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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과학잡지 『에피 8호: 태양을 두 바퀴 돌아오다!』(강연실, 김경민 외 지음, 도서출판 이음, 280쪽, 2019.06.) 
화제의 과학잡지 『에피 8호: 태양을 두 바퀴 돌아오다!』(강연실, 김경민 외 지음, 도서출판 이음, 280쪽, 2019.06.) 
  • 교수신문
  • 승인 2019.06.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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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의 옷차림과 관련한 경험들이 과학자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인류세’,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 7호부터 시작한 두 번째 인류세 섹션에 실린 2편의 글은 최근 국내외에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인류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아프리카 인류세」라는 제목의 글에서 스탠퍼드 대학교 가브리엘 헥트 교수는 인류세라는 말에 담긴 ‘인류’는 과연 누구인지, ‘우리’에게 이 행성을 변모시킨 책임이 있다고 말할 때 그 ‘우리’는 누구인지 묻는다.

아직까지도 연료 중개업자들이 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규제가 약한 아프리카에 황 함유량이 훨씬 더 높은 연료를 보낸다는 사실은 전 지구적, 추상적 관점으로만 인류세를 해석할 수 없음을 알려준다.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원들은 지난겨울과 지난봄, 미세먼지 사태를 겪는 동안 한국의 ‘공기 현장’을 직접 취재하여 엮어낸 「공기풍경: 2019」에서 미세먼지가 우리의 인식과 관념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산업과 교육 현장에서는 미세먼지를 어떻게 소비하고 인식하는지 생생히 그려낸다.

크리틱 섹션에서는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의 묵직한 이슈를 다룬다.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에서는, 해외에서 있었던 스캔들이나 에피소드에서 경각심을 갖는 단계를 넘어서 실제로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다룬다. 법률가이자 기술경영학 교수인 김병필은 공공 영역에 도입하는 알고리즘의 경우 소스코드를 공개하거나 그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검토한다. 과학사회학자 제니 리어든은 「포스트유전체학의 조건」에서 ‘스코틀랜드 세대’라는 이름으로 스코틀랜드인 5만 명의 DNA 샘플과 의료정보를 수집했던 프로젝트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단지 많은 데이터를 모은다고 각종 생물학적, 의학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과연 그 데이터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지, 누가 그 데이터를 분석할 자격이 있는지, 누구를 위해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법률적 쟁점들이 새롭게 생겨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호의 키워드는 ‘과학자와 패션’이다. 과학자 혹은 과학 주변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이 직접 겪은 옷차림과 관련한 경험들은, 과학자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을 다시 한 번 환기한다.

과학자들은 옷과 스타일에 관심이 없다는 고정관념은 실체가 있는가? 이론물리학자, 화학자, 과학관 관장, 공대 대학원생, 과학기획자, 사회학자가 직접 보거나 경험한 과학자의 패션 세계를 담았다.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 양승훈 교수는 조선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선소 엔지니어의 작업복」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조선소 엔지니어가 겪는 일상의 단면과 그들이 처한 현실을 짚어낸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등 다수의 저작을 내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장 이정모는 「“그냥 평소에 입던 옷 입고 오시면 돼요”」에서, 대학 시절부터 ‘과학자’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강요받은 패션사를 털어놓으며, 사회가 가진 ‘편견’을 유머러스하게 되짚는다.

‘걸스로봇’ 대표이자 SF 작가 이진주는 「“저기 왜, 그 튀는 여자 있잖아”」에서 ‘과학자’와 ‘여성’ 이중의 정체성 안에서 여성 과학자의 ‘옷 입기’가 갖는 의미를 묻는다. 컬처 섹션은 날카로운 풍자와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으로 한국 환상소설의 한 축이 되어온 작가 백민석의 「주름」이라는 작품으로 시작한다. 비극의 표식과도 같은 ‘주름’이 지상을 온통 뒤덮어가는 동안 사회의 안전과 안녕을 책임져야 하는 공무 수행자들은 점점 무력해지며, 빈곤과 변종 박테리아가 들끓는 중에도 인간들의 욕망은 꺼지지 않는, 재난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의 풍경은 섬뜩할 만큼 현재와 닮아 있다. 홍성욱의 리뷰 「미래에서 현재로의 여행」은 1967년에 처음 출간된 이후 최근 복간된 ‘한국 최초의 과학 장편소설’ 『완전사회』에서 1960년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읽어낸다. 이 책이 복간된 2010년대 후반 한국의 과학과 사회의 관계 또한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겠다. 윤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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