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3:00 (금)
강좌 독자개설권한 부여해야...'흔들림없는 연구 수행' 지원을
강좌 독자개설권한 부여해야...'흔들림없는 연구 수행' 지원을
  • 교수신문
  • 승인 2019.06.03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사제도 개선시리즈-5] 대학강사의 교육과 연구권리

올 8월 강사법이 시행되면 시간강사가 강사로 바뀐다. 법적으로 교원 신분이다. 임무도 교육과 학생 지도, 연구로 확대된다. 직무로 보자면 전임교원과 비슷하다.
강사가 교원이라면 그 지위와 권리는 어떠한지, 교육과 연구의 권리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보장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헌법과 법률에 담겨 있었는데 대체로 우리의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했고 공동체의 정신과도 일치했다.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도록 노력하며, 보수도 특별히 우대할 뿐 아니라 교육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법률 조항은 교원의 지위에 대한 세계적 합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1966년에 채택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권고”가 그것이다. 교육은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라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교원이 교직임무에 전념하도록 근무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고용의 안정성과 신분보장은 교육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므로 보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뿐 아니다. 가르치는데 시간과 정력의 낭비가 없도록 직무를 지원해야 한다. 깨알 같은 디테일도 있었다. 봉급은 최저봉으로부터 최고봉에 이르는 기간이 10년 내지 15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근무의 승급 보장이나 사회보장, 고령수당, 유족수당에 이르기까지 146개 항에 걸쳐 지나치리만큼 세부적인 내용까지 적시하고 있었다. 이 권고는 교원이 교육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하등의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와 국가가 발 벗고 도와야 한다고 정부 간 특별회의 형식으로 합의한 것이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교원이 우리 사회의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이해했고 그 사실을 문명사회의 자부심으로 받들어 왔다.
이러한 교권을 대학 강사가 누릴 수 있을까? 아직은 요원하다. 상상만으로도 버겁다. 교육 재정은 말할 것도 없고 제도부터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의 강사법을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과 같은 법률에 연동될 수 있도록 촘촘히 다듬고 사회적 공론화에 앞장서야 한다. 대학에서는 대학평의원회 같은 기구에 강사의 대표가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강사가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총장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 민주공동체로서의 대학의 위상도 한껏 높아질 것이다.
교육과 연구공동체의 출발점은 학과라 할 수 있다.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관계망 속에서야 전임교원과 강사가 선후배일 수 있고 스승과 제자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교육과 연구의 측면에서는 동반자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학과 내에 작은 협의체라도 구성한다면 교육과 연구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마당이 조성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강사의 임무는 교육과 학생 지도 그리고 연구이다. 강사의 교육과 연구 권리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강사는 하나의 교육연구기관이다. 그의 손끝에서 연구가 탄생하고 교육이 완결된다. 부모와 사회와 국가를 대신해서 고등교육을 수행한다. 강사가 그의 직무인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여건을 만들고 촉진해야 한다. 예산을 만들고 합리적으로 분배하고 대학이 제대로 강사를 대우하는지 관리해야 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쌓아온 전문 지식을 교육과 연구에 아낌없이 환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강좌를 독자적으로 개설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방학 중에도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강사의 직무가 교육과 학생 지도, 연구일진대,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해서 지원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방중 임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도록 그들의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강사들은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문제없이 수행할 만큼 충분히 단련되어 왔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국가와 대학은 여기에 응답하기 바란다.

박중렬 전남대 강사/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남대분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