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19 18:10 (화)
'사용후핵원료' 해결없는 원전은 후손에 책임전가하는 것
'사용후핵원료' 해결없는 원전은 후손에 책임전가하는 것
  • 교수신문
  • 승인 2019.05.20 11: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탈원전 세계적 추세...재생가능에너지, 에너지 안보 가능
'원전=값싼 전기' 다시 계산해보자...비정상을 정상으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탈원전’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서울대학교 윤순진 교수(환경대학원)는 단호했다. 그는 “과거에 계속 붙들려 있지 말고 능동적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 2일 서울대 환경대학원 2층 연구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과 조건이 만들어짐에도 과거에 매여 있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고, 미래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을 더했다.
‘교수신문’은 집단 지성의 전당 ‘대학에 길을 묻다’ 시리즈를 시작하며 ‘탈원전의 향방’을 화두로 잡았다. 한양대학교 김용수 교수(원자력공학과)를 만나 탈원전 반대 입장(2019년 5월6일자)을 먼저 들었고, 두 번째 시리즈로 윤 교수를 만나 찬성 입장을 담는다. 윤 교수는 국내 친환경에너지 분야 권위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열성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본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역임했다. 한국환경사회학회 회장,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무총리 직속 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 서울시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교수는 “세계는 원자력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향하고 있으니 우리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국민도 지지하는 정책이라는 거다. 대통령 공약이라고 무조건 추진하자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 중 가장 지지를 많이 받았던 공약이 ‘탈석탄, 탈원전, 에너지전환, 미세먼지 축소’였다. 당시 다수의 대통령 후보들도 같은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 ‘대세’라는 거다”고 말했다.

-‘탈원전’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무엇인가.

“‘탈원전’은 우리 사회에서 원자력발전의 역할은 인정하되 발전소 설계수명 동안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그 역할을 서서히 줄여나가자는 것이다. ‘탈~’은 벗어나자는 의미다. 목표를 두고 서서히 원자력발전에서 벗어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자는 거다. 탈원전보다 더 바람직하게 쓰였으면 좋았을 말은 에너지전환이다. 우리나라는 탈원전 뿐 아니라 탈석탄도 굉장히 중요하다. 두 에너지원으로부터 벗어나 재생가능에너지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그것이 에너지 전환이다.“

-‘탈원전’정책과 관련된 찬반 쟁점을 살펴봐야 한다. 원자력발전이 안전한가 위험한가.

“원자력 발전이 우리 사회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러 원전 사고를 경험하면서 결코 안전한 에너지 이용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목격했다. 1986년 구소련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사고가 있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었다. 1979년에는 미국 쓰리마일섬 사고가 있었다.
체르노빌사고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본가가 경주라 다른 학생보다 원전 사고에 조금더 민감했을 수 있다. 경주와 월성원전이 멀지 않다. 15년이 지난 2011년에 또 원전 사고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거다.
원전 지지자들은 우리나라 원전 노형은 가압경수로라 괜찮다고 한다. 체르노빌은 흑연감속로고, 후쿠시마는 비등경수로라 우리와 다르다고. 그럴 수 없다. 일본도 체르노빌 사고가 났을 때 ‘노형이 달라 안전하다’고 했다.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나니 똑같은 소리를 우리나라에서 한다.
이건 노형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인식해야 할 지점은 ‘원자력 발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소한 실수에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예측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연재난이 일어났을 때 원전 사고가 난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 기술 자체가 위험하다는 속성을 내재적으로 안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발현될 수 있다는 점을, 위험기술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원자력발전 뒤 핵원료 처리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되는가.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3년 국제연합(UN)에서 연설을 하면서 ‘평화를 위한 원자(Atoms for Peace)’를 외쳤다. 핵이 무기가 아닌 발전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때 과학자들은 방사선 폐기물을 처리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했지만 앞으로 원자력발전을 해나가면서 그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1956년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인 영국의 콜드홀이 탄생한 이후 60년이 넘게 고정핵폐기물, 사용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다.
전세계 어떤 나라에도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이것을 처리하는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원전을 짓고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후손들에게 처리할 수도 없는 것을 계속 전가시키는 거다. 우리는 싸게 전기를 쓰면서 말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학자적 양심으로 용납이 안된다. 원자력 발전을 정말 하고 싶다면 그런 것부터 개발하라는 거다.
우리나라 핵공학자들은 대부분 발전쪽으로만 가 있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이 안되는 거다. 우리나라는 사용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그 방법도, 그것을 처분할 장소도 결정돼 있지 않다.”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인가. 한국도 따라가야 하는가.

