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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미움의 정치' 대학이 풀자
韓-日 '미움의 정치' 대학이 풀자
  • 교수신문
  • 승인 2019.05.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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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紙 주선, 양국교수 특별대담] 무거운 고뇌를 털어놓다
김영근 고려대 교수-아사노 도요미 와세다대 교수
문정부-아베, 정치바람 벗어나 새 물꼬 트게
젊은이들 격론-화해포럼부터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

일본이 ‘레이와(令和)’시대를 맞았다. 연호 ‘레이와’를 보는 시선이 상반된다. ‘레이와’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화합하면 새로운 문화가 자라난다는 의미라며 평화 의지를 드러낸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의 열망을 담아 연호 선정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며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경계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 새 시대를 맞은 일본과 어떤 미래를 그리게 될까. 나날이 경색되고 악화되는 한일관계는 언제쯤 해빙 무드를 맞을까. 한국은, 또는 일본은 어떤 행보를 걷게 될까. ‘교수신문’이 그 답을 찾고자 한국과 일본의 국제관계 전문가의 E메일 대담을 주선했다. 대담에 나선 김영근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는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국제관계론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예일대 국제지역연구센터(YCIAS) 파견연구원,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협력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글로벌일본연구원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 한국일본정경사회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아사노 도요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역시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주쿄대 국제교양학부 교수, 아시아여성기금 위안부 관계자료위원회 위원,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객원 조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일본 문부과학성의 지원을 받아 화해학창성(和解學創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근 교수(이하 김) : 안녕하십니까. 아사노 교수님.  서울에서 발간되는 ‘교수신문’이 한일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 기쁜 마음으로 연락드립니다. 교수신문은 한국의 교수들이 편집 파트너로 참여해 제작하는 지성(知性)의 대표지입니다.
요즘 한일관계는 ‘재난’이라고 불릴 만큼 긴장과 대립의 외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상황이 악화 될수록 관계 정상화를 위해 대학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오늘은 아사노 교수님과 함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습니다.
아사노 교수(이하 아사노) : 김 교수님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쿄대 고마바캠퍼스에서 함께 공부했던 나날들이 그립습니다. 저희들이 우애를 나눴던 대학원 시절과 달리 현재 한일관계는 갈등구조로 치닫는 사건들이 계속되고 있어 정말 마음이 무겁습니다. 말씀하신 학문적 고민의 필요성이라는 부분에 관해 동감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와세다대가 중심이 된 ‘화해학창성(和解學創成)’이라는 문부과학성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학문을 창출하기 위한 것으로 프로젝트는 김 교수님이 유학생 시절 공부했던 '상상의 공동체'라는 앤더슨 박사의 내셔널리즘에 관한 분석에 착안해 연구했습니다.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한일 양국 국민들이 화해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들을 규명해 보려 합니다. 일찍부터 화해학을 제언하신 김 교수님의 관심과 의도처럼 저도 화해학창성 연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꼭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현재 한일관계가 재난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는 언제든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게 되면 침몰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여기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정부끼리 날을 세우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풀뿌리교류 즉 시민들 교류의 중요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사노 : 맞습니다. 김 교수님의 저서 ‘한일관계의 긴장과 화해’에서 제창하신 바와 같이 ‘정경분리의 원칙’, '민간문화교류의 확대'야말로 한일관계를 상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다만 왜 김 교수님의 결론대로 국가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관계 해법을 ‘왜 외교로 보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게 선행돼야 합니다. 정부 주도의 외교 결과와 양국 국민들의 판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올바름'이라 주장하더라도 한일 양국의 국민들에게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의적 해석에 얽매이게 됩니다.
때로는 양국이 ‘바로잡아야 할 정의(正義)’를 전략이나 힘의 논리에 따라 달라지는 외교에 맡길 게 아니라 ‘문화구조 협의’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논의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외교와는 별개로 무역마찰로 일그러진 미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의가 전개된 바 있습니다.

아사노 도요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아사노 도요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 한일 양국이 각각 정치상황 등 국내 여건에 따라 역사적 측면을 다르게 보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아사노 : 그렇습니다.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참배, 위안부 정신대 강제연행 등으로 상징되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피해당사자가 생존해 계시는 동안 더욱더 화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을 포함한 정부 이외의 행위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소통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지금까지 외교에 맡겨온 것도 잘못입니다.
외교와는 별개로 한일 역사가들이 모여 한일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등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양국 대학의 노력도 있었습니다만 해법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는 김 교수님께서도 지적하셨듯 역사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 그리고 국제 및 국내의 두 차원을 넘는 정치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 일본인들이 전쟁의 기억에서 떠올리는 ‘정의(正義)’는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점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일례로 ‘평화'라는 가치를 보통 원폭이나 공습이라는 전쟁피해자 입장에서 피력합니다.
아사노 : 가해자로서 ‘책임’보다 피해자의 ‘경험’에 비중을 둔다는 점은 솔직히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이런 국민감정은 곧 국내정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한일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양국의 국내 정치적 한계를 넘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최근 한일 양국이 재난이나 안전, 환경 이슈 등에 관한 인류애적 공동 대응과정을 새로운 협력 아젠다로 활용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사노 : 한국 내 역사적 기억이 대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름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국민 감정이 좋은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재난안전공동체’ 제언 등에 깊이 공감합니다. 스포츠, 문화 교류 등으로 긍정적 감정을 나누는 것도 경색된 한일관계를 푸는 기본적인 접근방식이라고 봅니다.
: 지금은 대학들이 포럼 등 논의의 장을 적극 마련하는 것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입니다.
아사노 : 한일 자매대학인 와세다대와 고려대의 학문 교류 노력이 한일관계 개선의 초석이 되고 나아가 양국 국민의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와 역사에 관련된 문제를 국민정서 및 정의와 연계해야 합니다. 역사와 기억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한 문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일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격론을 마다하지 않는 포럼을 통해 양국 대학들이 힘을 합쳐 나가는 실천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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