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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체제’와 지방대육성정책
‘지역혁신체제’와 지방대육성정책
  • 신희권 충남대
  • 승인 2003.08.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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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희권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참여정부가 계속 표명해 왔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윤곽이 점차로 잡혀가고 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된 ‘사람과 돈과 권한’의 지방분산, 지방대학과 언론 육성 및 이 두 기관을 중심으로 한 발전비전과 과제 개발, 문화강국 육성 차원에서의 문화분권, 지방발전사업에 대한 경쟁을 통한 선택과 지원 등의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지방대학을 지역발전과 비전을 창출하는 중심기지로 육성하기 위해, 각 지방정부가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중앙정부에 올리면 중앙정부가 이를 평가해 비전 있는 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지난달 21일에 산업자원부는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앞으로 국가균형발전 계획은 인프라확충 등 물량위주로 전개되기보다는 지방소재 산•학•연의 핵심역량을 높이고 이들의 협력과 유기적 연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또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계획은 기존 중장기 계획과는 달리 철저하게 ‘지방주도’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산자부안에 따를 때 각 시•도는 지역 소재 대학•연구소•기업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혁신협의회’를 통해 지역규모 및 특성, 산업범위 등을 감안해 4~6개 전략산업을 스스로 선정할 수 있다. 전략산업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지역특성에 맞는 문화관광•유통 등 서비스산업도 포함될 수 있으며, 각 지방은 산•학•연간 협력을 통해 지역특성에 맞춰 혁신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한편 이날 기획예산처는 세계은행, 한국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재정분권추진 국제회의’에서 “중앙정부의 시각보다 지방정부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정한 우선순위에 따라 지역개발사업 재원이 배분되도록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를 신설할 계획이며, 지방분권화에 따른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나 지방정부의 비효율적인 재정운용을 막기 위해 지방재정에 대한 평가와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겠다”고 주장했다.

8월에 들어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역혁신체제 구축을 위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방안’이란 정책토론회를 지역별로 돌며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지방대학 육성의 추진전략으로서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적 사업 추진, 지역간 균형발전과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원의 조화, 재정지원사업과 제도개선의 동시 추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교육부 사업 및 타부처 사업을 연계, 조정해 보다 발전된 국책 프로젝트를 마련하기 위한 대형 Pilot 프로젝트로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도에 이 사업의 추진성과에 따라 부처별 사업을 연계, 조정해 지역혁신체계 구축 및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참여정부의 정책이 지역혁신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역개발을 위한 정부예산의 상당부분이 단일창구를 통해 각 지역에 배분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지방도시가 재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도모했던 영국의 SRB(Single Regeneration Budget) 제도와 같은 맥락이라고 보여진다. 1994년에 시작된 SRB는 경쟁절차를 통한 도시정책재원의 배분, 공공•민간•자발적 부문 등 모든 파트너를 포괄하는 파트너쉽, 촉진자와 조정자로서의 지방정부의 핵심적 역할에 대한 인식, 분산된 도시재활성화사업들의 통합을 통한 전체적 접근, 지방을 활성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대한 유연하고도 반응적인 지원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참여정부의 최근의 노력도 잘만 진행돼 나가면, 이전의 정부부처별로 다기화됐던 지역개발이나 지방대육성 사업에 비해 보다 높은 효율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까지도 정부부처간에 지역간 균형개발이나 지역혁신체제와 관련해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인가에 대하여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알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 관료제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되는 것이 말로는 公共善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부처이기주의 내지 부처간 할거주의이고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역혁신체제의 작동과 지방대육성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돼야만 할 지난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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