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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 어디서가 아닌 어떻게 보는가가 결정한다
희극, 어디서가 아닌 어떻게 보는가가 결정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6.0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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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삶을 두고 좋고 불행함을 판단하길 좋아한다. 그 대상이 대학원생이라면 더욱 저울질하기 수월해진다. 누군가는 일련의 좋지 않은 사건들로 인해 석사 혹은 박사 과정생들을 불쌍하게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그저 시간적 여유가 많은 베짱이쯤으로 보기도 한다.
필자 역시 길지 않은 대학원 생활을 하며 여러 저울에 올려져 나의 시간이 희극인가, 비극인가에 대해 수많은 측정을 당하고는 했다. 그때의 나는 연구를 진행하며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구 결과들을 직면했고, 스스로를 비극 속에 놓인 주인공 같다고 느꼈었다. 타인들 역시 나의 상황을 저울질하며 내가 직면한 상황보다 더 비극적인 미래를 그렸고, 내가 그 저울에 오래 머무를 여지를 주었다. 그러나 실패한 결과들이 모이고, 꾸준히 모인 결과들의 일련의 과정들을 추적하면서 아주 작은 의미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의미들이 모여 박사 학위 취득이나 긴 호흡의 연구 주제 발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사업 선정 등의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어떤 분야의 연구이건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결과론적인 사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줄 알았으나 유의하지 않은 변수일 수 있고, 유의한 변수이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일 수 있다.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릴 수도 있고, 의도하지 않은 가설이 옳게 도출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멀리서 볼 때는 연구를 위해 달려온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는 듯, 비극 같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고, 이를 어떻게 해석하여 보다 심층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가이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연구와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도 작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담고 있다.
반드시 누구나 감탄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훌륭한 아이디어, 새로운 연구 방법을 추구하는 연구자로 살 이유는 없다. 기존의 판도를 뒤집는 새로운 탐험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기존의 것을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재확인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각자의 성향대로, 각자의 흐름대로, 각자의 시간대로 흘러가는 각자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과정과 이유를 찾아야 자신에게 주어진 연구의 시간을 희극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희극은 가까이서 보느냐, 멀리서 보느냐가 아니라 어떤 과정 속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결정한다.
마르틴 부버는 모든 여행에는 자신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학문의 세계를 여행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연구를 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을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어떤 생각으로 어떤 곳을 보며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느냐에 따라 때로는 멀리서 볼 때는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볼 때는 희극일 수 있다.

 

박다인 중앙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에서 전략/국제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내벤처 및 창업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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