“그렇다. 기후변화 문제, 미세먼지 문제 등을 보라. 전기를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자연이 용납해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 현명하게 써야 되는 거다. 에너지없이 우리가 살 수 없지만 정말 써야할 곳에, 정말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에너지를 써야만 하는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게 됐다.
시장 자체도 바뀌고 있다. 유럽같은 경우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때문에 경유차는 물론 휘발유차도 퇴출이다. 결국 전기차다. 지금 세계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 확장되고 있지 않나. 볼보는 전기차에 올인하기 위해 올해부터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했다. BMW, GM도 2030년,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기도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어야 하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리뉴에이블 에너지 100%(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들은 ‘사용 전력은 무조건 재생에너지만’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2014년 8개로 시작해 174개(5월2일 현재)로 늘었다. 이케아, 3M, 아크로뱃,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GM, BMW, 레고, 스타벅스, 존슨앤존슨 등등 글로벌 기업들이다.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가능하다.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용량이 원자력을 넘어섰다. 전세계 원전 시설용량은 385기가와트인데 풍력은 515기가와트, 태양광은 400기가와트다.
투자금액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원자력같은 데 투자된 게 2017년에 170억달러(약 20조2096억원)에 불과했다. 재생가능에너지 쪽에는 2798억달러(약 332조6262억원)다. 대수력은 뺀 수치다. 50메가와트 이상의 수력발전 시설까지 포함됐다면 3100억달러(약 368조5590억원)다. 비교가 불가다. 세계 시장 판도를 봤을 때 어느 길로 가야 하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증가를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의견이 있다.

“견강부회(牽强附會)다. 탈원전 때문에 미세먼지가 증가한 건 결코 아니다. 안전한 가동을 위해 원전 점검과정이 길었고 그래서 가동일수가 줄었던 거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전에 순정부품을 쓰지 않은 원전 스캔들도 있었다. 또 격납고 시멘트가 공극이라는 구멍이 생겨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생기기도 했다. 한빛 4호기는 원전 안에 망치가 떨어져 있기도 했다. 얼마나 심각한 위협요인인가. 그래서 계획예방정비를 통해 정말 안전한지,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모든 안전조치를 취하고 난 뒤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원자력의 가동일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원자로를 세워뒀던 것처럼 말하는 거는 정말 왜곡이다.”

-세계적인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도태되고, 한국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내세우는 게 원전 수출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원전 기술을 가지고 있고, 원전 수출을 하려면 내수가 받쳐줘야 한다.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산업생태계가 붕괴된다고 이야기한다.
그 말을 들으면 우리나라 원전기술이 세계 최고인 것같다. 아니다. 프랑스, 미국,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있다.
그럼 수출하면 돈이 되냐. 원천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 컨버스천엔지니어링(CE)이라고 세계적 원자력발전소 제작사인 웨스팅하우스의 전신이다. 우리는 그 기술을 이전받은 거다.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에 원전 건설을 수주했지만 미국에게 이익의 일부를 떼어줘야 한다. 얼마인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대금을 일시불로 받는 것도 아니다. 전기 팔아서 몇십년 안에 회수해야 하는 데 불안요소가 있다. 지금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단가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으로 단가를 맞출 수 없다. 영국 힝클리포인트C 사례를 봐도 그렇다.
원전을 못 지어 수출을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미국이나 프랑스는 자국에 원전을 짓지 않았지만 원전발전기술을 수출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원전수출시장 개척했다.
이런 부분은 저보다 원전 기술 쪽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훨씬 잘 알거면서 왜 좀더 솔직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에너지 자립, 에너지 안보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야 말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니 에너지 자립과 안보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독일이 단계적 탈핵을 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에너지 안보와 일자리 창출이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태양, 바람, 물 등이 있는 한 그 나라 안에서 계속 생산되는 거다. 에너지를 수입할 필요가 없다. 이용기술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나라 안에서 계속 쓸 수 있다. 에너지 안보가 튼튼해 질 수 있다.
원자력 에너지를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웃기는 거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235 생산량이 적다. 원료를 사와야 된다. 원료를 수입하는 데 원전에 의존하는 게 어떻게 에너지 자립이고 에너지 안보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진석 2019-05-29 11:21:24
글잘읽었습니다. 교수님 거짓뉴스가 판치는 세상, 쓰레기 언론들 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