독립적으로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투자 정보를 공유하는 어떤 집단에 소속돼 그 집단 공동의 투자 결정을 따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 집단의 형성과 정보 확산과정에 대한 설명 등 다양한 모델을 상정해서 실험하고 적용해볼 수 있다. 가령 중앙으로 분포되는 1일 단위 수익률 분포는 1일이 정보전달이 넓은 범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어서, 무리 거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고, 거품 혹은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은 것이라는 해석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분석 결과는 선물을 사고팔려는 투자자의 무리가 전체 무리의 30% 밑이 될 때 금융 상품의 급등이나 폭락이 일어날 확률은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서 일본 외환시장의 엔-달러 외환율은 분별 틱 가격 자료는 위의 결과를 따르지만 거래 시간이 길어질 때 정보 전달과 거래는 활발하지만 무리 거동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신경네트워크, 진화론과의 결합 기대돼

최근에 주식, 채권, 선물, 환율의 가격변동은 정확한 과거의 정보와 현재, 미래의 추정치를 가지고 복잡한 함수 관계와 게임 이론에 의해서 나타낼 수 있는 연구들이 많은 경제 물리학자들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경제 물리학은 물리학의 원리와 법칙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경제학에 접목시키느냐 하는 것이 핵심적인 관건이다. 특히 스핀계의 상전이와 임계현상, 확률 공명현상, 재규격화 이론, 자기 조직화 분리현상, 비평형 반응ㆍ확산모형, 복잡계의 신경 네트워크 및 진화론 등의 물리학 이론이 경제학 분야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론 모델로 생각된다. 현재 경제 물리학자들은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하고 복잡한 현상과 구조를 물리학의 이론을 응용해 현상을 풀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통해 한국의 금융시장을 국제적 규모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정부와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고도의 기술적인 전문교육을 받은 경제 물리학의 우수 인재를 시급히 유치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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