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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나라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수에 퍼지는 '새마을운동 희망가'
먼 나라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수에 퍼지는 '새마을운동 희망가'
  • 교수신문
  • 승인 2019.06.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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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새마을학과 출신 아프리카인 동문 191명
빅토리아호수 인접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3개국
버려진 땅 개간 경작지로...'상전벽해' 진행 중
엔테베 인근의 새마을사업 시범마을. 사진=영남대
엔테베 인근의 새마을사업 시범마을. 사진=영남대

 

우리에게 아직 아프리카는 먼 나라다. 실제 인천공항에서 아프리카까지 가기 위해서는 12일이나 걸린다. 대체로 카타르 도하나, 아랍에미레이트(UAE) 두바이를 경유해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들인다.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공여국이 되면서 대학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리카에 움튼 새싹

 

영남대학교는 사회학과 교수인 허창덕 대외협력처장을 단장으로 한 방문단을 꾸려 최근 아프리카를 찾았다.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수 인근 3개국인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연합국제기구(LVRLACC)과의 인턴십프로그램 진행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영남대는 올 2학기부터 LVRLACC로 재학생 인턴십 파견한다. 이 자리에서 방문단은 현장 견학과 함께 새마을 운동과 관련된 협력방안도 논의했다. 영남대측은 아프리카로 인턴십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아프리카 진출이 기정사실이니 전문가를 길러보자는 취지에서 국제교류인턴십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현지를 찾은 방문단이 만난 아프리카는 놀람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가 낙후됐을 거라는 선입견은 이미 탄자니아 다레에스살람 국제공항을 나선 순간 깨졌다. 이완영 영남대 국제교류팀장은 아프리카가 위험하고 지저분할 지 알았으나 첫인상은 생각보다 평온했다라고 전했다. 이 팀장에 따르면 다레에스살람 국제공항을 나선 느낌은 동남아시아를 찾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빌딩이 많이 보였지만 도심 곳곳에 낙후된 지역이 섞여 있었다. 도로 사정은 굉장히 좋지 않아 교통이 혼잡했으나 사람들은 친절했다.

엔테베 인근 마을의 버스정류장. 사진=영남대
엔테베 인근 마을의 버스정류장. 사진=영남대

 

방문단은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 국제공항에 내려 탄자니아 국내선을 타고 1시간30분을 날아 무완자 주를 찾아가는 일정임에도 현지 주민들이 새마을운동 조끼를 입고 있는 모습에 피곤이 날아갔다.

탄자니아 므완자 주의 셍게레마 지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새마을운동 깃발과 푯말이다. 지난해 2월 영남대에서 새마을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온 매튜 루봉게자 셍게레마 전 시장이 새마을부녀회를 조직하고, 빅토리아 호숫가에 버려진 1.5헥타르(15000)의 땅을 개간해 카사바, 파인애플, 캐슈 넛, 옥수수 등을 키우는 경작지로 일군 것이다. 비록 펌프 등 관개시설이 변변찮은 탓에 빅토리아호수의 물을 일일이 바가지로 퍼서 나르며 농사를 짓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문단을 반기는 주민들의 얼굴은 희망으로 들떠 있었다. 머지않아 더 큰 경작지를 갖게 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될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 찬 주민들은 아프리카 민속음악에 새마을운동이라는 가사를 붙인 개사곡으로 방문단을 반겼다.

즐거움은 계속 이어졌다. 새마을 운동의 힘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빅토리아호수 인근은 밭으로 조성돼 갖가지 작물이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빅토리아 호수 인근은 풍광이 좋고 날씨가 좋아 자연 농산물이 풍부할 환경을 갖췄다. 연 평균기온이 20-28도를 오가며 수량이 풍부하고 토질이 좋다.

사람들은 새마을운동의 상징인 녹색 조끼를 입고 돌아다니며 너나할 것없이 농사일을 거들거나, 닭이나 소를 키웠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소득이 증대되면서 마을이 발전하자 버스 정류장에 새싹 로고와 함께 영문으로 ‘Sacmaul Undon(새마을 운동)’이라고 쓰여졌을 정도다.

빅토리아 호수를 둘러싼 3개국이 합심해 새마을운동을 현지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방문단은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졸업생들의 활동에 반색했다. 한국 유학 전 이미 대부분 자국의 정치·사회지도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낯선 한국으로 유학을 결심한 것은 새마을운동을 배워 자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영남대 이완영 국제교류팀장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도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라며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 3개국에서 활동하는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졸업생들이 아프리카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간다 엔테베 시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시골마을을 찾았을 때도 방문단은 열띤 환영을 받았다. 좁은 언덕길을 따라 울퉁불퉁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도착한 마을에서 본 새마을운동 깃발과 표지판 덕에 고단을 잊을 수 있었다. 마을에서도 새마을운동 조끼를 입은 마을 주민들이 새마을운동을 배워 축사에서 젖소도 키우고, 우유도 얻고, 파인애플과 화훼도 재배할 수 있게 됐다. 마을 주민들은 전체 소득도 크게 증가했다며 고마워했다. 이원영 국제교류팀장은 제일 놀라운 변화는 소나 염소를 축사에서 키우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 방목하던 이들이 새마을 운동을 통해 가축을 기르는 노하우를 배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빅토리아호수 연안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으로 조성된 경작지. 사진=영남대
빅토리아호수 연안에 위치한 새마을운동으로 조성된 경작지. 사진=영남대

 

영남대 아프리카동문회

 

영남대 방문단은 동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영남대에서 새마을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졸업생은 현재까지 세계 61개국 530명이다. 이들 중 아프리카 출신은 모두 24개국 191명이다. 빅토리아 호수 인근 3개국인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는 각각 25, 10, 20명으로 총 55명이나 된다. 영남대는 박정희새마을대학원을 통해 지난 2013년 세계 최초의 새마을학 석사 29명을 배출한 바 있다.

