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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트랙' 교수 위주의 경직적 임용 구조로는 안된다
'정년트랙' 교수 위주의 경직적 임용 구조로는 안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6.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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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사제도 안착'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정부는 지난 64일 속칭 시간강사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했다. 같은 날 교육부는 후속조치로서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핵심은 강사의 신분 보장 강화와 처우 개선이다. 대학 강사제도 안착 방안은 강사 고용 현황 조사와 대학 재정지원 사업 평가지표에 강사 고용 관련 지표를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 정책과 이해당사자들의 대응 방식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제안된 정부 정책들이 과연 현재 당면한 문제들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고등교육체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은 지난 70여년 간의 압축적 고등교육 팽창과정에서 나타난 후유증을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어떻게 구조조정해 나갈 것인가 라는 문제이다. 1997IMF 외환 위기를 계기로 나타난 압축적 경제 성장의 폐해를 경제 분야 구조조정으로 극복했듯이, 학령인구 감소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평생직업교육 시대에서 과거의 고등교육체제가 이에 맞게 환골탈태되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와는 달리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진 현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사립 4년제 일반 대학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체제는 반드시 개편되어야 한다. 학문적 공부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학생들은 일단 2년제 공영형 전문대학(폴리테크닉) 등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직업교육을 받고, 졸업 직후 혹은 직장에 다니다가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개방적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으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 필자가 보기에 시간강사법은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읽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외치면서도 정작 현재의 문제 많은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개별대학의 생존을 위해서는 대학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구안해 낸 자구노력과 전략을 융통성 있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노력들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시간강사법은 지원은 커녕 대학의 자구노력을 오히려 저해하는 경직적인 제약조건만을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간강사법에서 설정된 정책 목표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달성 가능한가 라는 문제도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분명 시간강사법은 일단 임용되는 강사의 경우 과거 시간강사에 비해 일부 신분 보장이 강화되고, 처우가 개선되는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 효과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현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학의 재정 상황과 정부의 대학의 중장기적 재정 확충 전망을 살펴 볼 때 미래가 극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부 들어 복지와 국방 지출이 대폭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등교육 재정이 늘어날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희박하다. 사회적 혼란이 가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돈 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시간강사법 관련 예산 증액에 꿈적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상황상 누가 정권을 잡던 10년 이상 동결 중인 대학 등록금을 정부에서 획기적으로 올리도록 허용할 리도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강사법을 현재처럼 경직적으로 시행하는 경우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강좌수의 감소, 시간강사의 대량 해고, 이에 따른 대학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이상에 치우친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주어진 정책 환경을 고려한 중장기적 비전 제시와 함께 단계적 추진방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90대까지의 팽창 단계가 아니라 구조개혁 단계로 접어든 우리 고등교육 체제에서는 기존의 교원 제도의 관념을 뛰어 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 보다 먼저 고등교육의 팽창, 축소 단계를 경험해 온 미국 대학에서는 대략 3/4의 교수직이 소위 비정년 트랙이라고 한다(American Association of University Professors: AAUP). 일단 고등교육 팽창기가 끝나면 교수직이 급속도로 늘어나기는 어려운데, 이 경우 새로 양성되는 신진 박사가 대학에서 교수직을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년 트랙교수 위주의 경직적 교수 임용 구조로서는 원천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교육중심 대학을 중심으로 파트 타임 교수들의 비중도 매우 높다. 변화하는 학문 동향과 사회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강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육부의 정책은 과거 20여년 간 미국에서 시장의 요구에 따라 합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상황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필자는 현재 고등교육법에 규정된 교수 유형의 다양화와 광주형 일자리 모형의 발전적 적용을 통해 대학 교수직의 유형을 다원화해 나가는 것이 해법이라고 본다. 변화 막측한 환경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시간강사도 필요하다. 따라서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으로 교수의 유형을 획일화하지 말고 (1) 정년보장 트랙 전임교원(기존의 정규 교수), (2) 정년보장 트랙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교육·산학협력 전담 전임교원(현재의 강사 유형이 신분 보장과 처우면에서 보다 발전된 유형), (3) 시간강사 등의 다양한 교원 유형을 설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먼저 우리 고등교육 체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중심 대학을 위주로 정년보장 트랙이 아닌 전임교원(위의 두 번째 유형)의 비중을 대폭적으로 늘려 나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 때 비정년트랙 교육전담 교수의 부족한 보수 수준을 보완하기 위한 재원은 국고 뿐만 아니라, 광주형 일자리 모형을 참고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복지, 보육 시설 등 다양한 복리·후생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문 닫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전반대 등 호들갑을 떨지 말고 지역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방대학의 운영을 위해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변기용 고려대 교수,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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