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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석의 global scope] 진화의학이 '노화치료' 성공땐 모든 질병 해결
[고현석의 global scope] 진화의학이 '노화치료' 성공땐 모든 질병 해결
  • 고현석 기자
  • 승인 2019.05.0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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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화는 노화를 극복하지 못했을까?
조던 페넬스교수/호주 퀸즈랜드대학. 생체공학
지난 수십억년 동안 생명체는 자연선택과 적을 통해 더 고등한 형태로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진화는 노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십억년 동안 생명체는 자연선택과 적을 통해 더 고등한 형태로의 진화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진화는 노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진화는 생물 집단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변화를 축적해 집단 전체의 특성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자연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진화는 생물체가 생존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 현생인류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서 신체적 조건, 지적 능력 등의 면에서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진화가 생물체의 조건을 개선하는 쪽으로 이뤄진다면 왜 진화는 노화의 비효율성에 대처하지 못했을까?
새로운 아이디어, 철학, 문화 등을 다루는 미국의 디지털 잡지 <이온(Aeon)>이 최근 진화에 대한 이런 의문을 다룬 조던 페넬스 박사(호주 퀸즈랜드대 생체공학·나노테크놀로지 연구소)의 글을 실었다. 내용을 정리해본다.
생명은 물리학의 끝없는 혼돈과 생물학의 복잡성을 대립시킨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시스템(계)은 무질서도(혼란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생물학적 노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노화에 관해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 문제가 존재한다. 진화의 동력을 최적화하는 것과 피할 수 없는 몸의 악화 사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역설이 그것이다. 우리가 단세포 생물로부터 진화해 온 35억 년이라는 긴 시간을 생각해보자. 왜 생명체는 노화의 비효율성에 맞서지 못했을까? 좀 더 정확하게는, 다윈의 진화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노화는 계속해서 존재해 왔을까?
진화가 일어나려면 우선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유전적 변이란 한 집단의 개체들에서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현되는, 측정 가능한 특징(표현형질)의 차이, 부모로부터 자식으로의 이런 유전적 요인들의 유전 차이, 차등적 생식 성공 정도의 차이를 말한다. 특정한 유전적 요인들은 개체의 생존 능력과 생식 능력으로 나타난다.
이런 진화적 프레임 안에서 노화를 생각해보자. 전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수명이 천차만별이다. 수명에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기도 하지만, 살고 있는 나라의 GDP 같은 외부 요인들이 작용하기도 한다.
수명은 유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개인 간 수명 차이의 약 23~26%는 유전적 요인에 의한 것이다. 게다가, 생애 전반에서 건강상태가 개선돼 수명이 늘어나고, 이성에게도 더 섹시하게 보이게 되고, 번식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세 가지 진화적 요인이 작용해 장수라는 특성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수백 년을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1952년 영국 생물학자 피터 메데워는 노화에 대한 진화 이론을 최초로 제시했다. ‘돌연변이-축적 모델’이다. 이 이론은 개체가 획득한 돌연변이가 초기 발현될 수도 있고, 나중에 발현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초기에 발현되는 돌연변이는 개체가 생식 측면에서 활발한 기간에 나타나며, 그 돌연변이의 모든 효과는 자연선택에 기초해 나타난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자연선택은 후기에 발현되는 돌연변이에는 ‘눈을 감는다’. 생애 후반에 드러나는 돌연변이는 생식이 이미 일어나 다음 세대로 전달됐다면 소급해서 선택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택의 힘은 나이가 들수록, 생식력이 약해질수록 감소한다. 이 현상은 ‘선택 그림자(selection shadow)’라는 이름으로 알려진다.
