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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취는 '서로에게 배우는 힘'에 기인한다
인간의 성취는 '서로에게 배우는 힘'에 기인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6.0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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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조지프 헨릭 지음, 주명진·이병권 옮김, 뿌리와이파리, 656쪽, 2019.05)

 

선천적인, 타고난 지능은 답이 아니다. 비밀은, 두 살 반 아이들의 강점이었던 ‘사회적 학습’, 바꿔 말해 집단두뇌가 문화적으로 획득해온 정신적 기량과 노하우에 있다.
1845년에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서항로 개척을 위해 떠난 프랭클린 탐험대는 105명의 대원이 4년 반 넘도록 유빙과 동토라는 환경과 마주하면서도, 이누이트족이 잘만 지내는 그곳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가 차례로 죽어갔다. 하지만 이보다 15년 전의 로스 탐험대, 그리고 50년 뒤 북서항로 횡단에 최초로 성공한 로알 아문센 탐험대는 달랐다. 이누이트족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 길 잃은 유럽인 탐험가들, 영리한 침팬지, 이동하는 수렵채취인, 신경과학 연구, 오래된 뼈, 인간 유전체 모두를 넘나들면서,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 교수 헨릭은 우리의 집단두뇌가 우리 종의 유전적 진화를 추동하며 우리의 생물학을 조형해왔음을 보여준다. 초기에 남들에게 배우기 위해 필요했던 능력들은 수많은 문화적 혁신을 낳았고, 그 결과인 불과 조리, 물통, 식물 지식, 발사무기 등은 차례로 우리 뇌의 확장을 주도하며 우리의 생리, 해부구조, 심리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나아가 일부 집단두뇌들은 지레와 바퀴, 나사, 문자 같은 강력한 개념들을 낳고 또 재조합했으며, 그러는 한편으로 만들어낸 제도와 사회규범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동기와 지각을 바꿔나갔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사람’의 이 놀라운 성공의 비밀은 아마도 200만~180만 년 전쯤 호모속이 ‘진화의 루비콘강’을 건넜고, 그때부터는 문화적 진화가 우리 종의 유전적 진화의 일차적인 동력이 되었다는 것, 따라서 인간의 삶과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 문화, 생물학, 역사, 유전자의 풍부한 상호작용과 공진화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종류의 진화과학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루비콘강을 건넌 뒤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동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리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어서도 아니고 우리 자신이 거인이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난쟁이들로 세워진 커다란 피라미드의 어깨 위에 서 있다. 난쟁이도 피라미드가 올라가는 동안 조금 자라기는 하지만, 우리가 더 멀리 보게 해주는 것은 여전히 난쟁이의 숫자이지, 특정한 난쟁이의 키가 아니다.
그리고 이 집단두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나면, 왜 현대 사회의 혁신성에 차이가 있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답은 개인들의 영리함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수많은 개인들의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힘을 합치고, 낯선 사람을 신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와 능력이다. 혁신에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천재나 하나의 마을이 아니라,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는 마음들의 거대한 연결망이다. 이를 성취하는 일은 사람들의 심리에 달려 있고, 그 심리는 한 묶음의 사회규범과 믿음, 더불어 그것이 조성하거나 허용하는 공적 제도에서 탄생한다.
지은이는 사회과학과 생명과학 전반의 연구와 통찰을 종합해,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저명한 학자들을 비판하고 보충해가면서, 인간의 독특한 지위, 곧 심리와 행동의 본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땅 위로 내려선 유인원이 포식과 집단 간 경쟁, 변동하는 외부환경이라는 조건하에서 ‘노하우 경로’와 ‘사회성 보육 경로’를 이중으로 거치며 오늘의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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