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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첨단이지만 우리 몸은 '구석기시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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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수신문
  • 승인 2019.05.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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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열풍 '간헐적 단식' 제대로 알기
간헐적 단식 중이랃도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유기농 커피, 허브 차 정도는 조금마셔도 단식 효과를 저해하지 않는다.
간헐적 단식 중이랃도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유기농 커피, 허브 차 정도는 조금마셔도 단식 효과를 저해하지 않는다.

 

간헐적 단식 열풍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유행했던 다이어트 방법과는 달리, 간헐적 단식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간헐적 단식은 특정 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않는 게 다다. 단식을 하면 칼로리 섭취가 제한돼 살이 빠지고 케토시스(ketosis, 신체가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주로 사용하는 상태)를 촉진해 지방이 연소되고, 인지 기능이 강화되며, 염증이 줄어들고, 심지어는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내는 배경에는 우리 몸의 DNA가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문명은 고도로 발달했지만 현생인류의 몸은 수렵채집을 하던 구석기 시대의 몸, 신석기 농업혁명 이전의 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렵채집 시대 인류에게는 두 다지 선택밖에는 없었다. “폭식 또는 단식”이다. 사냥에 성공하면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계속해서 굶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인류의 몸은 이 폭식-단식 사이클에 맞도록 수백만 년을 진화해 왔으며, 인간의 짧은 문명 발전 시기는 이런 인간의 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없었다. 
장 전문가이자 내과 의사 빈센트 페드레 박사는 “단기 단식, 즉 하루에 16~18시간을 아무것도 먹지 않기만 해도 염증 반응이 상당히 줄어든다”며 “단식을 하면 장이 쉴 수 있게 되고, 장 불균형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벤저민 혼 박사는 “장기간 단식은 관상동맥 질환과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나타내는 메커니즘 뒤에는 ‘자가 포식(autophage)’이라고 부르는 과정이 있다. 자가포식이란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세포들을 제거해 몸 전체 세포의 기능을 개선하는 세포 재생산 과정을 말한다. 자가포식이 일어나면 수명이 연장되고 몸 전체의 기능이 개선된다.
미 서던 캘리포니아대 노인학·생명과학 교수 발터 롱고의 연구는 단식의 효과에 세포 확산(세포 교체) 속도 감소, 뇌와 내장의 염증 감소, 인슐린 감소, 렙틴 감소, 뇌 네트워크 활동 강화, 새로운 뇌세포 생성, 휴식기 심박수 감소, 혈압 강하, 스트레스 저항성 증가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롱고는 존스홉킨스대 신경과학 교수 마크 매트슨과 함께 발표한 “단식: 분자 메커니즘과 임상 적용”이라는 논문에서 “습관적인 단식은 대사 경로와 스트레스 저항성 경로를 다시 설정함으로써 부분적인 생명 연장 효과를 낸다.”고 결론 내렸다. 간헐적 또는 주기적 단식은 설치류에서는 제2형 당뇨병, 암, 심장질환, 신경퇴화를 예방하지만, 인간에서는 비만, 고혈압, 천식, 류머티스성 관절염 발생 빈도를 낮춘다.
매트슨은 계속해서 식사 빈도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과 질병 측면에서 본 식사 빈도와 시간”이라는 논문에서 매트슨과 그의 연구팀은 우리의 식습관이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결과들은 16시간 동안 에너지 흡수를 간헐적으로 제한하면 건강 지수가 개선되고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1(주1: 관련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최근에는 단식이 노년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질병인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7년 단식과 건강 저널에 발표된 논문 “이슬람 라마단 기간 동안의 단식이 골다공증에 미치는 영향”에서 저자들은 단식이 골다공증의 “영향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이익들 외에도 단식은 입안 pH 불균형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한꺼번에 많이 먹고 그렇지 않으면 굶는 방식이 우리 사람족 조상들의 치아 건강에 미친 영향은 놀라운 것이었다.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고, 두 번 간식을 먹고 군것질을 한다면 입의 pH는 매일 계속해서 탈회 수준의 산성도를 유지하게 된다. 구석기 시대 인간이 어떤 것을 먹었는지는 추측할 수 밖에 없지만,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것과는 같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지 가까운 식당이나 카페에서 쉽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곡물을 길러 저장해 쉽게 먹을 수 있게 된 후에 일어난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모든 효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가 확실히 알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어디까지 음식섭취를 제한해야 하는가다. 일부 학자들은 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커피, 차, MCT 오일, 뼈 국물 정도는 괜찮다고 말한다. 진실은 무엇일까?
혼 박사는 “엄밀하게 말하면, 1칼로리라도 섭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몇 칼로리라고 음식을 먹으면 단식의 모든 효과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혼 박사에 따르면, 케토시스 같은 단식이 주는 효과는 특정한 다량영양소(비교적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및 미네랄 따위의 음식물 속의 영양소)를 섭취해도 계속 유지되지만, 자가포식 같은 효과는 유지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은 조금이라도 음식을 먹으면 자가포식 효과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루에 2~5 칼로리에 해당하는 커피 정도는 어떨까. 이 정도 수준에서는 상황이 좀 복잡해진다. 혼 박사는 자가포식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오직 물만 마시는 단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페드레 박사는 “단식 중에 커피를 마시는 것을 허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며 “어느쪽도 아직까지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유기농 커피, 허브 차 정도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전부 아니면 전무를 선택하는 방법이 항상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물만 먹는 단식과  포식 사이에도 중간 지대가 존재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간헐적 단식을 하는 동안 적은 양의 칼로리는 섭취해도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혼 박사도 최소한의 음식을 먹으면서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케토시스는 하루에 탄수화물 50그램 이하로만 먹는다면 계속해서 몸 안에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혼 박사는 “장내 미생물에 단식이 미치는 영향은 물만 먹을 때와 소량의 칼로리를 섭취할 때가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일상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에 비해 훨씬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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