이 이론은 야생에서 지내야 할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갇혀서 지낸 동물을 번식시키기가 왜 어려운지 설명해준다. 환경이 바뀌고 생존 위협이 줄어들면 동물은 축적된 후기 돌연변이가 발현되는 나이까지 생존할 수 있다. 이 효과는 이런 작은 집단에서 일어나는 이종교배가 원인인 돌연변이 집중에 의해 강화된다. 생물보존주의자들은 야생이 아닌 곳에서 이렇게 수명이 늘어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 집단에서 신경퇴행성 질환의 증가가 극적인 수명 연장과 동시에 일어나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돌연변이-축적 모델은 1957년 미국 진화생물학자 조지 윌리엄스에 의해 정교화됐다. 윌리엄스는 초기 발현 돌연변이와 후기 발현 돌연변이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인 연구를 했다. 돌연변이는 조직 유형, 삶의 단계에 따라 다르게 효과를 나타낸다. 다면발현(pleiotropy, 1개의 유전자가 그 이상의 형질 발현에 작용하는 현상)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돌연변이가 삶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상반되는 효과를 낼 때는 ‘길항적 다면발현’이라는 용어를 쓴다. 윌리엄스는 돌연변이가 삶의 초반에서 생존과 번식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만 생의 후반에서는 나이와 관련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선택은 초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며 이런 돌연변이가 집단에서 강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길항적 다면발현 모델은 노화를 젊은 동안 생존과 번식을 위한 선택이 이루어진 비적응성 부산물로 보고 있다.
삶의 초반에 나타나 생존과 번식을 개선하는 특징들은 나이와 연관된 질환들과 진화적인 맞교환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1977년 영국 생물학자 토머스 커크우드는 이 개념을 ‘소마 총량 제한 이론(disposable soma model)’라는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생존과 번식 사이의 진화적 균형이 스스로 이뤄진다는 이론이다. 커크우드는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각 개체는 생존을 할 것인지 번식을 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새 차를 살 때를 생각해보자. 2.7초 만에 시속 100킬로미터가지 가속할 수 있는 멋진 스포츠카를 사서 이성을 유혹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스포츠카는 비싸고, 차를 그렇게 가속해 속력을 내다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번식의 대가와 위험이라는 동일한 개념이 자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종이 적당한 짝을 찾기 위해 노력과 경쟁을 할 때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찾는데 드는 노력이다. 번식면에서 황무지인 곳에서 짝을 찾으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자연에서는 대사 에너지가 필요하고 포식자에게 잡혀먹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둘째, 돌보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새끼를 먹이고 키우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며, 부모가 포식자에게 잡힐 확률을 높인다. 셋째, 질병의 위협이다. 짝과의 교배는 접촉성 질환의 위험을 동반한다. 마지막으로, 짝짓기의 위험이다. 인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가정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된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다. 특정한 종의 암컷은 교미가 끝난 뒤 수컷을 잡아먹기도 한다. 사마귀의 교미 과정에서 대표적인 예를 볼 수 있다.
번식의 대가는 비싸지만, 성공만 한다면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개체들이 이런 전략 중에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지의 보면, 환경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뤄진 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초원 귀뚜라미 수컷을 가둬 키우면서 단백질을 고용량과 저용량으로 나눠 줬다. 짝이 될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컷은 밤에 다리를 배에 문질러 소리를 냈다. 이런 행동은 대사적으로 볼 때 별로 소모적이지는 않지만, 포식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에너지가 풍부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먹이를 먹은 수컷은 에너지를 세포 유지 활동에 불리한, 밤에 소리 내기에 사용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포식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수컷 귀뚜라미의 수명을 단축했다.
궁극적으로 생각할 때, 번식은 진화 행동의 가장 중심을 차지한다. 인간의 진화는 돌연변이가 번식기가 이후의 삶의 후기 건강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했다. 특히 각 개체가 유년기에 이익을 받는 경우는 더 그렇다. 환경적 제약을 고려하면, 개체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할당해 번식, 안전, 장기적인 건강 사이에서 균형을 만들어내야 한다. 노화를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이런 진화의 특성이 적용된다면 인간이 왜 질병에 걸리는지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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