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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동향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영향평가 지침 발표
과학계동향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영향평가 지침 발표
  • 안성우 과학객원기자
  • 승인 2003.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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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회적 윤리적으로 온당해야 한다"

그간 학계에서, 그리고 민간단체에서 간간이 이루어졌던 기술영향평가가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7월 초, 정부가 시행하는 기술영향평가의 주관기관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기술영향평가 지침이 발표되었다. 이는 2001년 7월 발효된 <과학기술기본법>에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이 경제, 사회, 문화, 윤리, 환경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후 만 2년 동안 이루어진 작업의 산물이다.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기술영향평가는, 기술개발로 인한 다양한 사회집단의 잠재적인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한 정보를 전문가들이 분석, 제공함으로써 정책 및 법안 결정에 기여하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를 본 따 1980년대에 기술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한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이렇게 분석적인 결과를 도출해내는 기술영향평가 방식보다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간의 상호작용과 참여를 중시하는 방식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술영향평가의 기본적인 관점은 동일하다. 즉, 점차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과학기술의 발전은 일부 전문가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의해 책임성있게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술영향평가는 주로 의회 내의 공식기구를 통해 이루어졌으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의 기술영향평가는 민간차원에서 주로 추진되었다. 1998년부터 2년 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참여연대가 중심이 되어 유전자조작식품(GMO)와 생명복제기술에 대한 <합의회의>를 개최했는데, 이는 유럽에서 발전된 시민참여형 기술영향평가의 대표적인 방식을 차용한 것이었다.

'과학기술기본법' 이후, 2년만의 성과

한편 학계에서도 특히 최근 윤리적 측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생명공학기술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진행 중인데, 인간유전체사업에 대한 ELSI(Ethical, Legal, and Soical Implications)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인공장기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ELSI 프로젝트도 현재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영향평가의 평가대상 기술은 미래의 신기술 및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큰 기술로서, 과학기술부 장관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하는 기술이라고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KISTEP에서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기술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기술의 범위는 나노기술과 생명공학기술, 그리고 생명공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기술로써 바이오센서, 바이오칩, 바이오 MEMS기술 및 생체모방 나노소재 기술,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이 주요한 후보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평가는 기술영향평가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데, 현재 위원회에는 학계, 정부출연연구기관, 시민단체, 기업 등 배경이 다양한 14명의 위원이 위촉되어 있으며 이장무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 산하에 과학기술, 산업경제, 사회문화 등 3개의 전문분과가 설치되어 구체적인 분과별 영향평가를 진행할 예정인데, 과학기술 분과(위원장: 서활 연세대 교수)에서는 국내외 동향 및 기술전망, 기술개발의 타당성, 예상되는 부작용 및 대안을, 산업경제 분과(위원장: 이종일, 산업기술재단 본부장)에서는 주로 시장성, 비용편익 분석, 다른 대안기술의 경제성 검토 등을, 사회문화 분과(위원장: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에서는 기술이 삶의 형태나 삶의 질 등 생활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 및 환경이나 윤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게 된다.

9월 평가결과 공청회 중대 분수령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에 의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술영향평가의 결과를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연구기획에 반영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기술영향평가에는 행정부가 지니고 있던 과학기술 정책의 주도권을 의회에서 감시, 견제하려는 정치역학적인 측면이 포함되어 있었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부에서 시행하는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스스로 평가, 교정하도록 되어있다는 점에서 기술영향평가의 실효성은 올해의 사업결과에 따라 다시 평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 초 각 전문분과들의 평가기술의 구체적인 선정에 이어 두 달여 간의 평가작업 이후 9월 말이면 평가결과에 대한 공청회가 있을 예정이다. 기술영향평가가 성장과 발전에만 치중해온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전환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첫 사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각 분과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평가과정이 어느 정도 투명하게 공개되고 논의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가 실제로 어느 정도 과학기술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안성우 과학객원기자 swah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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