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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신]근대성에 관한 철학 미학 사회적 최고의 이론가 재조명
[독일통신]근대성에 관한 철학 미학 사회적 최고의 이론가 재조명
  • 교수신문
  • 승인 2019.04.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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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작을 정초한 두 명의 사회학자로서 베버와 짐멜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해명한 연구는
김덕영의 하빌리타치온에서부터 시작했다는 막스 베버 항목에서의 설명 역시 우리 학계와
독자들에게 각별할 것이다.
짐멜
짐멜

 

1918년 9월 28일 타계한 짐멜 서거 100주년 기념 짐멜헌정 연구서 [짐멜편람: Simmel-Handbuch]이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작년 9월에 출간되었다. 독일 사회학계에서 뒤르켐과 부르디외에 대한 탁월한 연구를 하고 있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의 한스-페터 뮐러 교수와 예나대학에서 지식사회학과 사회이론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틸만 라이츠 교수가 960쪽 분량의 이 연구서의 총괄책임을 맡았다.

짐멜 헌정의 역사

짐멜 헌정의 역사 1 : 게오르크 짐멜에 대한 감사의 책, 1958년.

독일에서 짐멜에 대한 헌정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1958년 3월에 짐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게오르크 짐멜에 대한 감사의 책] Buch des Dankes an Georg Simmel이 베를린의 둥커 운트 훔블로트에서 출간된 바 있다. 짐멜이 후설, 리케르트, 릴케, 로댕, 막스 베버 부부에게 쓴 편지를 포함하고 있는 이 기념본은 그 밖에도 루카치, 부버, 블로흐, 슈바이처 그리고 짐멜의 슈트라스부르 시절 매우 가깝게 지냈던 대지휘자 오토 클렘페러의 회상, 그리고 여러 시점의 짐멜의 사진들을 포함하고 있다.

58년의 기념논문집에는 짐멜이 직접 자신의 학문을 정리하고 있는 ‘미완의 자기서술의 시작’이라는 짧은 글이 실려 있다. 여기서 그는 상호작용개념의 사회학적인 의미로부터 하나의 형이상학적인 원리를 확보했다고 쓰고 있다. “세계상의 실체적이고 추상적인 통일성을 상호작용의 유기적인 통일성으로 대체하는 우주론적이고 인식원리적인 이러한 상관주의”로서 짐멜의 고유한 형이상학은 “모든 실체적으로 고정된 가치들을 무한한 것으로의 해소가 동일하게 반복되는 요소들의 생동감있는 상호작용효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적인 것 뿐 아니라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에까지 확장(『돈의 철학』)될 때 불안한 주관주의와 회의주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미학적 모더니티에 관한 사회학적이고 철학적인 이론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김덕영의 지적처럼 짐멜의 사회학적인 인식관심이 사회로부터 사회적인 것으로의 전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의 현상학으로서 사회학의 자기정립이 구축되는 것이다.

짐멜 헌정의 역사 2 : 게오르크 짐멜과 근대(1983), 짐멜과 초기 사회학자들(1988)

83년 주어캄프에서 출간된 『게오르크 짐멜과 근대』는 1982년 여름 빌레펠트 대학의 학제 간 연구소(ZiF)에서 진행된 ‘게오르크 짐멜의 현재성’ 학술대회의 성과를 증언하고 있는 헌정본이다. 15편의 논문이 실린 이 헌정본은 제목처럼 짐멜의 이론과 근대성의 관계에 집중한 학술대회로 그에 관한 짐멜이론의 가능성을 사실상 짐멜 사후 최초로 종합적으로 정식화한 계기가 되었다. 특히 짐멜의 『돈의 철학』을 그의 근대성 이론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 학술대회의 목표이자 성과였다. 흔히 거론되는 맑스, 뒤르켐, 베버 뿐 아니라 짐멜까지도 사회학적인 사유의 토대를 구축한 절대적인 의미의 사회학자라는 규정은 이 헌정본에서 비로소 이론적으로 책임있는 진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회를 주관한 빌레펠트의 람슈테트, 이후 영미권 짐멜 연구의 최고봉이 되는 프리스비, 코저, 볼프, 레바인 등처럼 영미권에 짐멜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학자들 뿐 아니라, 독일에서 짐멜 및 문화과학의 역사에 대한 연구에서 독보적인 리히트블라우도 짐멜의 니체 수용에 관한 중요한 기록을 남긴다. 그 밖에 짐멜과 슈테판 게오르게에 관한 란트만의 연구논문, 뒤르켐, 퇴니스, 베버와 짐멜의 근대성이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다메와 람슈테트의 논문 역시 중요하다.

주어캄프에서 88년에 출간된 『짐멜과 초기 사회학자들』역시 중요한 작업이다. 앞의 책과 마찬가지로 빌레펠트 대학의 람슈테트 교수에 의해 편집된 이 책은 우리에게는 김덕영의 하빌리타치온 지도교수로 알려진 요하네스 바이스의 짐멜과 베버의 ‘사회학’에 관한 논문, 퇴니스와 짐멜의 ‘사회적인 것’과 사회학을 다루는 두 편의 논문, 마페졸리의 뒤르켐과 짐멜의 비교에 관한 논문, 프리스비의 사회학과 근대에 관한 논문, 뒤르켐, 베버, 퇴니스, 짐멜과 초기사회학의 여러 쟁점들을 다룬 몇 편의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렇게 80년대 일련의 짐멜 복원을 통해서 그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 사회학자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된다.


