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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불법복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교재 불법복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 허진우
  • 승인 2019.04.26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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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복제'가 유통질서 교란
번역교재도 '허락'없으면 불법
단속반원들이 불법복제된 교재들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저작권보호원
단속반원들이 불법복제된 교재들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한국저작권보호원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9월. 대학가는 매년 되풀이되는 교재 불법복제에 몸살을 앓는다. 문제는 비싼 교재비를 아끼려는 불법복제 행위가 교재 가격을 더 올리는 악순환의 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불법복제가 교재 판매 감소의 한 원인이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한다. 출판계는 교재 판매가 줄어들면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교재 가격을 올리거나 절판하는 과정을 거친다. 교재 불법복제가 낳은 악순환인 셈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학생들의 교재에 대한 경비 지출은 점차 증가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불법복제의 세계를 기웃거리게 되는 것이다.
교재 불법복제는 학생들이 단순히 대학가 인근 업체에서 제본을 하거나 구입하고, PDF파일을 공유하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교수들의 선의 역시 불법복제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책의 저자 또는 번역가인 교수가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본인의 책을 복제해 제본을 맡기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본인의 책이기에 불법복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저작권자라도 출판사와의 계약이 만료됐거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번역 교재인 경우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 번약가라도 원저작자의 허락이 없다면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법 제136조에 따르면 저작물들을 복제, 전시, 배포, 대여, 2차 저작물 작성은 금지된다. 또 저작권법 제30조는 복사 및 제본 관련업체에서 저작물을 복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출판 및 인쇄진흥법 위반으로 문제가 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매년 3월과 9월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 저작권 관련기관들이 대학가의 불법복제 행위를 집중 단속하곤 한다. 올 3월에도 권역별로 50여명 규모의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대학가 주변 복사업체를 불시 점검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주요 단속대상은 복사업체다. 아직 배움의 장의 중심에 있는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법 적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우리 민족의 기저에 깔려 있는 유교주의적 사고가 배움의 열망에 대한 실천이 있다면 위법성을 일부분 눈감아주고 있어서다. 이런 분위기 탓에 불법복제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후조치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몇몇 대학에서는 교재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교재비 부담을 줄여주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서울여자대학교의 ‘강의교재 대출 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서울여대 도서관에서 시행하는 이 서비스는 학교가 전공과 교양을 포함한 일부 과목을 강의교재 대여강좌로 선정하고, 교재를 구입해 강좌 수강생에게 한학기 동안 교재를 대여해준다.
또 영남대학교는 학생회에서 졸업자나 졸업예정자에게 교재를 기증받아, 재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교재 바자회’도 열었다. 판매 수익금은 학과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다.
교수들의 실질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교수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빅북’운동을 펼쳐 학생들의 교재비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대학과 교수, 학생이 주도하는 자정 노력이 반갑다. 한국학술출판협회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불법교재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점점 인식하고 있는 점은 좋은 현상이다. 대학가의 노력이 우리나라 출판물에 관한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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