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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야 할 '학문 소외지대'
사라져야 할 '학문 소외지대'
  • 교수신문
  • 승인 2019.04.2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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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원 연구원
홍성원 연구원

 

한국에서 야생동물학은 비주류 학문인 생태학 내에서도 비주류 학문이다. 이는 부족한 인프라와 연구에 대한 지원이 적기 때문일 수 있으나, 힘든 현장 연구와 함께 논문 작성을 위해 투자해야하는 시간 또한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자연을 벗 삼아 극복할 수 있었고, 그 빚을 다시 자연에 갚겠다는 생각에 야생동물 연구를 시작하였다. 국내에서 문제가 되는 종 또는 최상위포식자를 연구하라는 미션을 시작으로 석사는 뉴트리아를, 박사 과정 동안에는 수달 생태를 연구하게 되었다.
뉴트리아는 괴물쥐라고 불리는 거대 설치류로 물가에 살면서 수초를 주로 먹으며, 습지 파괴, 둑 붕괴 등 여러 피해 때문에 환경부에서 완전 퇴치를 목적으로 관리하는 외래종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 실험 장비와 체계적인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좋은 인연으로 우포늪의 환경지킴이에게 쥐 트랩 한 개를 받을 수 있었고, 낙동강 하구에서 처음으로 한 마리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그 한 마리가 본격적인 연구의 물꼬를 터주었다. 그로 인해 실험실에서 트랩 20개가 첫 실험장비로서 지원된 것이다.
당시에 뉴트리아라는 종에 대해서 생태 연구의 기본인 분포 연구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현장 조사와 동시에 문헌조사, 그리고 각 시, 도, 군 관련 공무원에게 전화 하여 해당 지역 내 출현 유무를 조사하면서 분포 변화를 파악하였다. 그 결과를 해당 분야의 저명한 외국 과학 잡지에 투고하였는데, 특이하게 잡지 검토자가 개인적으로 지도 교수님께 연락하였다. 그 분께서 직접적으로 지도해주시면서 원고가 풍부해질 수 있었으며 연구결과를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업적을 기반으로 수달에 대한 연구 계획을 세워 글로벌박사펠로우십에 2015년 선정될 수 있었다. 이후 연구 지원금이 생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기술적인 발전을 위해 외국의 저명한 교수님들께 접촉하여 연구 방법과 내용을 배울 수 있었고, 현장연구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에서 야생동물학은 국가의 부와 삶의 질이 비슷한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비해 굉장히 소외되어 있고, 인프라가 부족하다. 2014년에 일본 삿포로에서 있었던 세계 야생동물학 학술대회에서는 일본 내에서만 100여 개의 연구실이 참여하는 반면, 국내 야생동물학 연구실은 다섯 개가 채 되지 않았다. 심지어 공식적인 학회도 없다. 이탈리아의 한 대학교 교수님께서는 야생동물 연구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셨지만, 긴 학문의 역사 덕분에 이탈리아 학자들의 연구역량은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이에 비하면 한국의 야생동물학은 첫 발을 디딘 아기와 같다.
어느덧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고, 내가 연구를 처음 시작할 무렵 나이의 친구들이 후배로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도 학문의 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도 나와 같이 아주 특이한 케이스를 통해 학자로 성장할 것이다. 국가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외된 학문에서도 연구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소외된 학문에 대해 형평성을 적용하여 지원해주는 한국연구재단과 같은 연구지원 인프라가 굉장히 중요하며, 학문에 대한 열정과 도전의식을 좋은 결과로 만들어 주는 기반이 될 것이다.

홍성원 부산대·환경에너지연구소 연수연구원
부산대 생명과학과에서 야생동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달과 뉴트리아 등 야생동물의 개체군 연구를 기반으로 보전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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