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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일관계는 '재난'...정치 빼고 민간부터 교류하자"
"지금 한일관계는 '재난'...정치 빼고 민간부터 교류하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05.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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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교수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제안
김영근 교수가 지난 7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아사노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김영근 교수가 지난 7일 고려대 연구실에서 아사노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지금 한일관계는 재난상황으로 봐야 한다. 양국 모두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화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일본경제의 침체, 자민당 아베 정권의 내셔널리즘의 강화, 위안부 재협상 현안, 화해치유재단 해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등으로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태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 및 내셔널리즘이 심화되고 한일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만이 들린다. 특히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지금까지 한일 양국 경제인들 사이에 암묵적 합의였던 정경(政經) 분리원칙이 와해되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도 ‘영토 주권 수호 및 일본의 과거사에 적극 대응’ 입장으로 한일간의 현안문제와 관련해 진정한 사죄와 반성에 기초한 역사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의 대일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외교라인의 비정상화’ 혹은 ‘외교정책의 부재’라 할 수 있다. 한일 대립구조는 역사 속에서 반복된 숙연의 과제다. 다만 대일정책의 기조가 대통령의 세계관과 대외인식만으로 형성되고 추진되면 국가의 품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제적 변수 등을 고려해 전략적 차원에서 대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감정적 대응을 초래하는 행위는 대일정책 기조를 흔들리게 하며, 한일협력이라는 추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의 정치 외교적 노력보다 민간 차원의 경제 문화적 노력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협력과 화해를 위한 새로운 아젠다를 모색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화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새로운 행위자 및 협력 아젠다’에 주목해야 한다. 공공외교의 관점에서 ‘재난과 안전에 관한 협력 네트워크의 구축’이나 ‘아시아 재난안전공동체 구상’ 등 한일교류 분야의 확대 및 진전이 중요하다.
정치 경제학에서 벗어나 융합인문학 시각을 도입해 동아시아 ‘재난안전공동문화체’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한일 화해를 위한 재난, 안전, 에너지, 환경 등 비교적 관심이 낮은 분야에 초점을 둘 수 있다. 한일 협력의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게 되면 실천적 국제협력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류(韓流)와 일류(日流), 그리고 환류(還流)’ 프로세스 활용도 중요하다. 문화, 과학, 경제 등 한일 양국이 협력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를 ‘경쟁의 게임’이 아닌 ‘협조의 게임’으로 이어가도록 하기 위한 ‘정경분리의 원칙’에 주목해야 한다. 경제협력문제를 우선 논의협의한 뒤 정치적 이슈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선경후정(先經後政) 정책이라고 하겠다. 과거 조선통신사가 임진왜란 후 한일 양국의 국교회복과 교류의 진전 계기된 예도 있다.
국가 단위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민간이, 대학이 나서야 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교류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성(humanity) 본위의 인간을 최우선하는 ‘휴마트파워(humanity+smart)’ 개념 도입도 고려해볼 수 있다.
‘화해학(和解學:Reconciliation Studies)’은 간단히 말하면 ‘화해’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분야다. ‘화해’란 대립관계를 해소(혹은 최소화)하고, 유대 및 평화의 관계를 맺는 행위, 이로 인해 서로 일치를 이루는 상태를 뜻한다. 한 국가나 개인이 다양한 분쟁 요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어떻게 화해하려고 노력해왔는지, 아울러 분쟁(갈등)에 관한 교차점과 그 원인을 규명해 나가는 일이다.
한일관계는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전개된 전쟁과 평화, 화해 담론이 미국이 관여하는 중층적 구도로 전개돼 화해학 이론 제시가 어려웠다. 한일 양자간 시점에서 벗어나 다자주의적 요인을 더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한일 화해 해법 역시 찾기 쉽지 않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파트너십 선언’ 20주년(2018년)이라는 축적된 우애를 바탕으로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한일관계사 백년대계를 고려할 때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협력의 결과물들이 과거사에 파묻히거나 미래와 단절되면 한일 양국에 큰 손실이다.
지속적인 사회문화의 공유, 경제협력 등을 통해 ‘제로섬게임’이 아닌 ‘윈윈게임’으로 전향되는 한일관계를 기대한다. 유연한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진정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구축, 즉 ‘화해학’을 시작하는 데 힘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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