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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과 국가성의 중간지대, 영화 알라딘
상품성과 국가성의 중간지대, 영화 알라딘
  • 교수신문
  • 승인 2019.06.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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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헐리우드 영화 <알라딘>은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오락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성공의 비결에는 몇 가지 요소가 눈에 뛴다. 첫째, 과거 만화영화를 실사영화로 제작해서 박진감을 더 했다는 점. 둘째, <라라랜드>와 <겨울왕국>의 성공에 힘입어 뮤지컬양식이 훨씬 오락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영화라는 점. 셋째, 아랍이라는 제한을 벗어나서 다문화 국제성을 지향해서 모든 나라 관객들이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넷째, 시대 역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퓨전으로서 현대 관객들이 지루함에 빠지지 않도록 배려했다.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던 80년대만 해도 이런 헐리우드영화는 비판의 대상이었다. 문화제국주의의 첨병으로 일컬어져온 헐리우드 영화는 미국의 정책노선을 그대로 따르도록 강요하는 미국주의를 영화속에 담고 있었다고 평했다. 제3세계를 묘사함에 있어 미국같은 선진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반문명국가, 독재자가 지배하는 반민주국가, 국제무역과 시장주의에 뒤쳐져있는 시대착오적인 사회주의, 종교국가체제 등으로 왜곡 묘사했다고 본다. 

<알라딘>의 묘사가 그때와 달라졌을까. 위에 열거한 미국주의는 여전히 <알라딘>에 작용한다.  지니로 나오는 배우 윌 스미스는 흑인이고 자스민 역은 영국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인공 알라딘이 이집트계 캐나다배우로서 최소한의 예우는 갖추긴 했다. 몇 명의 아랍인 혈통 배우들을 제외하고 주요한 인물들의 얼굴은 유럽혈통의 백인들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백인중심 인종적 혼종성은 아랍소재라기 보다는 서사만 아라비안 나이트이지 유럽백인식 영화로 만들려한 의도가 드러난다. 아랍배우들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태도는 아랍입장에서 보면 민족재현에 있어서 기본도 안된 불쾌한 일이다. 

영화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는데 화려한 궁전과 서민들이 사는 길거리다. 이 둘은 극단적으로 대비되어 있어 실제 아랍인들이 어떤 생활상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두 공간은 서구인이 바라보는 아랍에 대한 자연스런 견해를 반영한다. 향락과 가난. 아랍은 독재와 쾌락만을 구사하는 화려한 궁전과 가난에 찌들어 구걸하는 거지들, 도둑들의 시장바닥인 서민공간 둘로 계급화된다. 여기에 흔히 이들의 해방자로 정의로운 백인시각의 인물이 개입한다. 자유분방한 인물로 재현되는 알라딘과 지니가 그들이다. 자국민의 시각이 아닌 15세기 이후 배타고 돌아온 서구인들의 해양보고문학의 소산이다. 이 기행문에 근거한 제3세계에 대한 묘사는 타자를 규정한 서구의 잣대가 되었고 제국주의 정치가들의 약소국원주민정복의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헐리우드 영화의 아시아 묘사가 여전히 그러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팍스 아메리카를 구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후진국인 아시아에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질 이유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관객들이 80년대식 가치관으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한국이 달라졌다면 달라졌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어느 것보다도 컸었고 민주정부를 염원하던 국민들의 기대는 순수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제보다는 정치적 정의를 더 앞에 놓던 시절이었던 탓에 정치이데올로기에 대한 가치가 모든 판단에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의 이데올로기작용을 산업적 가치보다도 더 중시했던 이유에 반헐리우드정서가 이론적으로도 작동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역사는 정치보다는 산업이라는 다른 방향으로 자연스레 궤도수정되었다. 역사의 왜곡과 순혈만을 주장하는 것이 능사일까. 때에 따라 척도는 다르다고 본다. 국제화의 혼돈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갈 때 뿌리를 찿는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상품을 팔기위해 공통의 언어를 구사하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그럼 <알라딘>은 어떤 경우일까. 알라딘은 그 중간에 놓여 있다. 상품성과 국가성의 중간 어중간한 상태에 놓여 있다. 지금 우리의 의식상태도 딱 그 중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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