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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인간의 완벽통제 불가능...'에너지 윤리' 회피 안된다
원전은 인간의 완벽통제 불가능...'에너지 윤리' 회피 안된다
  • 교수신문
  • 승인 2019.05.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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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찬성 특별기고 : 탈원전 논쟁을 넘어 에너지 전환으로

 

요즘 해외 에너지 전환 관련 소식이 매일 매일 경신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날아든다. 독일에서는 작년 에너지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5.4% 감소하고 이에 힘입어 EU에서도 2.5% 감소했다. 2022년까지 단계적 탈핵에 추가해서 독일은 2038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65%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할 계획인데 지난해 이미 40%를 넘어섰다. 지난 5월 14일, 메르켈 총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요즘 민주당이 제출한 “그린 뉴딜” 결의안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여기엔 재생가능에너지 전력 100%란 목표가 포함되어 있다. 최근 미국의 엑셀론은 40년 설계수명에 20년 수명 연장 승인을 받아 2034년까지 가동 가능한 스리마일1호기 운전을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 브이씨 서머 원전 2기 건설이 경제성 부족으로 중단되었고 조지아 주의 보글 2기는 주정부 보조금으로 겨우 건설되고 있을 뿐이다.
중국 정부는 2050년에 전력의 50%를 풍력으로, 23%를 태양광으로, 12%를 수력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무려 85%의 전력을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거다. 중국의 론지 솔라는 최근 태양광 전지 효율을 24.06%로 높였다. 영국은 5월 1일부터 일주일 이상 석탄발전 없이 전력을 공급했다. 이는 1800년대 석탄 발전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해상풍력이 큰 역할을 했다.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 BMW, GM 등 재생에너지 100% 전력을 쓰겠다는 RE100 기업들이 175개가 되었는데 계속해서 늘고 있다.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탈원전 논쟁이 한창이다. 더군다나 원전/탈원전이 보수/진보라는 이념 차원에서 논의될 이야기가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정치쟁점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엔 경제지를 포함한 보수언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젠 기계적 중립도 보이지 않고 탈원전 반대편에서 뉴스를 취사선택하고 때에 따라선 사실을 비틀거나 숨기기도 한다. 탈원전이 문제라고, 모든 에너지 관련 문제는 탈원전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발신하고 있다. 이는 여론과도 사뭇 다르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매해 실시하는 에너지 국민인식조사 2019년 결과를 보면 에너지전환정책의 필요성에 국민의 84.2%가 찬성하고 추진 속도에 대해서도 85.0%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2030년 전력 공급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는 확대(각각 95.0%와 73.3%), 석탄과 원자력은 축소(각각 96.2%, 79.4%)가 압도적이다.
원전 지지자들은 말한다, 원전은 저렴하고 깨끗하고 준국산이라 에너지안보를 높이고 수출을 통해 국익을 늘려준다고. 과연 그런가?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원전 확대는 세계적 흐름이어야 한다. 이런 좋은 에너지원을 선택하지 않는 건 도대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7년 신규 원전 투자금은 170억 달러로 재생가능에너지 투자금(2798억 달러)의 6.1%에 불과했다.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는 확대일로, 원전투자는 축소일로다.
왜일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원전기술의 위험성에 있다. 거의 한 세대동안 발생한 1979년의 스리마일 섬 사고나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 2011년의 후쿠시마 사고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기술 자체의 위험성에서 기인한 정상사고(normal  accident)인 것이다. 노형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인간의 사소한 실수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로 어떤 원전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을, 원전기술은 인간이 결코 통제할 수 없음을 보여줄 뿐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기술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우리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은 포화를 향해 가고 있다.
울리히 벡 교수의 말을 빌자면 이런 원전사고들은 “해방적 파국”이다. 파국적 재난들을 통해 우리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성찰하면서 탈바꿈을 이뤄내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에겐 에너지 절약과 효율 개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란 대안이 있다. 안전과 생명, 평화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우리의 에너지 소비가 야기하는 사회·경제·환경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윤리적 자세 또한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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