짐멜 헌정의 역사 3 : 게오르크 짐멜 전집과 『게오르크 짐멜의 돈의 철학』(1993, 2003)

이런 기반에서 1989년부터 2015년까지 전24권으로 주어캄프에서 짐멜 전집 Georg Simmel Gesamtausgabe 이 발행된다. 모두 15,975쪽이다. 앞의 두 책의 편집자인 오트하인 람슈테트가 전집도 총괄책임을 맡게 된다. 전집은 년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행되지 않았는데, 그에 관한 자세한 서지사항은 이번 『짐멜편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전집이 발간되는 중에 출간된 연구논문모음집인『게오르크 짐멜의 돈의 철학』도 언급할 수 있다. 80년대의 앞선 작업들과 짐멜 전집의 발간이 진척되면서 90년대는 짐멜의 르네상스가 만개한 시점이고, 그런 이유에서 그의 근대성에 관한 전형적이고 종합적인 ‘시대철학’이자 ‘사회철학’이 집대성되어 있는 『돈의 철학』에 대한 두 권의 연구서가 10년 주기로 주어캄프에서 출간된 것은 한편으로 사회학에서 짐멜이 보편적인 시민권을 획득한 것이면서, 김덕영의 설명을 빌리면『돈의 철학』이 갖는 “내용적으로는 ‘중층결정적’이고 형식적으로는 ‘메타과학적’”인 철학/형이상학에 기인한 것이다. 그 밖에 2011년에 출간된 연구서인 『게오르크 짐멜의 거대한 ‘사회학’』도 짐멜 연구사에서 중요한 성과로 포함되어야 한다.

돈의 철학-짐멜
돈의 철학-짐멜

『짐멜편람』(2018)의 구성

이와 같은 독일 사회학의 지성사적인 맥락에서 짐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구서가 제출된 것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총괄책임자가 그동안 짐멜 르네상스의 물적인 토대를 마련한 람슈테트에서 보다 젊은 사회학자들로 이행되었다는 점이다. 짐멜 연구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고,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짐멜의 중요한 개념 105개를 2명의 편집인까지 포함하면 80명의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집필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독일학자들인데, 그간 연구이력을 보면 짐멜전문 연구자 뿐 아니라 사회학이론과 사회학사에 정통한 연구자들이 포괄적으로 망라되어 있어서, 오늘날 독일 사회학계의 역량이 총동원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서문과 서론, 짐멜의 주요개념들에 대한 해설, 짐멜의 주요저작과 논문에 대한 해설, 그리고 짐멜의 철학과 사회학의 현재성을 모색하는 논문들, 짐멜의 저작 및 전집 목록과 2018년을 기준으로 그간 제출된 짐멜에 관한 중요한 2차 문헌들에 대한 정리, 짐멜의 연대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개념들에 대한 설명은 단순한 단어사전이 아니라, 해당 개념에 대한 작은 논문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수준에서 집필되었다. 이와 더불어 짐멜의 [사회 분업에 관하여], [역사철학의 문제], [도덕과학입문], [돈의 철학], [칸트], [칸트와 괴테], [종교], [괴테], [쇼펜하우어와 니체], [철학의 주요문제들], [렘브란트], [전쟁과 정신적인 결정], [사회학의 근본문제], [생철학] 에 관한 각각의 해설은 짐멜 전집을 기반으로 하면서 중층적인 짐멜의 사유와 세계상에 대한 정확한 지도를 확보하는데 기여한다. 더불어, 근대성에 관한 짐멜의 다양한 차원을 다룬 본격 연구들은 [무한한 것에서의 사회화: 짐멜의 근대성], [관계론적인 프로젝트로서 짐멜의 사회학], [도시사회학과 도시 연구의 선구자로서 짐멜], [짐멜의 감정이론], [비판적 관찰과 형이상학 사이에서의 짐멜의 성이론], [삶의 미결정성: 짐멜의 생철학]라는 에세이로 수록되어 있다. 모노그라피와 에세이 모두 짐멜의 현재성을 확보하면서도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를 위한 하나의 좌표이자, 성좌 Konstellation을 구성했다고 할 수 있겠다.

짐멜과 사회학의 보편문법

60년 전 출간된 짐멜 탄생 100주년 기념집은 짐멜의 학적인 성과를 축적하고 그에 대한 총체적인 조망을 제시하기 보다는 생전에 짐멜과 깊은 관련을 맺었던 20세기의 거인들의 증언과 사적인 관계의 기록에 주목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에 출간된 서거 100주년 기념집은 짐멜을 근대성에 관한 최고의 철학적이고 미학적이며 사회학적인 사고를 정립한 이론가로 확신하면서 그의 이론과 사유들의 전위를 확보하고 있다. 오늘의 시점에서 짐멜에게 독일 학계가 보일 수 있는 최상 그리고 최대의 헌정을 한 것이다. 짐멜을 비인격적이고 추상적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짐멜 이론의 보편화역량을 확보한 성과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짐멜의 사회학이 60년 전에는 상대적으로 독일에 국한되었다면, 이제는 그가 단지 독일의 사회학자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사회학적인 유산이 되었다는 반증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대체불가능한 선행연구들을 언급한 이후, 독일 사회학을 정초한 두 명의 사회학자로서 베버와 짐멜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해명한 연구는 김덕영의 하빌리타치온에서부터 시작했다는 막스 베버 항목에서의 설명 역시 우리 학계와 독자들에게 각별한 것이다.

짐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짐멜연구와 사회학이론, 문화사회학, 문화철학과 사회철학 전반에 걸쳐 이정표가 되는 기념비적인 연구서가 ‘사회학적인 선물’처럼 주어졌다. 짐멜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기도 할 것이다.

<김건우 해외통신원/빌레펠트대 박사과정·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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