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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시리즈-4] 심사기준 '연구경력' 편중 땐 강사들 '논문기계' 전락 우려
[강사법 시리즈-4] 심사기준 '연구경력' 편중 땐 강사들 '논문기계' 전락 우려
  • 교수신문
  • 승인 2019.05.2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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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와 임용의 실제'
이상룡 강사
이상룡 강사

 

강사는 반드시 공개채용을 거쳐 임용해야 한다.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탈락한 강사들 중 누군가는 공채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 때문에 양적 지표만으로 심사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교수들이야말로 질적 평가에 익숙한 사람들 아닌가? 학생들 성적처리를 양적으로만 하는가? 공채 잡음이 많을 경우 성적의 신뢰성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질적 평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대학에 대한 신뢰성이 낮다는 점을 대학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특히 대학원 유지를 명목으로 자대 출신을 선발하고 싶겠지만 한국의 학파나 학풍이 있다면 자대 출신 보호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렇지도 못하니 자대 출신 선발은 사실상 이권동맹에 불과하고, 이는 공개채용의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강사 공채는 심사위원회와 인사위원회로 나뉜다. 인사위원회에서 검증·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심의는 심사위원회에서 하게 될 것이다. 아마 학과에 설치될 것인데, 이 때문에 신뢰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심사위원회를 단과대에 설치하거나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강화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어떻게 하더라도 공정성이 완벽하게 확보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사 공채도 기초심사, 전공심사, 면접심사의 단계를 거칠 것인가? 일 년 비정규직에, 승진도 없고, 연금도 주지 않으면서 전임 공채처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출 서류에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는데, 명색이 대학인데 교육계획서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서에 사진이나 학력 등의 기재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 최종학력 외에는 금지되어야 한다. 선진국이라 하는 나라들에서는 이미 나이, , 인종, 외모, 학력, 이런 거 차별이기 때문에 다 없앴다. 대학이 사회를 선도하지는 못할망정 가장 뒤쳐져서야 되겠는가.

강의 경력이 오랠수록, 연구 경력이 많을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학이 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연구 경력으로 선발하려는 대학들이 나올 수는 있는데, 그럴 경우 강사들은 논문 기계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일정 연구 경력이 되면 더 이상 점수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과도한 노동을 막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논문은 없지만 오랫동안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여 그 역량이 탁월한 강사들도 있고, 지도교수와의 갈등으로 박사학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연구업적이 탁월한 강사들도 있다. 이들을 보호할 장치도 필요하고 신진 세대의 진입도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대에서는 신진 연구자의 강의 기회 보장과 기초학문 육성을 위한 쿼터제를 반드시 도입해서 학문의 연속성을 마련해야 한다.

공채를 거쳐 임용된 강사들은 재임용 절차가 보장되고 소청심사권이 함께 주어진다. 사립대의 어떤 교무팀장이 소청심사권을 보장함으로써 적지 않은 소송이 일어나게 될 것이고 결국 대학 행정업무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하던데, 소송이 왜 일어나겠는가? 무리하게 해고를 해서 소송이 일어나는 것이다. 소청심사권 때문에 대학이 분쟁의 장소로 변질된다면 그 책임은 대학에 있는 것이다.

재임용 심상의 절차만 잘 지키면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최근 법원 판결의 흐름은 평가 지표까지 확인하므로 심사 기준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가령, 대학은 강의평가 점수로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법정에 가면 패소하게 될 것이다. 재임용 문제로 쓸데없이 시끄러워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재임용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임용의 취지다. 정부가 미리 나서서 부적절한 재임용 기준에 대해서 시정 명령을 내려야 한다. 교육부의 관리·감독 권한은 이럴 때 행사하라는 것이다.

이상룡 비정규교수노조 수석부위원장, 부산대 강사(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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