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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대 정원축소-교육부의 '비교육적' 지침
사범대 정원축소-교육부의 '비교육적' 지침
  • 신유아 교수
  • 승인 2019.04.25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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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교육의 측면에서도 보여주기 바란다.

최근 교육부는 사범대 평가를 통해 D등급을 받을 경우 정원의 50%를 감축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인구가 줄어드니, 학교가 줄어들고, 교사의 수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교사의 수가 줄어드는 것과, 사범대 입학 정원 수를 줄이는 것이 서로 어떤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곧 국가고시의 경쟁률을 국가가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교육의 기회 균등, 직업 선택의 자유, 행복 추구권 등은 헌법에서 명문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교사 자격증이 나오는 사범대의 입학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곧 자격증의 숫자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해서 기대되는 결과는 교사 임용 시험의 경쟁률 감소이다. 시험 경쟁률의 감소는 사범대에 입학하여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보장된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겠지만, 중ㆍ고등학교 교육의 질 하락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졸업만 하면 자격증이 보장되고, 임용시험의 경쟁률을 국가가 알아서 조정해주고 있으니, 사범대학 입학 경쟁률은 치솟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국가가 할 일인가? 자격증의 발급 숫자를 조정하겠다는 점에서 유사한 사례를 가정해 본다면 운전면허증이 발급되는 숫자를 제한하겠다는 하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운전면허 학원의 입학정원을 학원별 평가를 통해 조정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것을 과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이러한 방식보다는 교사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을 별도로 신설하고 그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이수해야만 할 교과목 등을 설정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교사 임용은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직접 학교에 지원서를 제출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일정한 수습기간을 거쳐, 해당 학교에서 꼭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재를 선발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교사를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와 같이 공립학교의 경우 5년 정도의 기간을 만기로 하여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발령을 내도록 하는 방식은, 교사로 하여금 학교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책임지고 교육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도록 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교사에게 사정이 있다면 1년만에도 옮길 수 있는 직장에 대해 평생직장과 같은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질 것을 강요할 수도 없다.
사범대는 평가가 있을 때마다 단과대학의 ‘사활을 걸고’ 평가준비에 매진한다. 교직원은 물론 교수, 학생들까지 자신의 대학을 지키기 위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강의와 연구는 그 다음이 될 수밖에 없다.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분야마다 특수성이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별도로 있는 것인데, 강의에 대한 평가 지표는 하나같이 ‘학생 활동’을 중시하고 ‘스마트’를 강조한다. 물론 학생활동과 토론, 스마트가 필요한 분야도 있다. 하지만 학문의 모든 분야가 반드시 그러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에 나가 어린 학생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이 가르칠 내용을 일단 잘 ‘아는’ 것이다.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 깊이있게 알지 못하여서는 학생들에게 이해가 쉽게 가도록 설명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의 주체가 교육부라는 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부처럼 교육에 대해 절대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에 교육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에서 이처럼 중앙집권적인 교육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놓았던 것인데, 권위주의가 청산되고 교육자치가 도입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교육부가 선진국의 수준으로 교육자치,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동시에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말을 할 때 학교는 언제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빠진다. 이것이 과연 국민 교육과 국가 경쟁력 향상,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결국, 자격증은 자격증이고, 시험은 시험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을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국가시험의 경쟁률을 낮추겠다고 대학의 입학 정원을 교육부의 ‘평가’를 통해 줄이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부디 이번 정부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교육의 측면에서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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