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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수렴도 없이 …” 냉담, “통합 길닦기라면…” 경계
“여론수렴도 없이 …” 냉담, “통합 길닦기라면…” 경계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3.07.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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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광주•전남지역 연합대학 구축 합의 발표 이후

최근 발표된 광주 전남지역 연합대학 구축 합의를 바라보는 교수들의 시각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미 2001년 대구 경북국립대학 설립 합의로, 한 차례 폭풍을 겪은 대구 경북지역 국립대 교수들은 “새로울 게 없다”는 시각이다. 광주 전남지역 연합대학의 당사자인 국립대 교수들도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대학에 발표 이전에 내부구성원들과 충분한 논의가 안 됐다는 것이다. 

 

“교수들, 신문보고 알았다”
오희균 전남대 교수평의회 의장(물리교육학과)은 “이번 연합대학체제 구축에 대한 건은 총장선에서 원론적 이야기만 했을 뿐, 교수들도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학내 여론 수렴이 전혀 없어 교수들도 찬반 의견을 개진하기가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박고훈 목포대 교수평의회 의장(교육학과)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수렴이 안 된 채, 본부가 일방적으로 총장끼리 추진한 것”이라며 “대부분 교수들이 신문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지적했다. 총장들이 연합대학 구축 합의서에 서명을 하는 순간까지, 해당 국립대 교수들은 합의 자체에 대한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교수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것은 대구 경북지역 국립대들도 마찬가지였다. 장기태 금오공대 교수(토목 환경 및 건축공학부)는 “연합대학 계획안 자체가 2000년 발표된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고 총장들끼리 일방적으로 체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대학 계획, 정부 지원 받기 위한 沙上樓閣
시작이 이렇다 보니, 연합대학 체제라는 목적지는 있지만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2001년 연합대학 구축을 합의하고 2010년까지 ‘대구 경북국립대학’이란 이름으로 종합대학 형태의 연합대학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던 대구 경북지역 국립대도 구체적인 성과를 체감하기란 어렵다. 배한동 경북대 교수회 회장(윤리교육과)은 “김대중 정부당시 대학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하니, 형식만 갖춰 발표했을 뿐 구체화에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합대학 체제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안들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장기태 교수는 “중국, 일본의 국립대가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에서 국립대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도는 좋을지 모르나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의 연장선인 두루뭉실한 틀로는 취지를 살릴 수 없다”고 단정지었다. “구체적이고 자발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는 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점대학•군소대학, 나름의 고민
연합대학체제 합의를 발표하기까지 총장들은 학과통폐합, 교수•학생 이동 등 민감한 사안에 골머리를 썩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해 당사자이기도 한 교수들의 연합대학 추진에 대한 체감온도는 어떨까.

장기태 금오공과대학 교수는 “체감되는 부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에게 연합대학에 대한 인식이 전혀 전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수들은 위기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실제로 학과 통폐합과 교수 이동 등 예민한 부분을 설명할 때 기획실 차원에서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르니 그 때 가서 생각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조차 구체적인 계획이 없음을 교수 설득의 방법으로 쓴 것이다.

이렇게 교수들이 연합대학체제에 고개를 젓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배한동 교수는 “규모가 작은 대학에 비해 거점대학은 득 볼 게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생각이 이렇다 보니, 교수교류에 대해서도 희망 교수들이 드물다. 배 교수는 “교수들에게 메리트가 없다. 필요성은 있지만 이 대학 교수가 타 대학 갔을 때 맡을 수 있는 강좌도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오희균 교수도 “도서교류, 학점교류 등은 가능하겠지만, 전남대 학생을 목포대 가서 공부하라면 하겠느냐. 원론보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있을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거점대학 교수들만 연합대학체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박고훈 교수는 “합의문에서 말하는 ‘연합’을 통합으로 가기 위한 밑바탕으로 바라본다면 소용돌이가 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물적 교류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통합은 반대”라는 입장이다. “통합은 결국 하나의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군소대학을 정리하겠다는 의도 아닌가. 목포대, 여수대가 이름만 제1대학, 2대학으로 바뀐다면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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