영남대에 따르면 탄자니아에서 변호사 겸 대통령실 정책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졸업생은 열렬한 추종자다. 그는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은 새마을운동 비정부기구(NGO)를 결성한 데 이어 영남대 방문단이 빅토리아호수 인근에 머물러 있는 기간 직접 숙소를 찾아와 영남대 아프리카동문회 결성 계획을 피력하기도 했다.

우간다 엔테베에서 활동하는 한 졸업생은 10시간이나 걸려 방문단을 찾아왔다.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는 한편 새마을 운동 관련된 학교를 엔테베에 세우고 싶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우간다에서는 주우간다한국대사관에서 새마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대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운 아프리카 출신 졸업생들의 활약은 이 뿐 아니다. 빅토리아호수 인근 3개국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연합국제기구(LVRLACC) 초기 집행위원장인 매튜 루봉게자 탄자니아 셍게레마 전 시장이 바로 영남대 대학원 졸업생이다. 그는 탄자니아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했고, LVRLACC 위원장 시절 집행위원들을 데리고 영남대를 찾아 2차례 단기 연수를 받았다. 그들 모두 현지 각자의 자리에서 새마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케냐 미고리시의 유일한 여성 시의원인 수잔 모하베 역시 영남대 졸업생으로 현지에서 새마을 부녀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허창덕 영남대 대외협력처자은 영남대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운 졸업생들이 검은대륙아프리카를 희망으로 밝히고 있다고 반색했다.

셍게레마 아이들과 함께. 사진=영남대
셍게레마 아이들과 함께. 사진=영남대

 

졸업생들의 활약에 영남대는 새마을학과의 글로벌 진출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필리핀, 캄보디아에 이어 아프리카의 대학으로도 새마을학과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남대는 탄자니아 모로고로 시에 위치한 국립대학교인 소코인농업대학과 협정을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소코인농업대학 파헬 치분다 총장은 우리도 한국처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라고 생각한다라며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마음과 태도를 바꾸어놓는 역할을 우리 대학이 하겠다고 영남대 방문단에 약속했다.

영남대는 또 대구시와 연계해 탄자니아 므완자 주 일레멜라 시에서 초등학교 건립 등 새마을 ODA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엘레멜라 시당국은 새마을 ODA 사업을 주관하기 위해 시청에 새마을과를 새로 설치했다. 새마을과장 역시 영남대 국제개발협력원에서 새마을연수교육을 받았다.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에 허창덕 대외협력처장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이젠 세계의 새마을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인이 다함께 잘 사는 그날을 위해 새마을운동을 멈추지 말자라며 영남대도 세계의 새마을운동 리더를 길러내기 위한 연구와 교육에 더욱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우간다 에스더 마을의 새마을운동. 사진=영남대
우간다 에스더 마을의 새마을운동. 사진=영남대

 

 

새마을 ODA가 넘어서야 할 것은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에서 활성화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다. 한국에 한강의 기적을 안긴 새마을운동이 시작한 1970년대 상황과 현재 개발도상국의 현실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종족 갈등이 심하고, 분권화와 지방정치 세력으로 인해 결집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 조방성과 토지 공동소유권, 한국과 다른 환경조건과 지역 특유의 리더십 등도 새마을운동을 접목하는데 문제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국가에서 유난히 활발히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다. 아프리카 우간다, 르완다 등 개발도상국의 군사정부나 독재정권이 새마을운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성대학교 이태주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아주대학교 열대학연구소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개발도상국 특수환경과 새마을 ODA에 대해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농촌 개발 모델이 될 가능성보다 독재정권 지원과 대중 동원의 전제정치에 이용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새마을 ODA는 모델도, 매뉴얼도 없다한국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새마을운동의 개발도상국 현지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마을회관을 짓고, 농수로를 정비하고, 마을 지붕과 부엌을 개량해주는 방식은 1970년대 한국 새마을운동의 재연일 뿐이라는 것이다. 새마을운동 전파를 위해 현지 지도자를 한국으로 연수보내고, 양어장이나 양계장을 만들게 하는 등은 단기적이고 전문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유엔개발계획(UNDP), UN에서 추진하는 새천년마을개발사업(MVP) 등으로 볼 때 무리한 국제화 시도로 인한 부작용이라며 한국식 작목과 농업기술을 적용하는 등 문화와 생물종 등의 다양성을 무시한 전파는 현지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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